때는 1998년도 여름이었습니다.
친구들4명과 중화동인근의 포장마차에서 한잔하고 2차는 어디로할까 하다가
저희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친구들은 모두다 집이 중화동이었고 저만 집이 구리시였어요.
그런데 난감하게도 버스가 끊긴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2시 남짓...
" 그래? 그럼 걸어갈까?? "
지금같았으면 당연히 택시를 탔겠지만 당시엔 모두 주머니사정이 여유치않은 가난한 학생들이었고
술도 들어갔겠다 밤바람 시원한 여름이라 다같이 걷기시작했습니다.
이해하시기 쉽도록 타지역분들을 위해 대략적인 맵을 올려보자면
맵이 최근사진이라 녹지가 적은편인데 18년전 당시에는 길 주위가 모두다 숲(이지만 그안엔 모두다 무덤)이었습니다.
한국관나이트를 지나 상봉터미널을 지나서 계속 걷다보니 불빛이 줄어들고 망우리고개가 나타났습니다.
망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공동묘지죠.
주위에는 가로등불빛과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라이트불빛만이 보이고 숲향기가 자욱해질무렵 망우리고개의 최상단지점이 나타났습니다.
로드뷰사진을 가져와봤어요.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지점을 알리는 석상이 있는데
당시에는 저 노란색으로 표시한 자리에 군에서 관리하는 작은 초소가 있었어요. 로드뷰를 다 훑어봐도 없는걸보니 지금은 없나봅니다.
저기를 지나갈무렵 18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앞엔 저와 친구하나 1미터정도 텀을두고 나머지친구들 셋이 따라오고있었는데
믿기힘들겠지만 제 앞 3미터쯤에 여기저기 흙이묻은 흰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산속에서 뛰쳐내려왔습니다.
새벽2시가 훌쩍넘은 시간에 인도로 걸어가는사람을 발견해도 섬뜩한데 산에서 사람이 뛰어내려왔어요.
그것도 흰옷을 입은 여자가요.. ㅠㅠ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순간
같이 걷던 친구놈이 도로쪽경계를 따라 미친듯이 뛰기시작했고
저역시 정신차리고 눈딱감고 따라뛰었어요.
뒤따라오던 친구 3놈도 괴성을 지르며 우리를 따라 뛰었죠.
입으로 심장이 튀어나올것같은 고통이 느껴질때까지 뛰다보니 산길이 끝나고 도심의 불빛과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시작하자
주저앉아 숨을 고르며 뒤를돌아보니 친구놈들도 잘 따라왔네요.
평상시 걸어서 30분남짓걸리는 거린데 거짓말 하나안보태고 10분도 안걸렸습니다.
서로 격앙된표정으로 뭔가 말을 하려는데 숨이 턱밑까지 찬상태라 말도 못하고 손짓발짓을 5분여...
어느정도 호흡이 돌아와서 누가먼저라 할것없이 봤냐? 진짜 본거맞지?? 너도 봤지?? 나만본거아니지??
너무나 생생했고 5명이 동시에 봤다는것때문에 이건 귀신이 아니라 그냥 ㅁㅣ친년일거라고 단정을 지으려는데
4번째로 뛰던놈 왈 " 그여자 신발 본사람?? "
곰곰히 생각해보니 방금전 똑똑히 얼굴 표정까지도 확실하게 봤는데 신발이 기억이 안납니다.
아무도 신발을 못봤네요..;;
우리모두 신발은 커녕 발을 본사람이 없다는걸 확인한 4번째놈이 그때서야 말을하기를
" 나 존나뛰면서 너무힘들어서 안따라오면 멈출려고 뒤돌아봤거든?
근데 따라오더라. 근데 씨발 우린 뛰는데 그여자는 속도는 똑같은데 발이 안보이더라"
그렇게 충격적인 사건을 뒤로한채 저희집에 도착하였고 간단하게 두부김치만들어서 2차를 달렸답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너도 봤냐? 냐구요?
이게 끝이 아니거든요.
그후로 3년정도 지난후 어머니와 친형 저 이렇게 3이서 집에서 술한잔 하면서 옛날얘기를 나누던중에
얘기의 주제가 자연스래 저에게 맞혀졌습니다. 워낙 귀신을 자주 봐왔고 식구들이 그런걸 잘 아는지라...
그순간 3년전 망우리고개에서본 흰 원피스입은여자가 불현듯이 생각이 나서
나 : 아맞다 형! 나 몇년전에 망우리고개있잖아. 새벽에 친구들이랑
형 : 어? 너도 봤냐??
나 : 앵?? 뭘??
형 : 흰옷입은 여자말하는거아냐?
나 : 그걸 형이... 어떻게..알어?
형 : 야 말도마라. 거기 유명하다더라.
이후 형의 얘기는 놀라웠습니다. 저는 형과 나잇차이가 7살차이로 제가 꼬꼬마시절때 형은 재수생이었습니다.
형은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다보면 버스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집까지 오는 버스중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종점이 망우리고개 초입이었어요.
거기까지 버스타고 와서 망우리고개를 걸어서넘고 귀가하는일이 종종 있었는데
형이 봤던날도 우리가 목격했던것과 비슷한 한여름이었다합니다. 위치도 말을 맞춰보니 거의 동일했고...
형은 그여자를 거의 1미터남짓의 거리에서 보고 그자리에서 기절했다고 합니다.
근처에있는 초소근무중인 군인들에게 발견되어 초소로 옮겨졌고 정신이 들었는데
초소병사들이 해준얘기가 그 여자를 본게 형이 처음이 아니였다합니다.
이미 형 말고도 여러명이 그렇게 기절해서 초소로 옮겨졌었다고...
그후로 다신은 밤중에 그곳을 걸어서 넘어본적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