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친구들이랑(저까지 포함해서 넷)
학교에서 나오다가 그냥 집에 가기는 그렇고..해서 노래방에 가기로 했습니다..
큰길로 쭉 나오면서 노래방을 찾는데
한 골목에 지하노래방 간판이 보이는거에요...
그래서 그냥 저기 가자고.. 큰길까지 나오면 새로 생긴 노래방들이 있었지만
좀 오래된 곳이 시간제가 아니라 곡수로 주고..
곡도 더 많이 주고.. 할것 같아서..
암튼 그렇게 지하 계단을 내려가는데 반지하더라구요...
넷이서 내려가서 노래방 문을 열었는데
좀 침침하긴 했지만 원래 반지하 노래방이 그러니까..
별 다른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줌마한테 돈을 주고 방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상한게.. 다른 때 같으면 화장실은 아니더라도..
음료수라도 뽑으러 꼭 한번은 나가는데
그 날은 우리 모두 거의 한시간을 방에서 나가지 않았어요...-_-
결국 노래를 다 하고 나오는데 카운터(출입문 옆에 카운터가 있잖아요..)에
앉아 있던 아줌마가 없는겁니다.
들어올 때는 분명히 거기서 손님 기다리는 것처럼 앉아있던 아줌마가
없었어요.. 그것도 어디 잠시 간듯한게 아니라 원래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자리가 깨끗...;;
여학생들 별거 아니라도 무서워하고 그러잖아요..
친구가 "여기 되게 썰렁해.. 그냥 빨리 나가자.." 이러고
넷이서 문쪽으로 가서 손잡이를 당겼는데 문이 잠긴거에요...
아무리 열려고 해도 꿈쩍을 안하고..
투명유리문은 문 위쪽에 잠금장치가 있어서 누르면 풀어지잖아요..
제가 까치발 하면 그 잠금장치에 닿을 듯 해서
최대한 손을 올리고 바둥거리고 있는데...
순간 뒤에서 제 친구가
"까악~~~"비명소리를 지금과 동시에 불이 꺼지는거에요..
다른 애들은 움츠리고 서로 손이라도 잡고 있었지..
저 혼자 문에 매달려서 팔을 있는대로 뻗다가
갑자기 비명소리와 동시에 깜깜해지니 좀 무서웠습니다;;
(전 원래 무서움 잘 안타요...;;)
넷이서 일자로 서있었는데 맨 뒤에 있던 애한테 왜 소리 질렀냐고 하니까
그냥 불이 갑자기 꺼져서 반사적으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암튼..
반지하라서 그런지 정전이 되니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밤에 자려고 온 집안에 불을 끄면 몇분동안은 눈 앞에 손을 갖다 대도
보이지 않는거 아시죠?
그렇게... 내가 눈을 뜨고 있는데 감고 있는 것과 다를게 없는.. 상황...
그나마 침착한 저랑 친구 한명이 어떻게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다가
화장실을 생각해 냈습니다.
반지하 화장실 보면 보통 높은 곳에 조그만 창문이 있잖아요..
땅이랑 맞닿아 있는... 어떤 창문인지 아시려나...
암튼 화장실로 가보자고 하고..
그런데 정말 앞이 하나도 안보여서 바닥을 더듬으며 거의 기어 갔어요...
맨 뒤에 있는 친구는 무섭다고 막 울어서 제 뒤 두번째 자리로 옮기고..
땅도 못짚겠다고 해서 내 허리 잡고..
나머지는 한손으론 앞사람 허리,한손으론 바닥이랑 벽을 더듬으며
거의 기어서 화장실에 갔어요..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데...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높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다급하면 무슨 짓이든 한다고...
한 친구가 말타기 자세로 엎드려 있을테니까 밟고 올라가서
창문 열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끌어당겨 달라고 요청하라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엔 받쳐 줄 친구가 없을테니 점프력 좋고 무서움 안타는;
제가 남기로 하고 애들이 차례대로 올라갔죠.
처음 한명이 올라가고 문을 열었는데 맞은편이 건물 벽이더랍니다...;
사람 하나 없고.. 근데 고래고래 소리질러서 옆길에 지나가는 사람 한명 불러서
애들 다 끌어 올리는데 도움 받고..
저도 점프해서 창문 틀을 한손으로 잡고 나니까
다른 한손은 그 분이 끌어주셔서 올라올 수 있었구요...
겨우 빛을 보니까 아까 조금 무서웠던건 어디로 가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고싶더라구요.. 친구 둘은 아직도 울고...
전 궁금해 죽겠는데 다른 애들은 죽어도 다시 가진 못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좀 무서움 덜타는 친구 한명이랑 저랑만 다시 가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빠져나온 곳이 건물의 문이 있었던(우리가 노래방 입구로 들어갔던)
반대편이더라구요...
그래서 건물을 반바퀴 돌아 앞으로 나와서 다시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그 때의 소름끼치는 기분을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제 친구는 '헉'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멈췄고.. 저는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너무 기가 막혀서...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유리문에 4절 스케치북만한 크기의 '점포임대'라는 종이가 붙어있는겁니다.
그런데 그 종이가 너무 오래 되 누렇게 색이 바랬음은 물론이고
네 귀퉁이를 붙인 스카치테이프도 오래되서 거의 떨어질 상황이었습니다...
문은 쇠사슬로 묶여 있더군요...
제가 안에서 열었어도 나올 수 없었을 상황...
저는 평소에 귀신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옛날부터 독실한 기독교신자였고..
혹시 귀신이 나타난다면..
하필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에게만 해야할 말이 있지 않을까..해서
꼭 먼저 말을 걸어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섭다기보단 뭔가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더라구요..
어떻게 이런 일이....
그 후로 그 골목에 직접 다시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그 때 같이 있었던 친구 중 한명이 말하길.. 단란주점이 새로 생겼다네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제작년 여름에 있었던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