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행인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로 귀신을 본 것도 아니고,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싱거운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묘한 일이라 투고해봅니다.
2004년인가 2005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저는 드레스룸 겸 컴퓨터방으로 쓰던 방에서 여느 때처럼 컴퓨터를 하고 있었죠.
밤 10시쯤 어머니가 수박을 가져다주셨고, 더위에 지쳤던 저는 30분 만에 수박을 죄다 해치웠습니다.
빈 접시는 컴퓨터 책상 왼쪽에 있는 탁자에 올려뒀죠.
새벽 2시가 넘어갈 때쯤이었습니다.
탁자에 왼쪽 다리를 턱 올려놓고 컴퓨터에 열중하고 있는데, 왼쪽 허벅지에 뭔가 차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싶어 내려다보니 마치 수박즙 같은 연한 붉은빛 액체 한 방울이 허벅지에 번져 있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티슈를 뽑아 닦아냈죠.
새벽이라 정신도 없고 딱히 별생각도 안 들었죠.
그렇게 물을 닦고 손을 다시 키보드로 가져가는데...
이번에는 손등 위에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몇 초 동안 멍하니 손등을 바라보다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잠도 확 깨서 불 다 켜고, 미친 사람처럼 허공을 휘휘 저었습니다.
의자에 올라가 천장도 만져보고 티슈로 천장을 다 훑어봤지만, 습기 하나 없었습니다.
수박이 담겨있던 접시는 여전히 탁자 위에 있었고, 그나마 있던 즙도 더운 날씨에 다 말라 사라진 후였습니다.
도대체 그 물방울은 어디서 떨어졌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