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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양애경, 희망
당신이 나를 자꾸 시험한다
또 당했군 아침에 깨어나 앉아
쓴웃음을 짓는다
가슴이 쓴 소금으로 가득 차고
눈에는 눈물이 글썽해진다
하늘이 여전히 어둡고
나는 천천히 설탕을 타지 않은 커피를 마신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늘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희망이여 언제나와 같이
당신이 쓴 아침을 보낼 것이다
또 당했군 소금물이 상처를 씻어 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문을 열고
거울같이 현관을 닦는다
화분에 새로 물을 준다
임강빈, 시인
시인은 시를 쓴다
시를 쓰면서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안으로만 밝히는 시인도 있다
시인이라고
뭐 크게 내세울 것은 아니다
섣불리
인생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
목탄으로 가볍게 스케치하듯
그런 시를 쓰면서도
공치는 날은 허전하다
바람에 흔들리다가
풀잎이며
나뭇잎이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선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시인이다
이세룡, 빵
이것이 희망으로 보일 때
어리석은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잡히고서라도
끝까지 간직하려고 애쓰겠지요
또 이것이 불만으로 보일 때
똑똑한 사람들은
밤을 새우더라도
끝까지 씹으려고 덤비겠지요
그러나 이것이 밀가루 빵으로 보일 때
사람들은
제조한 날로부터 사흘이 경과되면
대체로 상하기가 쉽다는 걸 알게 됩니다
희망에 대해서도
불만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천양희, 구르는 돌은 둥글다
조약돌 줍다 본다 물속이 대낮 같다
물에도 힘이 있어 돌을 굴린 탓이다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
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이리저리
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 돌도 한자리
못 앉아 구를 때 깊이 잠긴다 물먹은
속이 돌보다 단단해 돌을 던지며
돌을 맞으며 사는 게 삶이다 돌을
맞아본 사람들은 안다 물을 삼킨 듯
단단해진 돌들 돌은 언제나 뒤에서
날아온다 날아라 돌아, 내 너를
힘껏 던지고야 말겠다
정세훈, 정
툭하면
그만두라고
모가지 자르겠다고
위협 주고 협박하는 사장에게
자퇴서 한 장 건네주고서
작업복 구겨 넣은 기름때에 절은 가방
괜스레 이쪽 어깨 저쪽 어깨
번갈아 둘러메며
하도 낯이 익어
내 것으로만 알았던
공장 정문을 나서자니
헤프게는 쓰지 않으리라 다짐 주며
내 패인 눈알 깊은 곳에다가
꾹꾹 담아 놓았던 눈물들이
저절로 솟구치네, 솟구치네
끊긴 나의 밥줄은
옮겨 놓는 발길마다
너덜너덜 따라 오는데
속박 받은 그 정도 정이라고
하나의 정
떨어지는 아픔만이
못내 안타까워서
아니 보이려 해도
보이는 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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