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양대학교 법학과 07학번 정영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울산 출신으로,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자랐고 지난 2009년 2학기와 2010년 1학기를 울산대학교에 학점교류 제도로 다녔던 학생입니다.
아마 저를 아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마 성신 고등학교의 동기들 혹은 동평 중학교 때의 동기들이거나, 법학과와 행정학과에서 저와 같이 들은 분들 중에 한 부류에 속하시는 분들 일겁니다.
저는 지난 6월 19일에 서울로 가서,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행정고시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맨 마지막 날, 행정학 시험까지 다 치고 고려대학교 정문을 나서니 가장 먼저 들던 생각이 이 자유게시판에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려던 것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생각하던 일이었습니다. 다만 큰 시험을 앞두고 있고, 거기에 뭘 말해야 할지 잡다한 생각이 뒤섞여 있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니 어제인가요. 동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울산으로 오는 고속버스를 타고 오며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고 이제 그 생각을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대학 차별에 대해 매우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개개의 사람은 각자의 능력이 있고, 각자의 개성을 집단이란 몰가치성에 묻어 버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부적당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대체적으로 남자가 이과 쪽 과목에 강하고 여자가 문과 쪽 과목에 강합니다. 이는 각종 통계로도 실증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 저 애는 국어를 못 할 거야. 남자니까.’ 라던가, ‘아 저 애는 수학을 못 할 거야. 여자니까.’ 라는 말은 틀렸습니다. 왜냐면 그 집단 속에서도 충분히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으니깐요. 당장 퀴리 부인을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지난 1년간 이 대학에 다니면서 어째서 소위 ‘지잡대’라는 말이 생겼는지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전 울산에서 울산대학교에 다니는 이유가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는데(울산대학교에서 딴 학점들은 모조리 p/f 처리가 되어 한양대에서 반영됩니다. 즉 학점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기 문과 학생 분들에게 좀 많이, 아니 엄청나게 많이 실망했습니다.
(여기서 문과라고 통칭을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전 사회과학대학에 이름을 두긴 했으나, 재무회계 등의 과목을 학점 수강하기도 하고, 기타 인문 과목들도 청강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나열하자면, 첫째 여기 문과 학생 분들은 너무나도 많이 떠드시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이며, 그리고 이 글을 쓰게 결심하게 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다 좋습니다. 최소한 교수님이 들어오시는, 아니 출석을 부르시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그런데 왜 출석을 부르시는데도 입이 멈추시질 않는 겁니까? 다른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으시나요? 무슨 소리가 화음을 이뤄서 고속 증폭되어 옆에서 천둥을 치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그렇게 조용히 하라고 말씀하시는데도 말이 들리지 않습니까?
전 여자 분들의 목소리가 높기에 여자 분들만 떠드시는 것 같았는데, 약간의 검토 작업을 거친 후에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남자 분들, 이제 파릇파릇한 애들이 아니라 군대서 겪을 거 다 겪으신 복학생 분들이 더하시더군요. 애초에 개념이 없으신 겁니까 아니면 군대서 개념을 말아 먹으신 겁니까? 보통 군대를 갔다 오면 정신을 차린다고 하더니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신 차리실 때 안 되셨습니까?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수업 중에도 떠드신다는 겁니다. 주무시던지, 핸드폰을 두드리시던지, 나가시던지 아무런 말도 안 하겠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잡음을 넣어 주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가 대학이라서 그렇지, 만약 직장이라면 책상이 깨끗하게 치워진 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더 가관인 것은, 진짜 참다 참다 못해서 제가 딱 두 번 조용히 하라고 앞에 분이나 옆에 분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용기가 없어서 크게 말은 못 하구요. 근데 절 보시는 눈길이 아주 아름다우시더군요. 그리고 20초도 되지 않아 입을 놀리시는 것은, 기억력이 어류와 흡사해서 그런 것입니까 아니면 그런 계통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는 습성 때문입니까 아니면 뭡니까?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분은 기획론에서 쪽지시험이나 중간시험을 엄청나게 점수를 잘 받으신 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무슨 초등학생입니까? 고등학생도 요즘은 잘 안 떠든다 합니다. 소수가 잘못을 저지르면 범죄고 다수가 잘못을 저지르면 면죄부가 부여된다더니, 그 꼴입니까?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제가 여러분들에게 실망한 두 번째 이유는, 여러분들이 공부를 안 하신다는 겁니다.
도서관에 가 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의 종류가 몇 부류 있습니다. 그걸 문과와 이과 쪽으로 나눠 본다면, 외람되지만, 이과쪽 분들이 도서관 구성비율의 70퍼센트에서 80퍼센트는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울산대학교 공대 계통이 알아주는 이유요? 네임 밸류name value? 집어 치우세요. 공부를 하니까 인정을 받는 겁니다. 개중에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진짜 열심히 하시더군요.
다 어디에 계신지 압니다. 후문쪽 pc방에 계시던지, 정문쪽 바보사거리에서 오늘도 소위 ‘지잡대’의 취업 현실에 대해 한탄을 하시거나 혹은 시시껄렁한 여자·남자 이야기, tv이야기나 하시며 술을 드시고 계시겠죠. 아니면 삼산동까지 원정가서 드시던가.
시험 기간 때만 반짝 하고 와서 하는 척만 하고, 그게 뭡니까 진짜?
제가 여러분들에게 실망한 세 번째 이유는, 여러분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안 하신다는 겁니다.
그나마 오신 문과 분들도 펼쳐놓고 있는 책을 보아하니 토익 토익 토익 토익뿐입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이 토익 스타터구요. 여러분들은 토익 공부하시러 이곳에 오신 건가요? 아니면 무슨 시시껄렁한 자격증 공부. 아 물론 그게 소위 말하는 취업 스펙에 포함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거 아십니까?
그거 전부다 나중에 직장 들어가서 하나도 쓸모가 없습니다. 진짜 쓸모 있는 공부는,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될뿐더러 취업 후에도 여러분들의 인생을 책임집니다. 이것에 대해선 후술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 실망한 네 번째 이유는, 그나마 ‘잘못 된’ 공부도 열심히 안 하신다는 겁니다.
제가 위의 부류에 ‘공무원 시험’에 대해선 넣지 않았습니다만, 공무원 시험 준비 하시는 분들이건 토익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건 자격증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건 마치 ‘나는 공부를 하러 왔으니 경배를 하쇼’ 투의 판을 책상에 벌려놓고 어디론가 출장을 가 계시더군요.
이건 단지 제 생각입니다만, 그런 계통 공부는 아주 극 단기간에 극한까지 집중하여 해치워 버리는 것이 가장 이롭습니다. 이유요? 어차피 질질 끌어봤자 실력 제대로 안 오릅니다. 단번에 폭발적으로 해서 아예 뇌 자체를 개조시켜서 원하는 걸 따지 못하면, 그거 평생 발목 잡고 질질 끌려 다닙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제가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토익 쳤을 때 점수가 740인가 그랬고, 일주일인가 유형 분석하고 lc 듣고 가서 치니 800 넘겼고, 토익 600점 넘으면 응시료 전부 학교에서 준다고 하기에 2년 동안 영어 공부 거의 안 했다가 가서 치니 750인가 나오더군요. 윗동네 한번 가 보신 적 있나요? 저 같은 사람들 지천에 널려있고 저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은 자갈밭 돌멩이 굴러다니듯 흔해 빠졌습니다. 그 사람들이 토익을 무슨 6개월 1년씩 할 것 같아요? 천만에요. 당장 저도 지금 제가 공부하고 있는 양으로 1~2개월만 하면 900점은 넘길 자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사람들이랑 경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디서 요행수로 빠져나가려 하십니까?
공무원 시험도 마찬가집니다. 전 이번에 행정고시를 5일동안 총 다섯과목을 치면서, 세 과목이 소위 ‘개박살’이 나 버렸습니다. 이유요? 아 간단합니다. 공부의 방향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공부의 절대적 양도 시험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쳤거든요. 그냥 제가 나태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엔 그건 공무원 시험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7급 9급 공무원 시험 개혁 문제가 나온지 오래 되었는데, 그거 골자가 제가 듣기로는 국사랑 영어는 한국사자격검정 시험과 토익 점수로 대체하고, 나머지 과목들을 심화하여 내서 좋은 인재를 뽑아내는 거라고 하더군요.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공무원 시험들이 점점 심화되어 가는 추세라 꼭 틀린 말도 아닐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일어날테구요.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십니까? 국어는 수능 언어 스타일로 나오고, 행정법이나 행정학 같은 과목은 수험자의 깊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고난이도 문제로 나올 겁니다. 대충 한 과목에 대략 60~80분 정도 주고 치게 하는 식이 적당하겠군요. 지금처럼 한번에 120분동안 5과목을 치는 게 아니라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진짜 마지막 보험용으로 스카이부터 시작해서 각종 상위권 대학 학생들 다 몰립니다. 일단 국어는 먹고 들어가니까요. 무슨 치사하게 국어사니 쪼잔한 어법이니 안 나오면, 읽는 힘이 깊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는데 그거 여러분들한테 유리하십니까? 거기에 사시생이나 행시생들도 지금보다 더 몰릴겁니다. 사시생들 행정법이나 그런 거 수준이야 다들 잘 아실테고, 행시생들은 더 말할 거 있습니까?
지금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데 아주 여유롭게 하시더군요. 거기에 애초에 준비 자체를 안 하는 학생들도 ‘아 그냥 할 것도 없는데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할까?’ 말이 무슨 입에 찰싹 들러붙어 있더군요. 그 시험이 장난 같아요? 당장 지금도 그거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들은 입에 거품 물고 피똥 싸면서 합니다.
설사 저렇게 안 변한다고 쳐도 그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제치려면 피눈물이 나게 노력을 해야 합니다. ‘대충 2~3년이면 어떻게든 합격하겠지?’ 그 정신머리로 뭘 해먹고 살겠다는 겁니까?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한 달에 바리바리 100만원씩 대 주시는 부모님 얼굴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아요?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동강이 뭐 어쩌고 찾아다니고. 진짜 실력좋은 사람들은 강의나 그런 거 안 따집니다. 자기의 절대적 공부량, 즉 집중력과 시간만이 합격을 결정할 뿐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께 손 벌리거나, 자기가 뼈 빠지게 알바하고 일해서 얻은 돈으로 대학교에 등록금으로 내고 그따위로 나태하게 하고 싶습니까? 여러분들은 대학이 문제가 아니에요. 여러분 자체가 삼류란 말입니다, 삼류요. 이건 그냥 단순한 실력의 문제에요. 더 붙이고 더 떼고 할 것도 없는 ‘실력’ 말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실망한 다섯 번째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생각’이란 말의 정의는,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입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시대의 흐름을 바라보고, 나만의 생각의 틀을 가지고 뭔가를 통찰하는 그런 능력입니다. 말은 거창한데, 간단합니다. 무언가에 대해 근거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입니다.
무슨 사회적 이슈같은 걸 물어보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근데 연예인 누구가 누구랑 사귄다는 거나, 어떤 영화가 재밌다던가 그런건 참 기가 막히게 찾아내시더군요. 어떤 사건을 보고, 무언가를 보고 ‘왜why'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논리를 조리있게 전개하시던 분은 단 한분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작년 2학기에 논증과 글쓰기인가.. 그런 쪽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거 가르치시던 분이 괜찮은 분이었는데, 애들을 모아놓고 질문하시더군요. ’재범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대답이 가관이더군요. ’재범이가 옳아요. 왜냐면 불쌍하니깐요.‘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리고 기가 막혔습니다. 이것이 과연 대학생인가 하는 생각이 제 머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저의 활동범위가 짧아서, 나름의 생각을 전개하시는 분을 만나지 못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사실 저도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란 거 압니다. 저도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나태한 면이 많았고, 게을렀습니다. 하지만 전 이 말만큼은 하고 싶습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습니다. 이건 만고 불변의 진리에요. 전 이 사실을 지금까지 세 번 체험했는데, 이번에 시험을 치면서 세 번째 체험을 했습니다. 그것도 몸으로 아주 뼈저리게 했습니다. 겸손하게 그리고 우직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여기 학생분들에게 제안합니다.
첫째, 제발 떠들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대학생입니다.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란 말입니다. 지성인의 대표자가, 교수님이 수업을 하시던 탱고를 추시던 상관도 안하고 무슨 금붕어 입놀리듯 속사포처럼 소음공해를 퍼뜨리시나요?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자기가 안 떠들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 해 보세요.
둘째, 공부를 하세요. 제대로, 그리고 열심히 하세요. 또한 ‘왜’라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사회 모든 것에 대해 생각을 하세요.
블루 오션이라는 말을 잘 아실 겁니다. 푸른 바다, 즉 피투성이의 레드 오션이 아니라 아무도 개척하지 않아 푸르디 푸른 바다.
제가 토요일에 시험을 마치고 제 외삼촌이랑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모 대기업의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인데, 이것저것 이야기가 나오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애들이 맨날 취업이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린 사람이 없어서 죽겠다. 제대로 생각을 할 줄 아는 애들이 없어. 그렇다고 토익이니 학점이니 그따위 쭉정이에만 신경쓴 애들을 뽑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는 아직 세상을 오래 살지 않았지만, 그 ‘생각’이라는 것이 ‘자기 자신만의 논리적 사고의 틀’이라 전제하고 일단 이 개념부터 말해보겠습니다.
논리적 사고의 틀이란 무엇일까요? 어떠한 것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합리적 근거를 통해 결론을 토출하는 능력. 그리고 나아가 그 행동의 반경과 방향, 속도 등을 결정하는 능력.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연과학에선 이것이 바로 수학적인 공식으로 표현됩니다. 정역학이든, 핵물리학이든, 어떠한 것에 대하여 각종의 공식과 공리 등을 합리적으로 조합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죠. 이러한 능력은 단기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꾸준한 수학·과학적 공부를 통해 길러집니다. 외운다고 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구요. 그렇게 해결이 된다면, 아인슈타인이나 디락, 슈뢰딩거같은 과학자는 이 세상에 넘쳐났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에선 어떻게 표현될까요? 툴민은 ‘훌륭한 이론’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며 이를 설명합니다.
[사회과학은 합리적인 근거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과학처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본증, 반증, 보조증거등을 적절히 조합하고 논리정연하게 나열하여 결론을 도출하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합리적으로 받아진다면 그 이론은 사회과학으로서 합리성이 인정되는 이론이다.]
어떠한 상황을 보고 주장을 펼치되, 적절한 근거들을 적절히 배열하여 그 타당성이 다른 이들에게도 인정될 때 그 이론은 성공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열을 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사회과학의 논리적 사고의 틀이자, 이 시대의 각 기업들이나 기타 여러 곳에서 요구하는 능력입니다.
가령 여러분들이 기업에 취직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여러분들이 어떠한 프로젝트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만약 그 프로젝트를 해결할 수 있는 FM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FM에서 나와있는 대로의 프로젝트가 아니고 외부·내부적 환경도 FM과는 딴판이라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FM은 2차원적인 생각의 범주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정한 제약조건이 걸려 있죠. 경제학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합리적이라던가 시장은 완전하다던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약조건 말입니다. 그러나 그 제약조건을 풀어버리는 순간, 문제는 3차원으로 변합니다. 복합적 사고를 하지 못하면 문제에 손을 못 댑니다.
소위 말하는 ‘무능력자’와 ‘능력자’의 차이가 여기에서 벌어지는 겁니다. 무능력자는 그저 혼란스러워 하고, 책임을 회피합니다. 하지만 능력자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자신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어떻게든 긁어모으고, 이를 배열하여 일정한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른 행동을 정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기업이 요구하는 문제 해결능력이구요.
물론 무조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이 말한 ‘제한된 합리성'이란 문구처럼, 인간은 한정된 사고 안에서 제한적인 합리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합리성 속에서의 논리적 타당성이 상당부분 인정된다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여 추후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줍니다. 이런 능력이 기업에겐, 그리고 사회에겐 절실하게 필요하단 말입니다. 아무래도 윗동네의 학생들이 이런 능력을 가진 확률이 높긴 하지만, 다 가진 것도 아닐뿐더러 소위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이 차고도 넘칩니다.
여러분들이 지방대 출신이라서 안 된다구요? 핑계대지 마세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소위 ‘미친듯이 도는 사회’에서, 기업에게 인재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고 긁어모으는 것이 기업입니다. 다만, 현재 소위 ‘학벌’을 보는 이유는, 아무래도 지방대보단 위쪽의 대학 출신의 학생들이 그 문제 해결능력을 보유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문제 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기업들은 그따위 학벌에 얽매일 정도로 한가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당장 자기가 죽게 생겼으니깐요. 학벌 따지는 것도 결국은 ‘능력’을 가진 애를 좀 더 많이 뽑기 위해서인데,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뽑습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전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1. ‘왜’라고 질문하며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전 이번에 행정고시를 치며 이 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문제지를 받아드니, 문제지를 내신 교수님이 문제 속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넌 너만의 논리적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냐? 너의 생각은 어디에 있어? 한번 그걸로 나를 설득해 봐라.’
제가 그런 방식으로 했던 공부는 딱 두 개였습니다. 노동법, 그리고 행정학. 노동법은 모 교수님의 기본서를 보면서 사회 현안에 연계하면서(가령 7월 1일부터 시행된 타임오프 제도가 그 예입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공부했고, 행정학은 몇몇의 학교 수업과(도저히 연계가 불가능하게 가르쳐 주신 단순암기식 수업들은 그냥 포기했습니다만), 각종 매스미디어에서 나오는 사회의 현안들, 교수님의 기본서를 연계해서 정말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게 그대로 나왔습니다.
혹시 여기서 행정철학 수업을 들으신 분들이라면, 교수님이 틀어주신 비디오를 아실 겁니다. 뭐, 대부분 주무시거나 다른 거를 하시는 것 같았지만 그거 틀어주신 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행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가져야 할 시각은 무엇인가. 전 방송을 보면서 종이에 방송 내용들 중 중요한 것을 쓰고 방송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썼습니다. 그게 재밌더라구요. 단순히 행정학이 이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안들과 연계된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게 말 그대로 행정학 시험에 통째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가지 과목들은 소위 말하는 강사 찌라시와 단순 암기식 막가파 공부로 때웠습니다. 그리고 철저히 박살났습니다. 아, 정말 풀 한포기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발려 버렸습니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그 과목들에 대해 제 생각을 가지지 않고, 책에 나오는 각자의 목차와 내용들이 ‘왜’라고 질문하며 골똘히 궁리하지 않고 그저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된다’ 식으로 봤으니까요.
여러분들의 학교 수업에 쓰는 교과서가 있을 겁니다. 물론 술 혹은 옷을 사실 돈이 필요하셔서 책을 사시지 않는 분도 계시다는 거 압니다. 그래도 책에는 돈을 아까워하면 안 됩니다. 책을 사시고, 그 책을 열심히 보시면서, 어째서 이 내용이 여기에 있는지, 다른 부분과 연계되는 것은 없는지, 사회 현안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열심히 하세요. 정말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시야가 확 하고 넓어져요. 책에 내용 있는 게 다 그냥 있는 게 아닙니다.
특히 법대생 분들은 옆에 법전을 끼고 ‘이 부분은 어디와 연결이 되는 걸까’라고 생각하시면서 공부하세요. 전 그걸 간과했고, 말 그대로 털렸습니다. 4일째 치던 과목인 민법 때는 그나마 이걸 깨달아서 법전과 책을 연계하며 사고를 하니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만, 이전에 제대로 한 게 없으니 털리는 건 마찬가지였지요.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민법의 담보 물권에 보시면 물상 대위라고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단순히 ‘아 물건이 없어지면 돈을 준다는구나’라는 식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법대생이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 규정을 보는 순간 각종의 요건들과 학설들, 그리고 판례와 이에 대한 ‘자신의 나름대로의 생각’, 그리고 대상 청구권, 동시이행의 항변과 아울러서 해제권, 담보책임 등.... 서로서로 연계해서 봐야 합니다. 민법은, 그리고 다른 법들은 책 전체가 마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지탱합니다. 그런데 어느 하나만 떼어서 한다면 그건 죽은 공부입니다. 제가 그렇게 해서 내력의 한계를 느꼈구요.
다른 과목이라고 다를까요? 아닐걸요. 행정학도 경제학도 어떤 과목도 모두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각 책의 내용들이 책 속에서, 그리고 책 바깥에서 유기적으로요. 그걸 늘 의식하시면서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라고 생각을 하시면서 공부를 하신다면 자기 나름대로의 사고의 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내공이고, 실력입니다. 아마 처음엔 그게 바로 생기지 않겠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실력이 늘어납니다. 학교 학점과 관계없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평생의 인생과 관계된 일입니다.
2. 제발 책을 좀 읽으세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걸 달달 외우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이 말하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시야를 넓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이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모래처럼 그 생각이 쌓이고 쌓여, 자신도 모르게 그 압축물이 말에서 그리고 글에서, 생각에서, 자신이 표현하는 모든 것에서 드러납니다.
이건 그 누구도 줄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필살의 무기입니다. 이건 누가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평생에 걸쳐 생각의 화로에서 정련에 정련을 거듭하여 날을 갈아야 하는 무기입니다. 이는 자신의 몸을 지키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또한 책을 많이 읽으면 읽는 힘이 늘어납니다. 문장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들이 점점 보이고,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 또한 누가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무슨 속독학원이니 뭐니 하면서 나오는 거 있죠? 제가 생각하기엔 그건 실實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형形에 집착하여 가르치고, 학생들을 꼬아내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당장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그래도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읽는 힘의 실질을 자신이 깨닫지 않고 남에게 배워서 익힌다는 말은 정말 가당치도 않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아산 도서관에 있는 양서들을 하나하나 뽑아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자리에 앉아서 지긋하게 읽어 보세요. 그리고 생각하세요. ‘나’의 생각은 무엇인가.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는 없는 걸까. 이 문제가 다른 곳에서 어떻게 연계될까.
3. 사회 현안들을 보시고 자신만의 생각의 틀을 만드세요.
사회 현안들이 많이 나와 있는 곳이 어딜까요? 바로 신문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신문을 많이 읽으신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제가 신 아산 2층에서 유심히 관찰을 해 보니, 그리고 학생회관 4층에서 한번 살펴보니, 사회 이슈들 보단 모 연예인의 쭉빵한 가슴을 보시더군요. 그거 안에 실리콘 넣은건데 그렇게 보고 싶으세요?
신문을 보세요. 정치권에서 뭐라고 말하는지, 사회적으로 뭐가 문제가 되는지 한번 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생각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세요. 그게 다 공부이고, 자신만의 내력입니다. 괜히 사람들이 신문이나 책을 보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건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기가 막히고 또 헛웃음이 나오던 게, ‘면접 준비합니다. 일반상식 사회이슈에 대해서 공부합니다. xxxx책으로 공부할거구요, xxx-xxxx-xxxx로 연락 주세요.’라고 있던 각종 스터디 모집 광고였습니다. 영어 공부같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걸 그런 책 하나 정도로 어떻게든 해 보시겠다구요?
면접이 뭘까요? 제 생각엔 이건 시범을 보이는 겁니다. 면접관을 앞에 두고, 내가 가진 칼을 뽑아들어 나만의 검법을 선보이는 겁니다. 거기엔 실체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형식이 문제가 아닙니다. 면접관들이 그걸 못볼 거 같습니까? 다 봅니다. 말 하나하나에 자신의 생각이 담겨있고, 자신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근데 그걸 앞뒤 맥락 다 끊긴 그딴 책 하나에 몇몇 신문들 급하게 보면서 어떻게든 요행수로 때우시겠다? 마치 수능 시험을 내신 보듯 하루 이틀 벼락치기로 때우겠다는 것과 동일합니다. 형식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깊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비단 면접 뿐일까요? 직장에 들어가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닐텐데, 그 때마다 요행수를 기대하시겠습니까?
제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신문을 보았습니다만, 저도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 느낍니다. 제 생각의 미숙함이, 그리고 사설에 나와 있는 문장의 논리 정연함이 아직도 절 섬뜩하게 만듭니다. 늘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새로운 관점을 보며, 이런 시각도 있구나 생각하며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엔 저 같은 하찮은 사람은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소위 말하는 대기업이나 그런 곳을 가시겠다고 형식에 그렇게 아등바등하셔서는 천 년이 지나도 취업의 길은 요원할겁니다.
전 사실 여러분들이 매일 떠드시는 것에 대해서만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래선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친해진 사람들도 있고,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동기들, 친구들 중 태반이 여기에 다니는데.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인생의 길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그걸 여기에 써 봅니다.
저도 제 생각이 미숙하다는 것을 알고, 이립의 나이가 지났음에도 제 뜻이 올곧게 서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에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세요.
말로만 자기 자신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몸으로 그걸 느끼세요.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려고 하세요. 남의 시각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가슴을 펴는 인간이 되세요. 대학생이 그저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들만 찾아다니며, 자신의 생각은 잃어버리고, 취업에 목숨을 걸고 되도 않는 각종의 자격증과 토익에 열중하지 마세요. 자신의 생각의 틀을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세요. 그게 바로 진짜 실력이라는 겁니다. 대학에서 배워야 할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논리적 사고력이라고 전 봅니다. 이건 설사 어느 상황에 닥친다 하더라도 자신을 지켜주는 마지막 무기가 되니까 말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습니다. 나관중의 소설인 삼국지에 보면, 제갈량이 사마의를 계곡에 가둬두고 태워 죽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때 비가 내려 사마의는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갈량이 잘못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제갈량은 자신의 일을 다 했습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길 뿐, 설사 그것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자신의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하늘의 자비는 늘 구합니다. 그냥 자격증 하나 더 따면 취업이 될 것이라 하면서, 알맹이는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편입해서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면 잘 살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그저 내일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현실을 회피합니다. 현실에 부닥쳐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아 인생의 밑거름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늘 생각하세요. 강구하세요. 어째서 이렇게 되는지 고민하세요. 머리를 굴리세요. 멈추지 마세요.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해 봤자 뭐 하겠어’라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그 생각의 고통 속에 자신의 시야는 넓어집니다. 그것이 인생의 내공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 하세요. 오늘 하루를 반추하며 진정 자신이 최선을 다 했나 생각해보세요. 저 자신도 요즘 몇 년 동안 진정으로 열심히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지만, 이번에 시험을 치면서 오랜만에 그걸 느꼈습니다. 하루에 2시간씩 자고, 정말 위에서 쓴물이 미친 듯이 올라와서 뭘 먹자마자 토할 정도가 되니까... 저 자신이 너무나 좋더군요. 합격이야 어찌 되었건, 나중이 어찌 되었건 최소한 지금 저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며 만족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을 다 치고 나오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비록 진정 최선을 다한 것은 2주뿐이었지만, 내가 정말로 목숨 걸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늦게나마 깨닫고 그때부터 실천에 옮겼고, 또한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이를 거울삼아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다시 되새겼으니까요.
노력은 배반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핑계대지 마세요. 여러분이 현재 받아든 결과물은 여러분의 과거의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그 결과물을 받아들고 좌절하실 겁니까? 노력하세요.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세요. 그렇다면 그 미래엔 더 나은 결과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p.s1: 기획론 교수님께
이렇게 게시판을 빌어서 말씀 드리는걸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수업하시지 마세요.
교재라고 가르쳐 주신 저서와, 그 ppt자료의 엉성함을 보며 정말 비웃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수업 하시는 거 내용 들으면서 뭐라고 지적은 하고 싶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말을 못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제가 요 1년 동안 가장 아까운 소비를 손꼽으라면 교수님의 책을 산 것입니다. 최소한 학교 지원을 받는 저서라면, 아니 당장 책은 자신의 얼굴인대 오탈자는 좀 고치고 내용도 충실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기 자신을 그렇게 내리깔고 싶으세요?
수업 내용도 수업 내용입니다. 말 했던 거 다시 말하시고, 이건 뭔가 틀린 게 아닌가 싶은걸 말씀 하시고. 가서 교양 서적이라도 더 보고 오심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니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입니다. 일단 손자부터 읽고 오시죠.
거기에 더 웃기는 것은 시험 내용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대학교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단순 암기를 요구하는 사회과학 과목은 처음 봅니다. swot를 왜 배우는데요? 자신을 되새기고 외부를 바라보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s가 strength, w가 weakness이란 걸 외우기 위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정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옵니다. 거기에 무슨 정원도시가 뭐 5000에이커인지 1000에이커인지 이딴 걸 왜 외워야 하죠? 기획을 왜 배웁니까? 단순암기를 위해서 배우나요? 외국물 먹고 오셔서 외국어 실력이나 뽐내시고 진짜 필요한 것은 왜 안 가르치시죠? 학생들의 사고체계에 그렇게 하자를 넣고 싶으신가요?
아 물론 왜 그렇게 내시는 지는 저도 잘 압니다. 매기기 귀찮으시다는 거 잘 알죠. 하지만 학교에서 봉급을 받는 입장에서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아닐까요? 제가 인생을 살며 대학교를 다니다, 이렇게 최악인 수업은 진짜 처음이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제가 이 수업을 듣는다고 하자 법학과 시절에 저랑 친하게 지내던 형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너 똥 밟았구나. 아, 그건 똥이 아니었습니다. 후..
거기에 더해 시험을 치고 나오자 이런 말이 사람들에게서 나오더군요. ‘도대체 이걸 왜 우리가 쳐야 하는 거야?’ 아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옵니다. 수업 마지막 날에 이렇게 말씀하셨죠.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라고. 교수님이 내신 문제들이 정말 생각의 힘을 요구하는 문제들입니까? 시험 문제에 정성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오직 ‘아 귀찮으니 빨리 매기고 점수 주고 치워버리자’ 식의 환상적인 완전 암기형 시험 문제들!
노파심에서, 그리고 옛날에 형법을 배웠던 것을 떠올리자면 제가 지금 말씀드린 것은 명예훼손죄라던가 민법의 불법행위의 장에 있는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 항목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교수님께서 저에게 c0를 주셔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제가 대충 시험을 쳐 보니 그 정도 점수가 나오겠다 싶었고, 원래 학교로 복귀해서 제 전공인 법학 과목을 들으면 그만이거든요. 학점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구요.
다만 화가 날 뿐입니다.
이렇게 하자 있는 수업을 제 시간과 제 돈을 들여서 듣고, 공부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요. 제가 이번에 행정학과로 와서 수업을 들은 것은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교수님 강의를 듣고 제 행정학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근데 이런 수업 수준이라면, 정말 말이 안 나오고 기가 막힐 뿐입니다. 교육자의 입장이라면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셨으면 합니다.
p.s2:행정철학 교수님께
우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방송 틀어주신 거 이번에 행정고시 행정학 시험에서 모조리 다 나왔습니다. 아, 모조리 다는 아니지만 총점 100점중에 1문 50점과 2문 30점은 교수님이 틀어주신 방송 요약하고 제 생각 정리한 거랑 제가 따로 신문 모으고 생각 정리한 걸로 어떻게 썼습니다.
일단 교수님의 수업 방식 자체는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그 발표의 순서라던가 질문한 사람을 기록한다던가...그런 걸 미리 딱 정해놓고 사후 조율 없이 가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수업의 내용은 괜찮지만 그 전개방식이 조금 엉망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큰 부분에서의 형식의 엉망이 아닌지라 조금만 미리 준비하신다면 이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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