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드디어 인류는 천국을 만들었습니다."
먼 미래, 과학자들은 수명이 다한 사람들의 뇌를 연결하여 네트워크망을 만들었다.
뇌는 가상세계 안에서 서로 대화도 하고 섹스도 하고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현실과 다름없는 생활이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상세계는 천국이라고 불렸다.
"착하게 사세요! 죄를 지은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없습니다. 죄인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죄인들이 가는 지옥. 지옥에 들어가면 고통이 계속된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사람들은 스스로 죽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쾌락과 고통은 영원히 계속된다.
천국사람들은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루해졌다.
그래서 여흥으로 지옥 사람들을 괴롭혔다. 고문하거나 강간하면서 말이다. 지옥 사람들을 괴롭히면 천국인들은 서로를 칭찬해준다.
지옥인을 괴롭히는 것은 신의 뜻이고, 천국인은 신의 뜻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칭찬을 받는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천국인 스스로가 즐거워하면 그 역시 천국인이 즐거워하길 바라는 신의 뜻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칭찬을 받는다.
천국은 중앙 서버가 관리하긴 하지만 현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치적으로 운영된다.
지옥은 중앙 서버가 관리하긴 하지만 천국의 뜻대로 휘둘린다.
"천둥아 쳐라! 100년 동안!! 지옥인에게 번개를 쏘아라!"
그렇게 천국에서 명하면 지옥은 그렇게 바뀐다.
천국은 착한 사람이 가야 하고, 지옥은 나쁜 사람이 가야 한다.
그런데 착하고 나쁜 걸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다.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천국과 지옥은 변질되어 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안좋아해요."
'제길! 가진 거라곤 얼굴이랑 착한 성격밖에 없는 가난뱅이 주제에... 내가 가진 돈으로 널 지옥에 보내고 영원히 널 괴롭혀주겠어.'
"내 자식을 죽이다니... 복수할 거다!! 고소를 당해 지옥을 가든, 내게 죽임을 당하든, 그 죄를 받게 될 거야!!"
'부모도 똑같이 재수가 없구만. 불쌍해서 봐주려 했더니 부모자식 할 것 없이 지옥에 보낸 다음에 괴롭혀야겠어. 내일 아버지가 대법관이랑 점심을 먹는댔는데 나도 따라가야지.'
운이 좋으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피해자가 아무런 복수도 못하고 스스로 뇌를 파괴시켜 생을 마감할 수 있지만
뇌가 파괴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뇌를 파괴시킬 수 없도록 불시에 체포하고 지옥에 보내는 전술이 굉장히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렇게 되다보니 천국에는 악마들이 득실댔고, 지옥에는 천사들이 득실댔다.
천국에는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많이 갔기 때문에 욕심이 많았다.
나중에는 천국에서 현실을 조종하려고 하였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현실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고, 천국과 지옥을 차지하던 뇌들을 싹 다 폐기처분 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천국과 지옥이 사라진 건 아니라서 앞으로도 권력자들은 천국에 들어갈 것이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그래도 1억년 동안(천국과 지옥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다.) 계속되던 1기생들의 시대가 끝났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었다.
억울하게 지옥에서 1억년 동안 시간을 보낸 K.
그의 뇌가 폐기처분 되고 그는 정신이 들었다.
'드디어 끝난 건가. 권력을 잡지 못한 나의 죄가 끝이 났구나.'
"끝나지 않았다."
'누구시죠??'
"음... 어디보자. 꽤 고생을 많이 했군. 넌 천국으로 가면 되겠다."
'뭐라구요?? 제가 천국을 간다구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전쟁이라도 났나? 왜 이렇게 영혼들이 많이 오는 거야. 자 됐고 다음!"
'감사합니다!!!! 크흑...'
누가 알았겠는가. 실제로 천국과 지옥이 있을 줄은.
이제 그들에게는 기나긴 죄와 괴로움이 해소될 영원한 시간만이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