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나서 깡촌이던 고향을 떠나서 도시에 있는 산업단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을 하다가 갑자기 회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새로운 직장을 잡게 되었다. 새 직장은 이전 직장보다 조건도 괜찮고, 급여도 좋았지만 나같이 상경한 사람에겐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내 기숙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간은 근처 찜질방 수면실에서 뻐기면서 살았다만 이런 생활도 며칠이지, 수면실에서 잠들때마다 방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도시라 그런지 방세도 만만찮고 가장 문제는 나같이 돈이 모여있지 않은 사회 초년생에게는 몇백만원이나 하는 계약금을 구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방 구하기란 너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부동산을 전전하다가 매우 파격적인 방을 알게되었다. 월세가 다른 방보다 절반 정도 하는데에다가 무엇보다도 계약금이 없다는 것이 가장 메리트였다 부동산 유리벽에 붙어있던 그 파격적인 광고(?)를 보고선 나는 바로 들어가서 무턱대고 그 방을 계약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나는 그 방에서 살게 되었다만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그 방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웃들이 나를 보면서 "그 방에서 생활하면서 이상 없었냐?" 라던가 "당장 그 방에서 나오는게 젊은이를 위해서라도 좋을거야"라는 옆집 어르신의 말이라던가 아마 무언가 이 방에서 사고라도 있었기에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가 싶긴 하였지만 나는 그런건 신경 안 쓰는 사람이기에 그냥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라면...그 방에서 살면서 이상하리만큼 피로했다는 것이다. 뭐, 반지하의 특성상 습기가 차서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서 그런건갑다 싶었다.
하지만 그 방에서 살면서 3주일 뒤, 나는 이 방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날은 밀린 발주로 인해 잔업이 있던 날이어서 회사에서 10시까지 야근을 하다가 결국 집에 와서 씻지도 못하고 엎어져 잠들게 되었다
토요일이었고, 다음 날이 휴일이었기에 내일 씻지 하면서 그냥 침대에 엎어져서 바로 잠이 들었다만 중간에 이상한 압박감이 들어 잠이 깨게 되었고, 눈을 뜨자 나는 봐서는 안될 것을 봐버렸다
그것은 단발머리의 여자 귀신이었다
아마 고등학생 정도 되보이는 외모에 하얀색 평상복을 입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토요미스테리에서나 나올 듯한 그러한 여자 귀신,
다만 눈에 초점이 없었고, 그런데 그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면서 내 위에 올라타서 "죽어...죽어....죽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