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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윤동주, 달밤
흐르는 달의 흰 물결을 밀쳐
여윈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북망산(北邙山)을 향한 발걸음은 무거웁고
고독(孤獨)을 반려(伴侶)한 마음은 슬프기도 하다
누가 있어만 싶은 묘지(墓地)엔 아무도 없고
정적(靜寂)만이 군데군데 흰 물결에 폭 젖었다
박봉우, 언제나 우리 땅
사랑을 기다렸다
너 하나만을 기다렸다
북풍이 부는 날
새벽
눈부신 햇살 앞에
너의 모습을 그렸다
고향 없는 사람아
사랑이 불꽃처럼 불탄다
북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녹슨 철로를 밟아 본다
언제나 우리 땅
말이 없다
피 흘린, 피 흘린 자국이여
최정례, 드디어
그를 나무 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나무가 둥글게 부풀었다
바람이 부니
느낌표가 되었다가
물음표가 되었다가
흔들렸다
아주 멀리
나도 이제 여행을 간다
쓱
나무 속으로 들어가
아무 것도 아닌 표정으로
아니야 아니야
흔들리는 것이다
문덕수, 손수건
누가 떨어뜨렸을까
구겨진 손수건이
밤의 길바닥에 붙어 있다
지금은 지옥까지 잠든 시간
손수건이 눈을 뜬다
금시 한 마리 새로 날아갈 듯이
금시 한 마리 벌레로 기어갈 듯이
발딱발딱 살아나는 슬픔
장옥관, 잃어버린 열쇠
누가 잃어버린 것일까
풀밭에 버려진 녹슨 열쇠
누가 이 초록을 열어 보려 했던 것일까
누가 이 봉쇄수도원을 두드렸을까
차가운 촛농으로 잠근 오래된 사원
수런수런 연둣빛 입술들이 피워 올리는 기도문
개미들이 땅과 하늘을 꿰매고 있다
아, 저기 호두 껍질을 뒤집어쓴 사람이 걸어오고 있다
풍병(風病)든 그의 암호, 누구도 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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