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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20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5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6/22 09:43:19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208 모바일
    [BGM] 시린 손을 잠시 댄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강은교진눈깨비

     

     

     

    진눈깨비가 내리네

    속시원히 비도 못되고

    속시원히 눈도 못된 것

    부서지며 맴돌며

    휘휘돌아 허공에

    자취도 없이 내리네

    내 이제껏 뛰어다닌 길들이

    서성대는 마음이란 마음들이

    올라가도 올라가도

    천국은 없어

    몸살치는 혼령들이

     

    안개 속에서 안개가 흩날리네

    어둠 앞에서 어둠이 흩날리네

    그 어둠 허공에서

    떠도는 피 한 점 떠도는 살 한 점

    주워 던지는 여기

    한 떠남이 또 한 떠남을

    흐느끼는 여기

     

    진눈깨비가 내리네

    속시원히 비도 못되고

    속시원히 눈도 못된 것

    그대여

    어두운 세상천지

    하루는 진눈깨비로 부서져 내리다가

    잠시 잠시 한숨 내뿜는 풀꽃인 그대여







    2.jpg

    김상옥백모란(白牧丹)

     

     

     

    이 한 조각 하얀 선지(宣紙온갖 형용(形容)을 앉히는 자리

    바람에 나부낀 네 살갖은 아직 오지 않아도

    질탕히 신들린 마음을 타고 떨기채로 와 있다

     

    물감을 풀다 말고 저 투명을 받아낸 손놀림

    이제는 우로(雨露)도 기름진 뜨락도 다 그만두고

    인위(人爲)와 무위(無爲)로만 다리 놓아 서로 건너다닌다







    3.jpg

    박두진산에 살어

     

     

     

    먼 첩첩 열굽이 꽃골짜기 돌아든 곳

    내가 온 곳을 따라 너도 오라

    숙아

     

    머리에는 고운 산꽃을 따 달어 이브처럼 꾸미고

    한아름 붉은 꽃을 가슴에 안고

    새처럼 사뿐히 달려오듯 내게 오라

    숙아

     

    화장도 생활도 풍속도 버리고

    여기 먼 아무도 없는 골에

    천년을 산에 살러

    내게 오라

    숙아







    4.jpg

    민영이승과 저승

     

     

     

    언제부턴가

    수정으로 빛나는 별빛 한 점을

    내 저승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네

    불꽃으로 파열하는 석류처럼

     

    그 별이 떨어질 때비로소 나는

    오랜 나그넷길에 지친 몸을

    호롱불 아른거리는 주막집 마루방에

    누이리라 생각했네

     

    그 언제부턴가

    바닷가 가파른 벼랑 위에 핀

    진보라빛 도라지꽃 한 송이를

    되살아난 내 이승의 모습이라 생각했네

     

    머리카락 날리는 바닷바람은

    꽃대궁을 흔드는 새벽 찬 바람

    서녘으로 떠나가는 구름발처럼

    해연(海燕)의 울음 따라 떠나가려네







    5.jpg

    김남조우편물

     

     

     

    내가 못 가는 곳에도

    나의 책은 우표 붙이고 간다

    책갈피 첫머리

    저편 이의 이름을 쓰곤

    시린 손을 잠시 댄다

    가서 안부 전하고

    호젓이 그 옆에 오래 머물라고

    그가 외로울 땐

    그 더욱 옆에 꼭 있으라고

    마음 깊은 당부도

    안 보이게 함께 간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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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22 09:55:30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6/30 06:55:02  112.187.***.222  븅벗븅  413644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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