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지쳐 침대에 바로 쓰러지네요;
[6]
하루는 동네에서 친구 몇몇과 비석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순돌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니- 야~!! 옆에서 걸리적 거리지 말고..좀 가라..
순돌- 헤헤헤헤헤헤헤.....
친구- 저놈은.....으휴..속 터져!!
옆에서 지켜보는 순돌이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비석치기를 하고 있었
는데 얼마 후 순돌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어니- 뭐..뭐야?
순돌- 헤헤헤헤...나도..가치...할래...헤헤헤
어니- 누가 너 까지껏을 끼워 준데?
순돌- 헤헤헤헤...나도 가치...할래...헤헤헤
순돌이는 마냥 웃으면서 나에게 같이 비석치기를 하게 해달라고 눈으
로 애원하고 있었고...순간 나도 모르게 한마디를 던졌다.
어니- 너..비석치기 할 주 알아?
순돌- [끄덕끄덕]....헤헤헤헤
어니- 알았어..넌..저쪽편 해....
순돌- 헤헤헤헤헤....고마...버..헤헤헤
순돌이는 뭐가 좋은지 비석 하나를 들고 상대편쪽으로 신나게 달려
갔고 그리고 다시 비석치기는 시작되었다.
순돌- 헤헤헤....나..할..차례찌?..헤헤헤
어니- 그래...니 할 차례다..해봐...
순돌이는 비석 하나를 들고 '총총' 거리더니 세워져 있는 상대편 비석
을 향해 자기의 돌을 던졌고...'딱' 소리와 함께 세워져 있던 비석은
쓰러져 버렸다.-_-
어니- 헉.....뭐..뭐야? 뽀록[기적 or 운]이겠지..
순돌- 헤헤헤...마..저따..마저따...헤헤헤헤...
그렇게 뽀록인줄 알았던 순돌이의 비석치기 행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
고 어느 일정 시간 계속 되었다.
어니- 대체 이런 일이...씨불...
순돌- 헤헤헤...이겨따..이겨따...헤헤헤
어니- 말도 안돼.....이거 완전...너 다시 한판해!!
순돌이의 대활약때문에 상대편에게 진 나와 우리편은 말도 안된다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번째 비석치기가 다시 시작 되었고...결과는 또 순돌이의 활
약때문에 져버렸던 것이다.
어니- 으악....겨우 이딴 녀석에게 지다니..
순돌- 헤헤헤헤...또..하까? 헤헤헤헤헤
어니- 겨우 이런 녀석에게....
순돌- 헤헤헤헤헤....또 하자....또 하자...
어니- 너 혼자 해 임마...
즐거워 하는 순돌이를 뒤로한 채 난 집을 향해 걸었고..당시에는 어린나이
라 정상인도 아닌 그에게 졌다는게 꽤나 자존심 상했었다.
어니- 아...그 모질한 녀석이...비석치기를 그리 잘하다니...
집으로 돌아오면서 계속 저런 말을 되씹었고...나중에는 절대 녀석과 비
석치기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물론 그 후로 순돌이가 자꾸 비석치기 하자고 졸라었지만
[7]
녀석은 학교에서 내 옆에 앉는 짝궁이었는데..평소에는 '헤헤헤' 하고 웃거
나 가끔 나에게 말을 걸 뿐 다른데는 관심이 없었다.
순돌- 헤헤헤...짜꿍아...이거 어떠게..헤헤헤헤
어니- 아...말 걸지 말랬지..귀찮게 시리...뭔데?
녀석이 나에게 보여 준 것은..산수책...589X789의 세자리수 곱셈에 관한
문제 였었다.
어니- 음..이건..이렇게 저렇게 곱하고 올리고 더해주고..그러면 돼..
이해 하겠냐?...쉽지?
순돌- 헤헤헤헤.....모올...라.....헤헤헤헤헤
어니- 그러니까...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고렇게 하면 돼...이제 쉽지?
순돌- 헤헤헤헤....모올...라.....헤헤헤헤
어니- 아이..씨불...속 터지네...이렇게 쉽게 설명 해주는데 몰라?
순돌- 헤헤헤헤헤헤
녀석이 난생 처음으로 '학습' 에 관한 질문을 해서 나르대로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는데도 도통 이해를 못하는 녀석때문에 분통이 터졌었다.
어니- 야...너..구구단 외울 주 알아?
순돌- [끄덕끄덕] 헤헤헤...
어니- 그럼 외워봐....
순돌- 헤헤헤...이일은 이..이이는..사...이삼은 육..헤헤헤헤-생략-
헤헤헤...이구십팔.....헤헤헤 다 해따....헤헤헤
어니- 야..3단부터는 왜 안해? 왜 2단만 하냐?
순돌- 헤헤헤헤....3단부터는...모올~라....헤헤헤헤
어니- 이런...니 나이가 몇인데....으..속 터져....잘 봐...
난 연습장에다가 일일이 2단부터 9단까지 써주기 시작했고 순돌이는 그
런 나를 유심히 쳐다 보기 시작했다.
어니- 씨풀...넌 그런 곱셈 하기 전에..이것부터나 외워라..응?
순돌- 헤헤헤헤...[끄덕끄덕]
어니- 나참...........어이가 없어 가지고...
순돌이는 나의 말에 아랑곳 없이 구구단을 써준 연습장을 붙잡고 그날
하루 종일 구구단만 외우기 시작했다.
순돌- 헤헤헤..삼삼은..구..삼사..시비...사모시보...헤헤헤..
...그렇게 열심히던 순돌이는 두달 후 구구단을 다 외웠다.
[8]
그 구구단 사건 이후 난 녀석이 어쩌면 '한글' 도 제대로 모른다는 생각
을 갖게 되었고 그냥 냅둘까 했다가 테스트를 했었다.
어니- 야...너 이거 읽어봐..
순돌- 헤헤헤헤헤...모야? 헤헤헤헤
당시에 난 연습장에 [어니는 순돌이가 정말로 무지하게 미치도록 싫다]
라고 썼고 순돌이에게 읽어보라고 시켰었다.
순돌- 헤헤헤..이..이거 이그라고?...헤헤헤헤
어니- 읽어봐...한번...
순돌- 헤헤헤헤....헤헤헤헤헤.........모올~라
어니- 엥? 너 한글도 몰라?
순돌- 헤헤헤헤..한글...아는데.....헤헤헤
어니- 뭐야 그럼...왜 못 읽어.....
순돌- 헤헤헤헤....모올~~라..헤헤헤헤
어니- 너 뒤질래?...한글도 모르냐...
순돌이는 역시나 한글을 모르고 있었고...난 녀석에게 한글을 가르치겠다
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귀찮으니깐...]
어니- 모질한놈....으이구....
순돌- 헤헤헤....나 한글 아는데...헤헤헤
어니- 그만 뻥 쳐...못 읽었잖아..그럼 '나비' 한번 써봐..
순돌- [끄덕끄덕] 헤헤헤....
순돌이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투른 솜씨로 연필을 잡고 연
습장에 '나비' 를 쓰기 시작했다.
순돌- 헤헤헤...다 써서...헤헤헤
어니- 어디..엇..이런 모질이...'나비'지 어떻게 '너비' 냐..
그런데 대충 쓸 주 아네...
순돌- 헤헤..아까..는..너무 기러써...헤헤헤헤
어니- 긴 문장은 제대로 못 읽는구나...훔....
순돌- 나...한글....가르쳐줘....헤헤헤헤헤헤
어니- 싫어..귀찮아 이놈아...으 짜증나....
순돌- 헤헤헤헤...가르쳐 줘....가르쳐줘...헤헤헤
순돌이는 나에게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고 있었고 녀석의 콧물
과 침이 나의 옷에 묻을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순돌- 헤헤헤헤...고마버...헤헤헤
어니- 으....씨불......내가 졌다 졌어...하루에 몇자씩 가르쳐줄게..
...그날후로 '선풍기' '텔레비전' '책가방' 이런식으로 글을 가르쳤다..-_-
[9]
전에 말했지만 순돌이랑 대화를 하는 건 반에서 짝궁이었던 내가 유일
했고 다른 애들은 마치 순돌이가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외면했다.
친구- 너도..순돌이랑 그만..
어니- 나도 그러고 싶은데...아..나도 모르겠다..젠장..
반 애들 눈치때문에 나도 순돌이랑 대화를 하거나 접촉을 하는걸 싫었지
만 녀석이 자꾸 나에게 말을 걸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어니- 야..내가 한글 가르칠때 빼고 말 걸지마..
순돌- 헤헤헤...아라써...헤헤헤헤...
어니- 말 걸면 죽어..!!!
나는 순돌이에게 주먹을 보이며 다짐을 받았지만 그런 다짐은 이내 곧
순돌이가 말을 걸면서 깨곤 했다.
순돌- 헤헤헤..모해? 헤헤헤헤
어니- 말 걸지 말라구 새꺄!!!
그렇게 순돌이랑 또 다시 말을 하고 있을때..당시에 우리반에서 장난이
유난히 심했던 유치(가명)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유치- 어니야....재밌니?
어니- 흠...뭐가?
유치- 병신이랑 대화하면 재밌냐고?
어니- 뭐? 병신?
어린 나이였고 나 역시 순돌이를 무시 했었지만 왠지 순돌이를 '병신'
이라고 부르는 녀석에게 반감이 생겼었다.
어니- 흠......그래서?
유치- 병신이랑 놀면...너도 병신 되는데..
어니- 뭐라구? 이 새끼가...
유치- 내 말이 맞지 않나..병신은 병신들하고만 놀지...어엇..헉
난 녀석이 말으 마치기도 전에 어느새 주먹이 날라갔고 결국엔 녀석과
대판 싸우게 되었다.
순돌- 헤헤헤...싸우지마..싸우지마..헤헤헤
녀석과 싸우고 있는 틈에도 순돌이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고 난 그게 너무
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니- 순돌이 개세이..그만 쳐 웃고...유치 너 나보고 병신이랬냐?
유치- 내가 말 잘 못했냐? 뒤질라고...
그렇게 유치 녀석과 한동안 싸움을 하게 되었고...이상하게도 잘못은
유치가 했지만 반 분위기는 유치편을 들고 있었다.
어니- 씨발.....
...유치녀석을 때려눕히고 나서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다.
[10]
그날 유치란 녀석과 싸우고 나서 집으로 가는 도중에 난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잘못은 유치가 하고 있는데..반애들은 나에게 적대감을 갖기시작했다.
어니- 대체..무엇이 잘못이지...젠장...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역시나 뒤에서 순돌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순돌- 짜꿍아..헤헤헤헤헤헤...가치가...헤헤헤
어니- 따라오지 말라니까...젠장..
그리고 난 '헤헤헤' 웃으면서 뒤따라오는 순돌이를 자세히 봤고 문득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어니-'반 애들이 순돌이를 싫어하고 무시한다..그런 나는 순돌이랑 나름
대로 잘 지내고 있다..그런 반 아이들은 순돌이와 나를 동급으로 본
다...그렇다면?'
순돌- 헤헤헤..짜꿍아...무슨 생가케? 헤헤헤
난 다시 한번 순돌이를 쳐다 보고 매몰차게 뒤를 돌아서서 재빠르게 발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돌- 헤헤헤...가치가...헤헤헤
어니- 씨발..너 한번만 더 뒤따라오면 죽인다...
순돌- 헤헤헤...가치가..짜꿍아...헤헤헤
순돌이는 재빨리 걷는 나의 팔을 잡으며 같이 가지고 그랬고 난 그 순간
뒤로 돌아서며 사정없이 순돌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어니- 너..씨발..한번만 더 나 아는체 하면 죽어..
순돌- 헤헤헤헤헤....................................
순돌이는 나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쓰러지면서까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꽤나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어니- 너..진짜..아는체도 하지마..알았냐?
난 녀석에게 그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채 뒤를 돌아 앞을 향해 전력질주
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평소에는 뒤따라오던 순돌이는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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