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만 있어서 양기가 가득해, 귀신들의 음기가 몰려든다던가...
부대만들때 공동묘지밀어버리고 만들어서라던가...
실은 그냥 처졸다가 본거라던가...
군대에 가면 귀신목격담들이 참 많다.
최전방사단수색대출신인 아부지는 인민군과 중공군귀신보고 소대전체가 일제사격해버려서 동부전선에 비상떨어지게 해본적있으시다하고,
해병대출신인 동생도 해안소초에 있다가 누가 불러서 가다가 정신차리니 무릎까지 바닷물에 담그던 중이어서 식겁해봤던적 있다그러고,
오마니도 중학생때 고모할머니댁에 간다고 저녁즈음에 논길지나가다가 물구나무서서 달려오는 귀신보고 기절할뻔한적 있으시다던데...
우리집에선 나만 귀신같은거 본적이 없다
(어느 점쟁이할배가...너는 귀신도 무서워서 도망갈 상이라고 함...그 점쟁이할배...장님이었음.
사주보러갔더니 관상을 봐주셔서...같이 따라간 친구가 동네방네소문내서 지금도 놀림당함)
후방의 당나라군대였지만, 여기도 군대라고 우리 중대에도 귀신목격담은 좀 있었다.
다른 소대 초소 중에 말그대로 반지하초소가 있었다.
초소라는게 사방경계 잘 되는곳에 만드는거 아닌가했지만,
그 초소는 지대가 오묘해서 시야는 그럭저럭 좋은데 들어갈때는 반지하방처럼 흙계단타고 진입해야했다.
반지하방답게 항상 습하고
그 흙계단 올라서면 바로 보이는 주인모를 봉분이 세개가 있어 으스스하다고,
그 소대원들은 그 반지하초소가는걸 굉장히 싫어했다.
그리고, 겨울. 폭설로 인해 고가초소철수하고, 평지의 초소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 소대는 하필 그 초소로 이동해야했다.
(원래 그럴때 들어가는 초소가 있는데, 어째 그날밤은 그리로 가라했는지 모르겠음.)
당시 일병막내사수이던 나는, 새벽초번 00시부터 01시30분 근무지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일기장에 제 근무랑 사수,부사수이름. 날씨까지 다 적어놔서 확실합니다.)
앞 근무는 옆소대에 승질드러운 병장이었는데,
사실 승질드러워봐야 자기소대한정인 병장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인간 전성기때 꼬장을 본적이 있어놔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 왜 수하안하지? 야. 우리 XXX초소로 진입하랬잖아?"
나랑 짬차이가 2개월차이인 부사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수는 주무셔도 부사수가 내 후임이라 이 놈은 안자고 있다가 수하를 해야했다.
게다가 사수양반 성깔이 보통이 아니어서 같이 졸 엄두도 못낼건데...
"안전풉니까?"
"안전풀면 뭐하냐? 총알이 씨알없는 공포탄인데."
나는 그냥 터벅터벅 그 반지하초소로 내려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초소로 들어가려다가 내가 더 깜짝 놀랬다.
그 병장고참이랑 후임이병이 초소구석에 부둥켜안고 ㅂㄷㅂㄷ떨고 있어서였다.
"A병장님? 접니다. X일병입니다. 야!!! 랜턴!!!"
뒤에 따라들어온 후임은 얼른 랜턴을 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확인하고서야 둘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A병장님? 무슨일 있으셨습니까?"
"....어...야야...저...저기...초소지붕 좀 호...확인 좀...."
부사수시키려고했는데, 부사수도 많이 놀랜 눈치라 랜턴 이리도.하고 계단올라가서 초소지붕을 확인했다.
적이 올라타지못하게 촘촘하게 깔아놓은 륜형철조망과 소복히 쌓인 눈말고는 특이사항은 없었다.
혹시나해서 진짜 뭔가 있었나하며 발자국도 확인해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아...아무것도 없나...그래...교대하자...(드륵드륵드륵)...통신보안. 어. 여기 XXX초소다. 뒷근무 X소대 일병XXX이랑 이병...어."
짬이 되니까 교대도 그냥 상황병한테 통보한다.
부사수한테 특이사항있냐?고 물어보자, 부사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A병장이 "읎다. 야. 가자!!!"하고 부사수를 데리고 나간다.
"어? A병장님!!! 차량운행 여기까지 못들어오고 mm교통통제소까지 나가서야됩니다!!! B소대 인원태우고오면 얼추 맞습니다!!!!"
"아...알았다!!! 수고들해라!!!!"
A병장일행은 뒤도 안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겨울비 오고 난 다음이 미친듯이 춥지. 사실 눈이 오면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다.
가끔 나나 부사수가 돌아가면서 진입로 눈쓸고 들어올뿐.
평소에는 점령안하는 초소로 휴양시설이 미비한곳이라 서서 노가리나 까고 그러다가 교대를 했다.
"어우~추운데 고생들 했다야. 장구류정리하고 취사장에 컵라면있으니까 먹고들 자. 아. XX야."
"일병 XXX ???"
"너 A병장이 오면 깨우라대. 들렀다가라."
"...??? 아...알겠슴다."
총걸고 장구류 정리하고 모두가 곤히 잠든 그 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침침한 취침등아래에서 A병장 어디있나.찾기도 전에 텔레비전 아래. 상석에서 A병장이 일어났다.
"어. 왔나?"
"예 그렇습니다. 부르셨다고..."
"어...그게...너 라면먹으러 가재?"
"그렇습니다."
"어. 같이 가자."
내가 뭔 사고쳤나?
아냐...사고쳤음 우리 소대내무실에 지랑 내 사이에 다 깨워서 앉아있으라고 하고도 남을 양반인데...
닥치고 A병장뒤를 따라 취사장으로 가자, 내것까지 물받아놓고 기다리던 부사수가 움찔한다.
"아. 괘않다.괘않다. 묵어라."
A병장은 말없이 우리랑 다른 초소철수인원들 라면먹는걸 보기만 했다.
"니들 뭐 따듯한거 마실래?"
그렇게 라면을 먹고 정리하고 취사장정리하고 나오자, A병장은 자판기에 천원짜리를 집어넣는다.
승질머리는 더러워도 후임들 자판기커피정도는 잘 사는 양반인지라, 감사히먹겠습니다.라며 율무차며 우유며 커피를 눌렀다.
"XX야."
"일병 XXX."
"너 있을때 뭔일 없었어?"
"...? 별일없었지 말입니다."
"자고 그런거 아니지?"
"제 짬에 초소에서 어떻게 잡니까. 야. 우리 안잤잖아?"
"그렇습니다. X일병이랑 그냥 이야기하다가 눈쓸다가 그랬지말입니다."
"그래...아...알았다. 마시고 들어가서 자라...욕봤다."
뭐지???
아침에 일어나 간밤에 내린 악마의 똥가루들을 치우고 있는데,
빗자루로 우리가 밀어놓은 눈 휘적휘적 길가로 쓸어내던 병장들이 이상한 말을 한다.
"야. A 밤에 반지하초소에서 귀신봤대."
"귀신? 그 새끼 처자빠져잔거아냐?"
"ㄴㄴ. 점령하러들어가서 10분도 안되서 봤다던데?"
"그으래애? 처녀귀신?"
"미친ㅋㅋㅋㅋㅋ 부사수가 그...삐리한 놈이더만. 깨울때 흔들어서 깨웠대. 그래서 초소가서 개같이 갈구는데..."
갈궜다고??? 둘이 부둥켜앉고있는거보고 순간 성군기위반까지 생각했는데???
"A가 초소 출입구쪽 보고서서 갈구고 있었는데, 초소입구에 웬 할머니가 거꾸로 매달려서 나타났대."
"ㅋㅋㅋㅋㅋㅋㅋ 나왔구만. 홍콩할매귀신."
"야. 그거 우리 이병때 나왔단말 들었는데?"
"훈련때나 들어가는 초소잖아. 하향초소해도 거기 안들어가고 다른데 들어갔으니까."
"어제 우리 소대도 안들어갔던가?"
"제가 어제 새벽초번이었습니다."
"그래? 너는 못봤냐?"
"전혀 못봤지말입니다."
"에잉~재미없네~"
그리고 병장들은 다른데서는 뭐를 봤네하며 빗자루를 휘적휘적 놀렸다.
점심먹으러 중대복귀하고, A병장의 부사수에게 물어봤다. 너도 봤냐고.
"A병장님이 계속 안일어나셔서...결국 흔들어깨웠지말입니다...(그럴땐 그냥 귓구녕을 핥아. 그럼 갈굼안당하고 처맞어.)
그것때문에 A병장님이 기분이 안좋으셔서...교대하자마자 막 갈구다가...갑자기 멈추시길래...뭐지?하고 나도 따라서 뒤를 돌아봤다가...
순찰도는 간부인줄 알았지말입니다...A병장 이렇게 영창보낸다하고...
그런데...초소입구에...머리산발한 할머니가...거꾸로 매달려있어서...너무 무서워서 중대에 TA도 못치고...차마 입구에 눈도 못돌리는데...
그 왜...그런 기분 있잖습니까...그 스산한 느낌이 갑자기 싸악 사라지는 느낌...겨우 용기를 내서 고개를 들었는데..."
"어. 들었는데???"
"그때 X일병님이 초소로 들어오셨지말입니다."
"야이씨...사람보고 비명을 그렇게 질러;;;;;"
"죄...죄송합니다...;;;;"
"아니다. 해본말이여. 그래 좀 괜찮아?"
"철수해서 A병장님은 안드시고 다른 소대 고참들이랑 라면먹고 바로 잤습니다.
그리고 A병장님이 소대장님한테 추워도 그 초소말고 다른 초소가야된다고..."
"어...그려...뭐 그건 너네 소대일인게...그래. 욕봤다욕봤어."
"A일병님은 못보셨습니까?"
"어. 전혀. 상황보고도 하고 눈쓸러들락날락하고 했는데도 전혀."
"다행이지말입니다...솔직히 지금도 무섭습니다."
"솔직히 나는 그런거 실제로 보고싶긴 하거든;;;;"
"말도마십쇼. 진짜 소름돋습니다. A병장님은 소리라도 질렀는데, 저는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어. 알았어알았어. 난 착하게 살아서 그런거 내 앞에 안나타나나봐ㅋㅋㅋ."
그 뒤로 그 초소는 훈련때나 점령하는 초소가 되었고, 밤에는 어지간하면 철수하여 비우게하는 모양이었다.
안비워놔도 적당히 근처 초소나 진지에 4명이 있다가 판정관이나 간부간다고 하면 그때나 가서 있었던척하고 그런는것 같았고,
중대장횽이나 소대장도 별말을 안하는것 같았다.
1년도 채 지나기전에 나는 병장이 되기도 전에, 당직부사관이 되었다.
그리고 야간순찰을...찡얼대는 본부간부랑 도느니 너는 징계 나는 영창.각오하고 혼자 돌아버렸다.
그 겨울밤.
우리 멍뭉이만 있으면 난 그렇게 든든하고 좋은데,
간부들은 이거 괜한짓 시킨다고 걱정했고, 중대원들은 어디 초소에 혼자 들어가냐며 걱정했다.
특히, 그 소대원들은 반지하초소때문에 진짜 걱정을 많이 했다.
"삑!!!"
한밤중 아무도 없는 초소에 들어가 순찰태그를 찍는건 썩 달가운 일은 아니다.
이거 소심한 애들은 이런데 혼자두면 진짜 오줌 질질싸겠다. 싶은 날이 있다.
무월광에 겨울삭풍이 합판으로 얼기설기만든 구형초소틈새를 파고들때 나는 쉬익~소리는,
인간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느날 밤.
호기심에 그 반지하초소에서 바로 안나오고, 탄박스를 초소입구를 향하게두고 벽에 기대앉아 담배를 피워물었다.
항상 데리고 나오는 멍뭉이에게는 부식으로 나온 카스테라를 안먹고 들고와 까서 바닥에 놓아주자, 촵촵촵 소리를 내며 먹기 시작했다.
점령하는 초소에만 두는 TA도 없고, 인터콤도 설치안된 구형초소.
순찰자들이 들고다니는 워키토키도 지지직거릴뿐 통신조차 안되는 반지하초소.
한번씩 불어닥치는 겨울바람이 창문구멍을 가려놓은 두꺼운 비닐막을 후두두두둑치고 지나가고,
언제가? 언제갈거야? 뭐보는데? 라며, 헥헥 거리는 멍뭉이의 숨소리와 지지직 담배타는 소리말고는,
어떤것도 듣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솔직히 뭐여~하며 실망만 잔뜩하고 다음 초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옆소대인원들이 항상 점령하는 초소에 가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반지하초소 들어갔다왔냐고. 괜찮냐고. 귀신안봤냐고. 아 쫌 거기 혼자가지마십쇼!!!라는 후임들의 걱정과 원성을 들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