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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라타가 괴문서의 진의(眞意)를 혼동하여 반색하는 사이, 가네다와 설 휘, 설 은 남매는 지독한 투덜거림을 참아내며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물론 그 견디기 힘든 투정의 주인공은 불을 보듯 뻔했다.
“밥이 없다니! 밥이!”
“하아... 배식시간이 지나서 어쩔 수가...”
“밥이 없어! 남은 밥이 없었다고!”
“사실 밥이 없는 게 아니고, 고기가 없으면 안 드신다고 청연 상께서...”
“으아아아! 으아아아!”
한 마리의 좀비가 되어 연신 같은 말을 중얼거리던 청연은 끝내 절망의 탄식을 내지르며 머리칼을 쥐어 뜯었다. 원망 섞인 푸념은 악성 채권자와 같아서 귀를 틀어막아도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기어코 제 가진 빚을 받아내려 애쓴다. 가장 큰 채무자 중 하나인 가네다 역시 갑갑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한 발 물러서 따라오던 설 휘 역시 동생에게 나직히 물었다.
“저 분이 진정 신경의 전인이 맞는 걸까?”
“어제도 신경과 소통하시는 모습을 보셨지 않습니까?”
“의심하면 안 되는데, 자꾸만 불신의 싹이 고개를 드는구나...”
“오라버니, 저도 같은 마음이나 이 곳 부대장 앞에서 보인 총명함이나 도력의 깊이를 보아 저 분이 신경의 전인이 아니라 말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하아... 신경의 전인과 품격은 함께 존립할 수 없었단 말인가...”
설 휘의 탄식이 깊어지는 것도 모른 채, 청연의 투덜거림은 계속됐다.
“아점을 먹을 수 없다니... 으아아아!”
“아점이요? 아점이 대체 뭐죠?”
“아점 몰라? 아침 겸 점심!”
“그렇게 쌩뚱 맞게 단어를 줄이시니 알 리가 없지요.”
“이게 다 설 산 때문이야! 설 산! 도움은 하나도 안 되면서, 사람 잠 못 자게 밤새 울려대질 않나! 으아아아! 그 놈은 지금쯤 두발 뻗고 자고 있을텐데, 왜 나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고! 으아아아!”
아까부터 계속 설산, 설산 타령하시던데, 대체 그 설산이 뭡니까? 눈 덮인 산? 아직 가을인데 눈 덮힌 산이 울렸다고 하시니 저는 도통 이해가!
“아 그런게 있어! 설 산! 설 산 이 놈!!!”
청연은 대뜸 설 산에 대한 불만부터 토로했다. 가네다는 알지 못했지만 그가 ‘타인을 골탕 먹이기 좋은 소소한 저주 방법’을 배워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이 갑작스레 요동치기 시작했다. 애먼 시간 속에 홀로 남겨진 청연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으나, 문제는 신경을 통한 소통의 시간이 극히 짧고 간헐적이었던 터라 새벽 내 잠을 설쳐야 했다는 사실이었다.
“후하아아 후하아아 산아! 그래서! 내가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후하아아 후하아아”
‘일단은 신경에 들어찬 원한을 풀어내야 합니다. 그 지독한 분노의 감정이 사라져야 신경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도 신경에 서린 한의 기운 탓에 소통이 어려운 듯 합니다.’
“뭐야! 그 한인지 뭔지만 풀면 내가 돌아갈 수 있다 이거야? 후하아아 후하아아”
‘예로부터 전해져오던 귀환의 제가 있다고 합니다. 실효는 알 수 없으나, 일단은 그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한을 풀어라? 말은 쉽네!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풀어! 후하아아 후하아아”
‘어렵게 생각 마십시오. 일단 원인을 알고 바라는 바를 이루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내가 죽인 사람 찾아서 경찰에 신고라도 하라는 거야 뭐야! 후하아아 후하아아”
‘최대한 순리대로 풀어보시고 안된다면 저의 3대조이신 증조 할머니와 할아버님의 힘을 빌면 되지 않을 지요.’
“어후 시끄러시끄러! 도움은 하나도 안 되고 결국 알아서 하라 이거네! 아웅! 후하아아 후하아아, 참고로 니네 조상님들 도움이 안 되는 분위기야! 후하아아 후하아아”
‘신경의 진동이 점차로 약해집니다. 곧 끊길 듯 한데, 그 전에 궁금하신 것은 없습니까?’
“야! 궁금이나 마나... 아차! 여기는 거기 기준으로는 과거지? 이미 다 일어난 일들... 후하아아 후하아아 그럼 나 몇 가지만 물어 볼게, 후하아아 후하아아. 여긴 어떻게 되냐?”
‘안 그래도 앞서 알려주신 내용을 토대로 과거의 사실들을 알아 보았습니다... 헌데...“
“후하아아! 헌데 뭐? 헌데 뭐? 어째 말 꼬리가 늘어지는 게 너 뭐 숨기고 있지?”
‘그... 그것이...’
“뭔데? 뭐냐고! 나 숨 넘어 간다! 빨리 말해! 후하아아”
‘몇 주 후, 벌어지는 대규모 폭격으로 모든 시설이 전소됩니다.’
“뭬! 뭬야?”
‘전시의 기록이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주요 보급선을 제거키 위한 중국군과 독립군의 합동 작전이 이뤄집니다. 폭격과 함께 벌어진 전투에 대부분의 시설이 전소되고, 많은 사상자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찾아 보았으나 생존자에 대한 기록은... 없더군요.’
“야!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죄송합니다. 아! 갑자기 신경의 기운이 불규칙하게... 흔들... 차후.... 시... 소통을...’
“산아! 산아! 야! 임마! 야! 후하아아 후하아아! 여기가 불바다 된다는 얘기만 하고 그만하면 어떡하냐! 야! 산아... 엉엉엉!”
끊겼다 이어지기를 수차례 거듭하던 설 산과의 대화가 끝내 중단 된 것은 새벽 동이 터 올 무렵이었다. 도움은커녕 절망만을 안긴 그런 대화였다. 이후 청연은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으며 신경과 소통키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신경은 다시 쓸모없는 쇳덩이로 변해 불투명한 제 몸뚱이를 청연의 미래마냥 투영할 뿐,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결국 밤을 새다시피 한 청연은 늦잠을 자게 되었고, 그 탓에 배식시간마저 훌쩍 넘겨버린 것이었다.
“설 산이 사람 이름입니까?”
“시끄러 임마! 지금 내 억울하고 답답한 맘 너는 모를꺼다. 들리는 소식은 우울하고, 밥은 없고... 아흥...”
“뭔진 잘 모르겠지만 이제 기운 좀 내십시오. 빨리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곧 보름입니다.”
“보름? 아차! 보름달이 뜨는 날 귀신이 나온다고 했지?”
청연은 가네다의 위로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신경을 통해 들은 설 산의 당부를 떠올렸다.
‘일단은 신경에 들어찬 원한을 풀어내야 합니다. 그 지독한 분노의 감정이 사라져야 신경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가네다...”
“하이!”
“일단 그 귀신인지 원혼인지 그게 나온다는 곳부터 가보자. 이렇게 된 거, 자력으로 돌파해야지! 별 수 있어! 야 증조부! 아니! 설 휘!”
“예!”
동생과의 이런저런 논의에 여념 없던 설 휘가 청연의 느닷없는 호명에 당황한 듯 대답했다. 청연답지 않은 실로 날카로운 눈빛이 쏘아졌다.
“정신 똑바로 차려! 목숨이 달린 일이야! 응? 난 너만 믿고 있단 말이다!”
“아... 네...”
“가네다! 빨리 그 초소인지 망루인지부터 가자! 빨리! 서둘러!”
“아! 안내하겠습니다.”
가네다의 안내를 필두로 청연과 설 휘, 설 은 남매가 뒤 따랐다. 청연이 머물던 창고의 간이숙소는 부대 동쪽에 위치하여 사건이 벌어진 서쪽초소로 가기 위해선 널따란 연병장을 가로질러야 했다. 그 시각 연병장에는 상시적인 제식훈련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수의 병사들은 연병장 구석에 총을 거총시켜둔 채, 나름의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그 중 몇이 설 휘의 뒤를 따르던 설 은을 바라보며 짓궂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어이! 귀여운데?”
“나랑 막사에나 갈까? 내가 죽여줄 수 있는데... 흐흐흐”
당황한 설 은은 걸음을 재촉하여 걷고 오라비인 설 휘가 대신 격앙된 표정으로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수의 군인 무리를 상대로 어찌할 도리가 없음을 알기에 고개를 숙인다. 그때 ‘턱’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설 휘의 머리와 부딪혔다. 앞에서 걷고 있던 청연의 등이었다. 어느새 멈춰 선 청연은 설 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니 동생 가지고 저러는데, 넌 그냥 참고 넘어가냐?”
“하... 하오나... 어찌하겠습니까? 이것이 나라 잃은 설움이 아닐런지요.”
“욕이라도 한바탕 해주던가! 아니면... 이거라도!”
“그... 그게 대체?”
청연이 무리의 군인들을 향해 불쑥 손을 내밀었다. 굳게 쥔 주먹 위로 봉긋이 솟아오른 가운데 손가락, 설 휘로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생소한 모양새였다.
“이 정도는 해줘야 기분이 풀리지! 자! 너도 따라해봐! 이렇게 그래! 주먹쥐고 가운데 손가락만 빠짝 올려! 응! 좋아! 모양새가 나오네! 확 찌르듯이! 높이!”
“이... 이렇게 말씀이십니까?”
청연의 탁월한 지도에 힘입어 설 휘의 가운데 손가락도 군인들을 향해 높이 치켜세워졌다.
“왜...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설 휘마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우자, 그 모습을 본 무리의 군인들 사이에서 미묘한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저 놈들 뭐지? 저건 뭐 하는 거야! 우리한테 지금 삿대질 하는 건가?”
“멍청한 자식! 보고도 몰라!”
“모르겠으니까 하는 말이지! 뭔진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네! 안 그래?”
“그래! 그러게! 괜시리 기분이 나빠지네!”
웅성거림이 커지자 ‘보고도 몰라’란 말을 내뱉은 군인 하나가 슬며시 무리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저 사람... 악명 높은 서쪽 초소의 망령을 없애러 온 조선의 유명한 제령사라는군!”
“뭐! 뭐야?”
“내가 어제 봤잖아! 스기야마 대좌의 방에 나도 저 사람이랑 함께 들어갔는데, 굉장한 작자더군, 생전 처음보는 스기야마 대좌의 나이는 물론이요 생일까지 맞추더라니까!”
“아니 그게 정말이야?”
“그래! 내가 거짓을 지어내겠나? 보통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봐! 그러니 그 손가락 모양의 뜻은 필시...”
“필시?”
“저주같은 것일지도 몰라!”
“뭐!”
웅성거리던 이들 사이에서 큰 탄식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급히 입을 틀어막고는 자신들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내미는 청연의 눈치를 살핀다. 두려움은 무지에서 나오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그들이 바로 그러했다. 명확한 답안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어제 봤잖아!’로 시작하는 일련의 말들은 놀라운 신빙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러한 무형의 신뢰감은 그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했다. ‘불길한 것은 바라보지도 말라.’ 항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쟁터에서 미신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녔다. 그렇게 무리의 군인들 모두가 시선을 내리깔자, 저 멀리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청연이 말했다.
“띨띨이들... 이게 뭔지도 모르겠지? 캬캬캬캬 자 가네다 가자!”
“하... 하이!”
청연이 가네다를 앞장 세워 초소로 향하자, 이번엔 뒤에 남은 설 휘가 멈춰 서서 제 손을 바라본다. 봉긋 솟아 오른 가운데 손가락이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듯 신기한 눈치다. 그러자 동생인 설 은이 다가와 물었다.
“오라버니... 그 손가락의 모양은 대체 무슨 뜻 이길래. 저 무례한 군인들이 일순간에 고요해진 것입니까?”
“모... 모르겠다. 하지만 전인님이 알려주신 대로 그들에게 손가락을 세워 보였더니...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평온해 지는구나... 어쩌면 필시 이것은...”
“대체... 무슨?”
“내 작은 도량으로 전인님의 큰 뜻을 어찌 알겠느냐마는, 아마도 높이 솟아오른 중지와 다른 손가락들의 모양새를 보아 산(山)을 형상화 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산 말입니까?”
“그래 산 말이다. 누가 흉을 보고, 무례하게 굴어도 언제나 그 곳에 있는 산 말이다. 육중히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을 가진 산, 그것이 아니겠느냐?”
“아아... 그럼 군인들도...”
“아마 전인님의 산처럼 큰마음에 감화된 것이겠지...”
“오라버니 치켜세운 손가락 하나에 어찌 그런 큰 뜻이... 역시 저 분은 신경의 전인이 맞군요.”
“그러한 듯 하다. 자! 은아... 너도 어서 중지를 높이 세우거라! 지금은 비록 이역만리 먼 타지에 와 있지만, 항상 저 커다란 산처럼 흔들리지 말고 큰 마음을 갖자꾸나!”
“네 오라버니! 오라버니도 산처럼 큰 분이 되세요.”
설 은 역시 제 오라비를 향해 중지를 높이 세웠다. 서로 중지를 치켜세워 보이는 두 남매의 정겨운(?) 모습, 이를 몰래 지켜보던 군인들도 멀리서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근데 저것들은 왜 자기들끼리 저런 저주를...”
“어이! 쳐다보지 말어... 괜히 재수 옴 붙을라, 우리야 알어? 지들끼리도 사이가 나쁜가보지!”
“어휴! 볼상 사나워라! 난 저 세운 손가락만 봐도 기분이 나쁘구먼!”
그때였다. 날카로운 인상의 젊은 장교 하나가 연병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매서운 눈매로 차가운 표정을 가진 중위 계급의 사내, 바로 가토였다.
“훈련은 않고 왠 잡담들인가? 앙!”
“하! 하이! 계... 계속 훈련을 한다가 잠깐 쉬고 있었습니다.”
“잠깐? 내가 저기서 보고 있었는데, 훈련은 않고 잡담들만 하고 있던데, 그럼 내 눈이 잘 못 되기라도 했다는 건가? 응?”
“으읔!”
가토가 무리의 병사들 중 선임으로 보이는 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날 선 그의 행동에 모두들 놀라 급히 오와 열을 맞추고 다시 훈련에 들어갈 채비를 갖춘다. 군에서 상급자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하물며 잔악하기로 소문난 가토의 명령이니 두 말할 나위 없었다. 그만큼 가토는 사병들 사이에서도 제법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어느덧 연병장에는 다시금 흙먼지가 나부끼고 병사들은 몸에 베인대로 제식훈련을 시작했다. 그제야 조금 기분이 풀렸던지 돌아서는 가토, 그가 등을 돌린 채 저 만치로 사라지자 숨죽이던 병사들 사이에서 ‘크큭’ ‘푸풋’ 하는 참다못해 새어나오는 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괴이한 일이었다. 욕을 먹고 한바탕 혼이 난 후에 웃음이 터지다니, 당황한 병사 몇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뭐야?” “왜?” 같은 말을 던져본다. 하지만 이유를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대충보아도 벌써 십 수명, 가토를 향해 치켜세운 가운데 손가락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었다.
흔한 손가락 욕이 타국까지 흘러와 글로벌화 됨은 물론, 일련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쾌거를 보여준 매우 독특한 광경이었다.
“이쪽은 탄약창이구요. 저쪽에 조금 큰 건물은 사병들이 머무는 막사입니다. 초소는 그 뒤에 있구요.”
그 사이 가네다는 청연을 마치 제 상관인양 모시고, 초소 주변의 내부 시설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 능구렁이 히라타가 일을 떠넘긴 이상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모두 제 탓으로 몰아갈지 모른다는 걱정때문인 듯 했다.
“오오! 저기가 바로 그... 망령이 나오는 곳이라 이 말이지?”
나란히 서 있는 부대 막사와 탄약창 뒤편, 드디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초소가 나타났다. 외견상으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초소이건만, 바라보던 가네다는 제법 긴장이 되는 지 꿀꺽 침을 삼켰다. 햇살이 무르익은 한 낮이건만, 지난 몇 주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도 그의 뇌리에 남아있는 듯 했다.
“네 맞습니다. 저기가 그 유명한 서쪽 초소입니다.”
유명하다는 말과 달리 초소는 사실 말 그대로 평범했다. 부대 외벽에 붙어 있고, 두터운 기둥을 발판삼아 2층 높이에 설치되어 있는 망루였는데, 알량한 나무 사다리 하나가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그것을 타고 위로 오르는 듯 했다.
“오... 오르시죠.”
가네다가 말했다. 기분 탓일까? 어디선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서늘한 냉기를 품어 안은 범상치 않은 바람이었다. 사다리가 흔들리고, 느닷없이 뒤에 선 설 휘의 머리끈이 끊어졌다. 허리를 굽혀 머리끈을 주워든 설 휘가 제 긴 머리칼을 훑으며 말했다.
"좋지 못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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