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조차 밖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선팅을 해놓은 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체 저는 그분들과 이동했습니다
가는 내내 운전자분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인 체 염을 외우시더라고요
평소라면 불편했을 법한 상황인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저는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을 정리해보자 싶었습니다
호기심에 폐건물에 간 일부터 집에 찾아온 정체 모를 귀신도.. 이단아 회원의 여자친구..
그리고 영진이...
이 중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다름 아닌 영진이 녀석입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과연 그 순간에 그런 답변을 했을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과연 그 순간에 그런 행동을 했을지...
제게 도움만 줬던 녀석인데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잘못된 건 아닌지..
정리하려고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더 생각이 얽혀버린 거 같았습니다.
엉덩이가 들썩 들썩거릴 만큼 튀어 오르는 진동이 느껴짐에 정신을 차려 주위를 살폈습니다.
시꺼먼 창문 밖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것들은 울창한 나무들인 거 같았죠
아마 산속으로 들어왔겠거니 싶었습니다.
통통 튀어 오르던 차가 멈추고
문 옆에 앉아 계시던 중년의 여성분이 먼저 나가시는 걸 시작으로 우리 모두 차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우거진 숲 안에 넓은 공터.. 그 끝자락에 걸쳐있는 조그마한 오두막 한 체..
당연한 듯 우리 모두 오두막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나무로 만든 대문부터 거대하게 그려져 있는 卍이라는 글자가 그들의 신분을 증명해주는 듯했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니 3개의 별체가 있었는데
각기 벽면에 처음 보는 한자들로 장문의 글귀가 쓰여 있었죠
별 체마다 쓰여있는 한자들이 다 다르더군요
3개의 별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두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별체로 들어가셨습니다.
저라고 뭐 별 수 없이 따라 들어갔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이였죠
옛날 여인숙에나 깔려 있을법한 누리끼리한 장판을 제외하고 TV에서 보았던 불상이라던가 무섭게 생긴 그림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안해질 만큼 정말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방이였습니다.
각자가 들고 온 짐들을 풀어 놓으니 밖에서 차 한 대가 더 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검은색 SUV 차량이었는데 차 문이 열리니 서너 명의 장정과 한 분의 노년의 여성분이 내리시더군요
그 뒤로 정장 입은 두어 명이 한 사람을 데리고 나왔는데
다름 아닌 이단아 회원님의 여자친구 .. 그녀였던 겁니다.
대낮에 여러 명의 무속인 분들과 있음에도 불구하고
끌려 나오는 그녀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에는 제갈을 물고 하얀 헝겊으로 손이 묶인 채로 끌려오는데
저를 보더니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는 겁니다.
저보다 더 덩치 좋은 장정 두 분이서 비틀거릴 만큼 몸부림치던 그녀를 본 척도 안 하고
노년의 여성분이 제 앞으로 걸어오시더군요
노년의 여성은 제 얼굴을 한참을 보시더니
제 주위를 빙빙 도시는 겁니다.
몸을 세우시지 않고 주위를 돌며
시선이 어느 특정 부위에서 멈출 때마다 연신 쯔쯔쯧 혀를 차시면서 온몸을 훑어보시더니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중앙 별체로 들어가시더군요
비틀거리던 장정 두 명도 그녀를 데리고 노년의 여성을 따라 들어가는 걸 보고
저도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제가 나갔다 들어오는 동안 별체 안은 분주하게 무언가 준비했는데
방 중앙에 놓여진 포대안에 흰색 가루를 각자 그릇에 퍼가고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태운듯 방안은 연기로 자욱했었고 풀었던 짐 보따리는 다 치워 없어지고
흰색의 소복같은 옷을 입은 남성들은 각기 장구 하나씩 몸에 지니고 앉아있었습니다.
너뎃명의 여성들은 모두 적색 치마에 청색 저고리를 입고 방에 무엇인가 뿌리고 있었는데
간혹 장구를 품에 앉은 남성분들과 발버둥 치는 이단아 회원님의 여자친구분까지 저를 제외한 모두에게
뿌리더니 각자 자리를 찾아 앉더군요
개중 중년의 여성 분만 오색의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머리에 무엇인가 깃이 달린 모자를 쓰고 계셨는데
품행이나 간혹 꺼내는 언행이 이곳에 오기전 그분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차갑고 칼칼했습니다.
노년의 여성분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모두 앉아 있는 체로 고개 숙여 인사를 표하고 있었는데
대뜸 저에게 옆방에서 처박혀 있으라는 말씀을 하신 뒤 사람들에게 뿌렸던 가루를 본인에게도 뿌리시더니
여자친구분 옆에 앉으시더라고요
가만히 넋 놓고 지켜보던 저에게 한 여성분이 오시더니 이쪽으로 오라고 하시더군요
대문을 들어와 가장 눈에 띄었던 왼쪽 별체 문을 여니
사람 두어 명은 들어갈 법한 큰 나무통이 있었는데 비릿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붉은 물이 반쯤 차 있더라고요
겉옷을 입고 들어가셔도 상관없으니 우선 들어가셔서 어머니가 나와도 된다 하시기 전엔
절대로 이 물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시곤 나가버리시는 겁니다.
비릿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물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냥 혼자 남겨진 방에서 통 앞에 쭈그려 앉아 있으니
밖에서 불호령이 떨어지더군요
뭣 하는 걔야! 네놈 때문에 진행이 안되고 있지 않느냐!
물론 저에게 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칠순 아니 팔순을 바라보지 않을까 싶은 노년의 여성의 호통에
저도 모르게 속옷만 빼고 모두 벗은 뒤 안으로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막상 물속에 들어가니 밖에서 느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역겹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 헛구역질이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잠잠했던 옆방에서 조금씩 장구 소리가 들려왔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니 징 소리와 장구 소리가 집을 흔들 정도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옆방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을 위한 상황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울리던 소리가 멈추더니 중년의 여성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한 사람 잡아봤자 네년이 갈 곳은 없다는 둥..
대충 그녀에게 씐 령에게 하는 말이겠지만 참 모질고 모욕적인 말을 섞어 궁지까지 몰아붙이기 시작하시더군요
별다른 반응이 없는지 중년의 여성 목소리를 제외하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몰아치는 중년 여성의 말 사이에 난생처음 들어보는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듣기 거북한 소리였는데 마치 두꺼비가 사람 말을 한다면 저런 소리가 나겠구나 싶은
목소리였습니다.
대부분은 두서없는 욕설뿐이었지만 간혹 첫 만남 때 들었던 여자친구분의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중간중간에 들려오더군요
날이 저물고 어두운 공간에서 촛불 두어 개에 의지해서 혼자 있으려니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 새끼 어딨어! 그 새끼 어딨어!!!! 민혁 씨! 민혁 씨! 어디 계세요!? 민혁 씨!!!
요망한 년 어디 뱀에 혓바닥을 놀려! 엄한 놈 꾀어 또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는 그녀에게 노년의 여성이 식이 진행된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바로 옆방에 있는지 모르는 듯 연신 저를 찾으려는 그녀의 절규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습니다.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촛불이 일렁일 때마다 분위기조차 으스스하니 혼자 있는 공포가 더해지더군요
그때마다 저는 욕조 안 물 속 깊이 몸을 담갔습니다.
비린내 따위는 지금 온몸을 감싸는 공포와 비교할 바가 안되었죠
쿠당탕! 소리와 함께 노년의 여성에 짧은 신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연이어 남녀 할 것 없이 짧은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을 부시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타다닥! 타다닥! 나무마루에 여러 명의 발소리가 미친 듯이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 방도가 없는 저는 물속에 입까지 잠근 체 숨죽이고 있었죠
멀어졌던 발소리가 순식간에 저와 거리를 좁히더니 아주 조금씩 정말 천천히 제가 있는 방 문을 열더군요
문틈 사이로 달빛이 들어와 훤히 제가 있는 방을 밝혔습니다.
짖은 어둠이 푸르스름해진 정도 수준이지만 밖에서 안을 보는 데에는 충분한 빛이었죠
방문이 열리고 틈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그녀였습니다.
보다 더욱 산발이 된 머리칼..
충혈된 눈이 무척이나 빠르고 분주하게 방안을 훑었습니다.
문지방을 넘어온 왼쪽 다리와 반대로 오른쪽 다리는 밖에 고정한 체 고개를 넣어 구석진 곳까지 살피더군요
나무통과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충분히 찾았을 법한데 그녀는 마치 제가 안 보이는 듯 한참을 둘러보더니
나갔습니다.
어느새 제 자신이 숨을 참고 알았습니다.
숨을 들이켜는 소리에 다시 들어올까 봐 겁이 난 저는 정말 천천히 숨을 쉬는데..
어딨어!! 어딨어!!!!!!!!!!!!!!!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옆방에서는 노년의 여성의 신음소리와 그녀를 걱정하는듯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미친 듯이 이방 저방 두차례다 제가 있는 곳을 포함하여 살피더니 옆방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조용해지더군요
쩌벅 쩌벅 천천히 걷는 듯 아주 조용히 나던 소리는 밖으로 멀어졌습니다.
물속에 장시간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피부는 쭈글쭈글해지고 머리도 핑 도는 거 같아 조심히 통 밖으로 나와 문틈 사이로 밖에 상황을 보려 했죠
아니 그런데 집 마당에 영진이 놈이 서있는 겁니다.
서있는다기보단 서있는 모습이 보이자마자 그녀가 달려들어 둘이 바닥을 뒹굴더군요
영진아!
너무 놀란 나머지 저도 모르게 방문을 박차고 나와 소리치게 되더군요
미리 달리 들것을 알았는지 영진이 녀석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올라타 있는 자세로 대치하고 있었는데
산 짐승처럼 그녀는 영진이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듯 행동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군요
노년의 여성이 중년의 여성에게 기대어 밖으로 나와계시더군요
섣불리 도와주려 했다가 봉변을 당할까 봐 그런 건지 아무도 영진이와 그녀를 떼어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이 흐리니 포기한 듯 그녀의 고개가 바닥으로 떨어지더군요
조용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던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던 영진이 놈이 갑자기 일어서서 그녀를 밟기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 보는 폭력적인 영진이 모습에 저도 모르게 겁이 나더군요
저는 영진이에게 뛰어가 그 녀석을 말렸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인지 옆에 서 계시던 남성분들도 뛰어내려와 그녀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야 인마! 정신 차려!
그 녀석을 흔들면서 소리쳤죠
그 소리에 반응한 건지 더 이상 그녀가 보이지 않아 흥분이 가라앉은 건지 모르겠지만
녀석에 숨소리가 안정을 되찾더군요
하.. 여기 있었냐?
본인도 진정이 됐는지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저분들이 해결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따라왔는데... 너는 여기 어떻게 온 거야? 병원은?
.........
몸은 괜찮아? 몸도 안 좋은 놈이 야 인마 아까는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냐?
뭐가..
너말야 너 갑자기 사람이 돌변해서 말이야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뭐가 무서워? 귀신이 무섭냐? )#(%)(!#%*)(!#*%)#(!%*(!)!!!!
귀신이 무섭냐라는 말 뒤에 폐 정신 병동에서 그녀가 냈던 괴상한 소리를 내뱉는 겁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영진이 놈을 봤는데
그녀와 똑같이 하늘을 보며 눈알을 굴리더군요
온몸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죠
C발 거기 숨어있었어? 키키키키 저 년이 숨겨줬구나? %(!#%()%#(
기괴하게 뒤틀린 자세로 노년의 여성을 노려보던 영진이가 저를 질질 끌고 나가려고 하더군요
근데 왜인지 대문 밖으로 나가려는 영진이의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나가질 못하고 있는 겁니다
천천히 저에게 다가오던 소복의 남성들이 영진이를 에워싸 놈을 포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버둥 치는 게 여성에서 남성으로 뒤바뀌니 너뎃명의 남성들이 쉽사리 제압하지 못하더군요
향냄새가 진동하는 밧줄로 포막 당한 영진이는 사람들의 손에 중앙에 있던 방안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이미 문짝은 나가떨어지고 방안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서 다시 끔 장구를 치며 징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그녀에게 했던 것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물론 소리로만 듣다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나 대화를 하는듯했던 그녀와는 달리
영진이 놈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더군요
행여 귀신 때문에 영진이 녀석이 잘못되는 건 아닌가 덜컥 겁이 나 방 밖 마루에 앉아 무사하길 비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두웠던 공간에 붉은빛으로 밝혀질 무렵 북과 징 소리가 줄어들고
모두들 땀범벅인 몸으로 영진이를 앉고 세 번째 방으로 데려다 눕혔습니다.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하여 밖으로 나오는데 모습은 달라질게 없지만 서로 한참을 울었는지 두 얼굴이 퉁퉁 부은
이단아 회원님과 여자친구분이 걸어 나오시더군요.
아무래도 심령 스폿을 다녀온 이후로 여자친구분이 이상해 이분들에게 부탁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서로 몸을 의지하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니 참 다행이구나 싶더군요.
곧이어 방에서 나오신 분은 다름 아닌 노년의 여성분이셨는데
진이 빠졌는지 10여 년은 더 늙으신 듯 노년의 여성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제 옆에 와 앉으시며 말했습니다.
못난 놈이 더 못난 놈을 만나 아주 개고생했구먼
저로서는 그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노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려 영진이 상태를 묻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못난 놈.. 더 못난 놈..
영진이가 누워있는 방을 손가락질하며 말씀하시더니 다음엔 저를 향해 손가락질하시더군요
의식이 다 끝난 뒤 방을 정리하던 여성 한 분이 영진이가 입었던 옷을 노인에게 건네 줬는데
받자마자 저에게 주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복이라곤 지지리도 없는 놈은 인복두 읍성
그 말만 하시곤 끙끙 앓는 소리를 내시며 일어나 나가시는 노인을 보고 영진이의 상태를 물어보진 못 했습니다.
단지 영진이가 입고 있던 옷에 볼품없이 빨갛게 새겨져 있는 제 이름 세 글자를 보고
그날 영진이 옆에서 하염없이 우는 게 다였습니다.
2개월 남짓 병원에 입원해 있던 영진이 병문안을 저는 하루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온몸에 실핏줄이 다 터지고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입술이 다 찢어져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만
워낙 튼튼한 놈이라 생명에 지장까진 없었던 거 같습니다.
2개월 동안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에 하루도 빠짐없이 병문안을 갔던 저에게 그놈이 분위기를 잡더니
처음으로 그때 이야기를 자세히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