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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하순 소백산 중턱인 경북 영주시 단산면 마락리 민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곳은 강원도 영월로 넘어가는 고치재 인근의 산간오지. 이해 3월 21일 밤11시께 이 마을 이장 유태근(40)씨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와 풍산개가 갑자기 낑낑거려 방문을 열었더니 생후 2개월된 풍산개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동안 건강한 개였고 죽은 몸 어디에도 상처하나 없었다.
그리고 6일 뒤인 27일 밤12시께 또다른 풍산개가 갑자기 비명을 질러 유씨의 노모(78)가 방문을 열자 개가 방안으로 뛰어들어와 넋이나간듯 방안을 몇바퀴 돌다 그 자리서 숨졌다.
함께 키우던 진돗개는 이날 밤 없어졌다. 죽은 풍산개는 방안으로 뛰어들었을 때 겁에 질린 듯 입에서 침을 흘리며 신음하다 곧바로 죽었으며 앞서 죽은 새끼 처럼 외상도 전혀 없었다. 유씨의 노모는 “당시 방문을 열었을 때 붉은 빛을 띤 송아지만한 맹수가 산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호랑이 추정 맹수흔적 곳곳서 발견
같은 마을 주민들도 새벽이나 한밤중에 호랑이 울음소리 같은 짐승 우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용맹하다는 풍산개가 겁에 질려 제풀에 죽고 진돗개가 없어지는가 하면 송아지만한 짐승 이야기가 퍼지면서 주민들은 ‘호환(虎患)’ 불안에 떨었다.
같은 해 4월에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천마을 인근 밭에서 가로 6㎝,세로 7㎝ 크기의 짐승 발자국 20여개가 선명히 찍혀 있는 것이 주민에 의해 발견되는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비슷한 크기의 발자국이 10여차례나 발견됐다.
한달여 뒤인 5월20일 강원 영월군 서면 쌍용리 산에서 호랑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40여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특히 지난해 11월초 경북 예천군 상리면 도촌리 쌍학마을에서 맹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일자형 발자국과 몸통 절반이 뜯긴 고라니가 발견됐다.
이보다 2개월전인 9월께 경북 영천에서 무게 30kg의 고라니가 물어뜯긴 채3m 나무위에서 발견되고 주위에 6cm크기의 파워패드(발톱으로 할퀸 자국)가 있었다. 무게가 30kg이나 되는 고라니를 3m 나무위로 끌고 올라갈수 있는 맹수는 호랑이와 표범 뿐이다.
이보다 2년전인 1998년 8월 경북 안동시 북후면 학가산 정상에서 등산객이 길이 2-3m, 키 1m가량 되는 호랑이로 추정되는 큰 산짐승을 목격했다고 신고했다.
또 강원 태백등지에서도 대형 짐승발자국이 발견되는 등 태백산맥 줄기를 중심으로 호랑이로 보이는 동물의 흔적들이 나타났다.
그 같은 흔적들을 추적한 대구문화방송이 최근 경북 청송의 한 깊은 산속에서 그 동물을 촬영, 일부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한국호랑이가 틀림없다고 주장하며 8월2일 화면과 함께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한국호랑이 생존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환경부는 전문가들로 호랑이 여부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확인조사에 나섰다. 다른 전문가들은 호랑이가 아니라 살쾡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어 호랑이 논란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러시아 전문가 “호랑이 가능성 높다”
대구문화방송(MBC)은 2일 "지난 6월22일 새벽3시44분 경북 청송군의 한 깊은 산속에 설치한 무인 센서 카메라(소니 TRV 20카메라, TM700V 센서)에 야생 호랑이가 찍혔다"고 보도했다.
문화방송측은 "촬영된 화면의 밝기 조절과 노이즈를 제거하는 필터링등 화면 개선작업을 거친 결과 왼쪽 앞발과 허벅지 안과 가슴, 배 등에 호랑이 특유의 줄무늬가 뚜렷하게 드러난 것으로 미뤄 야생 호랑이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촬영된 동물은 무인카메라에서 4.5m가량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의 조명이 켜지자 왼쪽 앞다리를 한 번 움직이고 고개를 들어 카메라 반대편을 1분 정도 쳐다본 뒤 사라졌다.
화면을 감정한 전문가들은 이 동물이 S자 모양의 긴 꼬리와 흰 뺨, 흰가슴, 뺨의 줄무늬 등이 선명하게 있으며 꼬리를 제외한 몸 길이가 120cm 정도인 것으로 미뤄 생후 24개월쯤 된 개체가 어미와 떨어져 자기 영역권을 찾아 다니다 카메라에 찍힌 것으로 추정했다.
특별취재팀에 참여한 야생동물연합 의장 한상훈 박사는 "카메라에 찍힌 동물의 모습에는 호랑이의 특성이 6가지나 있어 호랑이가 틀림 없다"고 말했다.
한국야생동물연구소장 한성용 박사는 "피사체가 비교적 어린 것으로 미뤄 주변에 최소한 어미와 아비, 형제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또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극동지역 연구소의 호랑이ㆍ표범 전문가도 방송 촬영화면을 검토한 결과 "주민들의 증언을 직접 듣지 못했고 화면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화면에 나타난 피사체의 특성과 촬영현장 여건으로 볼 때 어린 호랑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호랑이로 추정되는 동물이 촬영된 곳은 토끼와 담비, 고라니, 오소리등 각종 야생동물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호랑이가 서식할 만큼 풍부한 먹이사슬이 형성된 곳이고, 93년과 97년, 2000년 등 3차례에 걸쳐 현지 주민들의 호랑이 목격담이 계속 있었다고 방송사측은 설명했다.
이번 호랑이일 가능성도 있는 동물을 촬영한 것은 지리산에서 야생 반달곰을 촬영한 이후 두번째 쾌거라 할 수 있다.
환경부 조사단 구성, 일부선 “틀림없다” 확신
환경부는 대구문화방송의 보도에 따라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 정밀조사에 나섰다.
조사단은 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 야생동물과장과 양병국 박사, 오창영 전서울대공원 동물부장, 교원대 김수일 교수, 우한정 한일야생생물연구소장, 한성용 한국야생동물연구소장, 권수완 삼성에버랜드동물원 차장, 한상훈 야생동물보호연합 상임대표 등 관련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3일부터 10일간 호랑이 촬영지역으로 알려진 곳의 호랑이 서식가능 여부, 출현 흔적 등을 현지 정밀조사하고 대구문화방송이 촬영한 화면에 대한 정밀분석작업을 벌여 진위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환경부는 정밀조사 결과 호랑이로 판명될 경우 종합적인 호랑이 보호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밀렵감시단을 투입해 밀렵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호랑이 서식여부 논란이 벌어지자 호랑이표범 서식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렇다할 심증을 굳히지 못했다.
이 조사단의 한사람으로 7년째 호랑이 존재 여부를 추적해 온 한국야생호랑이ㆍ표범보호보존연구소 임순남(45) 소장은 "경북 북부지역을 비롯한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견된 흔적과 서식환경 등을 감안할 때 호랑이나 표범이 틀림없이 생존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임 소장은 휴전선 철책으로 인해 북한으로 가는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휴전선에서부터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강원도, 경북, 경남지역 산속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 발견지점도 태백산맥 줄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호랑이나 표범이 야행성인데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워낙 깊은 산중에 서식하기 때문에 실체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에 장기간 설치하고 잠복해야만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 대구문화방송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발견된 발자국과 흔적 등으로 짐작할 때 우리나라에 호랑이와 표범이 각 10마리 가량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경북북부 지역의 호랑이는 지난해 강원도 산불로 남하한 뒤 그대로 눌러앉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비무장지대, 소백산, 지리산, 경북북부 등지에서 호랑이ㆍ표범추적활동과 함께 지금까지 발견된 배설물과 발자국, 영역표시 흔적과 주민 목격담을 토대로 생태지도를 제작중이다.
남한에서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호랑이가 사살된 것이 마지막 공식기록이다.
북한지역 백두산 등에 서식 추정
그렇다면 북한에는 한국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을까.
1997년 8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백두산 소백수골에는 범과 같은 희귀한 산짐승도 있는데, 이것들은 정일봉 소백산 사자봉 곰산 일대의 넓은 구역들을 활동무대로 하여 먹이 활동을 벌인다"고 보도했다.
또 강원도 고산군, 세포군 일대에 솟아있는 추애산과 자강도 룡림군 와갈봉에도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특히 지난 4월27일 "묘향산 백운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되어 있는데 호랑이, 곰 등의 활동흔적도 발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평양의 언론들은 구체적으로 북한지역에 몇 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는지는 한차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지역에는 백두산호랑이가 지린(吉林)성에 7~9마리, 헤이룽장(黑龍江)성에 5~7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헤이룽장성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습격을 받아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두번이나 일어났으며, 지린성 옌볜(延邊) 둔화(敦化)시 지역에서는 방목하고 있는 소들이 호랑이에 의해 많은 피해를 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둔화시 지역에서 방목되고 있는 소를 잡아 먹은 호랑이는 발자국이나 배설물 등으로 보아 수놈 2마리와 암놈 1마리인 것으로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http://weekly.hankooki.com/whan/200108/w200108081605556151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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