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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898700
    작성자 : murakumo
    추천 : 11
    조회수 : 761
    IP : 121.173.***.135
    댓글 : 70개
    등록시간 : 2015/06/07 18:29:41
    http://todayhumor.com/?freeboard_898700 모바일
    현재 여성혐오 논란 자체가 선동성이 강합니다.

    사실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되기가 어려운 집단입니다. 혐오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보세요. 싫다. 끔찍하다. 연관되고 싶지 않다. 이런 감정을 베이스로 깔고 가는 것이 혐오입니다. 때문에 혐오는 나와는 다른, 그리고 내 의지로 내 삶에서 배제할 수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가 혐오의 단골 메뉴가 되는 것이죠.

    헌데 현재 남성의 90%가량은 이성애자입니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여성에게 끌리고, 그 중 태반은 여성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여성을 '혐오'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혐오하는 대상과 인생을 공유한다는건 대단한 고통이니까요. 실제로 미국 기준 혐오 범죄의 발생 비중은 1위 유태인, 2위 동성애자, 3위 흑인입니다. 여성에 대한 혐오범죄는 따로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마이너하죠.

    그렇다면 이성혐오가 존재하지 않느냐? 존재하긴 합니다. 왜냐? 이성과 삶을 공유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존재하니까요. 아예 이성과 관계되지 않겠다는 사람은 이성혐오가 될 수 있고, ㅇㅂ처럼 한국인 이성과 관계되지 않겠다(그게 실제로 가능한지는 차치하고)는 사람은 자국이성혐오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골적인 여성혐오를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ㅇㅂ에 있고, 노골적인 남성혐오를 보이는 사람들은 현실 남성과 관계될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주로 연예인이나 서브컬쳐를 파는 경우가 많죠).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여성혐오가 사회를 뒤덮는' 상황은 발생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평등한가? 아뇨. 아직은 평등과 거리가 멀죠. 혐오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등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간단한 예시로 강아지를 혐오하는 상황은 많지 않습니다만 강아지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은 굉장히 드뭅니다. 마찬가지로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진정한 의미로 여성과 남성이 완벽히 동등한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 역시 아직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메르스갤과 여시를 필두로 한 집단들은 어째서 평등이 아닌 여성혐오의 타파를 외치는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 쪽이 선동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평등 문제는 복잡하고, 여러가지 제반 상황의 영향을 받습니다. 정치, 종교, 경제, 기술, 역사, 사회구조, 그리고 개개인의 인식까지. 이러한 복잡한 문제는 아무래도 간단하게 뛰어들거나 의견을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허나 문제를 '여성혐오'라는 한 가지로 압축해버리면 다른 모든 제반 상황이 털려나가고 오직 '개개인의 인식'만이 남습니다. 이렇게 되면 말을 하기가 굉장히 편해집니다. 이미 답을 한가지로 줄여버린 셈이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중요한 점이 하나 있는데, 평등이 아닌 '혐오'를 문제삼게 되면 '적'을 설정할 수 있게 됩니다. 평등 문제에는 명확한 적이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가부장제'라는 관념 자체가 적인 셈인데 가부장주의자는 다양한 위치와 연령, 성별에 걸쳐 분포합니다. 여성 내에도 가부장주의자는 많습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남자는 여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가부장적 전제에서 시작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를 '여성혐오'로 호도할 경우 적이 분명해집니다. 자기혐오가 아니고서야 여성이 여성혐오를 할 리는 없죠. 결국 적을 '남성'이라는 눈에 보이는 실체로 규정하여 공격을 용이해지고,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원적 구도를 형성해 '피해자'라는 동지의식 하에 여성들을 선동하여 결집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을 설정하여 결속을 도모하는 행위는 역사 속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제3제국의 독일인들이 그랬고, 관동 대지진 당시의 일본인들이 그랬죠.

    허나 알아야 할 점은 이러한 문제의 호도와 흑백구도 형성의 끝이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변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과거에 페미니스트들이 성대결 구도를 형성하여 '억압하는 남성, 핍박받는 여성'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는 결국 페미니즘 운동의 동력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대중이 더 이상 그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 없었으니까요.

    젠더 문제는 섬세합니다. 무작정 한쪽에 들이부어서도, 한쪽을 덜어내서도 안되죠. '성별의 차이를 떠난 평등'이라는 원칙에 철저히 의거하여 의무와 권리를 재분배해야합니다.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여성전용' 제도들이 성평등에 기여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 원칙을 무시하고 섣부른 특권부여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흑과 백을 나누고 '정의'의 편에 서서 '적'과 맞서 싸우는 쾌감과 카타르시스. 그 충만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그렇게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피해자' 역할에 심취하기보다는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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