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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웠다.
정말 너무나도 선명한 꿈이다.
한 노인을 죽이는 꿈.
칼로 처참하게 난도질하는 꿈.
그런 꿈이다.
그러나 그 꿈이 얼마나 생동감있는지 깨어나더라도 손의 감각이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그 다음날, 그 사건 자체가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그래, 이건 예지몽이다.
한두번이 아니다.
과거에도 몇번인가 이런 꿈을 꾼적이 있다.
그냥 악몽이다싶어 넘어갔지만,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너무도 무서워졌다.
그래서 며칠째 잠을 안자고 있지만.
이젠 한계다.
또 그 빌어먹을 예지몽을 꾸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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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인가.
꿈에서의 난 또 그 범인이 된다.
범인의 찐득한 살기와 더러운 기운이 역겁기만하다.
놈은 으슥한 골목에 몇 시간동안 숨어 앉아 누군가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누군가를 꼭 죽여야겠다는 인내심.
싸이코같은 새끼다.
'또각또각'
그 순간 들려오는 하이힐 소리.
놈의 고개가 돌아간다.
빨간색으로 염색한 긴머리의 여성.
검정색 핸드백을 손에쥔채 곧 엄습할 위기를 모르며 웃으며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놈은 그 여성을 향해 조용히 하지만 신속하게 다가갔다.
이미 암습을 하는데에 익숙해진듯한 몸놀림.
그리고 그 뒤에 서서.
찌른다.
푹.
그 고통에 여성은 비명을 지르겠지만, 그럴 사이도 없이
푹.
성대를 도려낸다.
그리고 최대한의 고통을 주겠다는 듯이.
푹푹푹푹.
급소를 피한체 이곳저곳을 난도질한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촬영.
찰칵.
찰칵.
사진을 찍고나선 그대로 사라진다.
여성은 아직도 살아있다.
하지만 곧 과다출혈로 죽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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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네!"
잠에서 깨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감각.
처음엔 적응하지 못해서 구역질을 해댔지만, 이젠 그나마 괜찮아졌다.
단순 악몽도 아니고, 곧 벌어질 예지몽이라는 것이
나를 더욱 괴롭혔다.
정신을 차릴겸, 정수기에서 차가운 냉수를 따라마셨다.
그리고 약봉지를 하나 뜯어 꿀꺽 삼켰다.
최근 꾸게된 악몽때문에 먹게된 정신약이다,
[띵동]
"누구세요?"
그때 울리는 초인종소리.
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무시했지만, 뒤이어 연달아 계속 울리는 초인종.
난 짜증을 내며 문을 벌컥 열었다.
"누구시냐구요...억!"
그 순간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나를 밀치며 땅바닥에 눕힌다.
그리고 팔을 거칠게 뒤로 끌어올려 제압. 갑작스러운 충격에 어깨가 빠질것 같은 고통이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수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수 있고 당신의 모든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수있다."
그리고 갑자기 미란다원칙을 읊기 시작하는 남자.
"무...무슨 짓이에요?"
"당신을 연쇄살인혐의로 체포합니다."
이어서 경찰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와 나를 연행하기 시작한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그냥 예지몽을 꾼 것 뿐이야!"
절규했다. 왜 내가 살인범이라는 것인가.
왜 내가 범인대신 이런 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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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악몽이다.
너무나도 끔찍한 악몽에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예지몽.
정말 편리하고 유용한 능력이다.
"그러니까...."
침대 옆에 놓여진 탁자 위의 사진을 바라본다.
빨간 긴머리의 미모의 여성.
"얘를 죽이면 걸린다는 거잖아?"
찌이이익-.
사진을 찢고나서는 다시 자리에 눕는다.
"후.. 경찰에게 잡히는 건 정말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