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0여분 만에 시장을 떠났다. "장사에 방해만 된다"며 상인들이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저지에 당황한 안 후보는 잠시 시장을 돌며 인사를 나눈 뒤 다음 현장 유세 장소인 동성로로 서둘러 이동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영남 민심의 척도로 통하는 서문시장을 찾았다. 당초 안 후보는 이곳에서 1톤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소방서와 시장 상인들의 저지로 연설도 하지 못한 채 유세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서문시장 한 가운데 주차빌딩 1층에 자리잡은 대구 중부소방서 대신 119 안전센터에서는 만약에 있을 긴급 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소방서 앞에 넓게 가이드라인을 쳐 놓았고, 상인들은 무대앞에서 연설을 하지 못하도록 오토바이 등으로 막아서기까지 했다.
상인들이 이처럼 몸으로 저지에 나선 것은 전날 조원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태극기부대를 몰고와 3시간 동안 시장을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연일 정치인들이 앞다퉈 시장을 찾고 있지만, 이런 정치인들의 발길이 정작 시장 상인들에게는 마이너스만 되고 있는 상황을 견디다 못한 상인들이 뿔난 것이다. 시장 상인 A(58)씨는 “가뜩이나 불경기에다 지난해 연말 화재사고 까지 겹치면서 장사도 안되는데, 이곳을 찾는 정치인들로 시끄럽기만 하고 싸움만 자꾸나 시장을 찾는 손님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푸념했다.
대구 서문시장은 서문시장은 선거철마다 문턱이 닳을 정도로 정치인들이 단골로 찾는 곳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즐겨찾던 정치적 텃밭이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등으로 장미대선이 시작된 최근에는 ‘보수의 성지’로, 각 대선 주자들이 대표적인 보수주자 부재로 갈 곳을 잃은 부동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앞다퉈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평양시장, 강경시장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시장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영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