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기운이 다 떨어지고도 벌써 20여 분 동안 집 앞에서 계속 일정한 시간 동안
그것도 침착한 목소리로 애들을 한 명씩 부르는 저놈은 도대체 뭔지
진짜 귀신이라도 붙은 건지 처음엔 당황스러워 정신이 없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무서움이 연습했습니다.
아까 통화한 영진이 녀석은 야속하게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지 말라고만 하고..
어? 멈췄다...
탁탁탁!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비명을 지를 뻔했죠
반지하 불투명 유리 밖에 사람 형상이 떡 하니 서 있는 겁니다.
민재야..
톡톡톡
상욱아..
훈식아..
이건 귀신이고 나발이고 사람이라는 게 확실하더라도 정신줄을 잡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 순간 전화가 울렸습니다.
민재에게서 온 전화였는데 친구 놈들끼리 모여서 낮술을 하고 있다네요
저보고 어디에 있으니 오라고 했는데 웃긴 건 영진이 녀석도 조금 전 합류했다 하더라고요
내가 무슨 일을 당하는지 알 놈이 낮술 까는 놈들 사이에서 시시덕 거리는 꼴을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아서
바꾸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습니다.
흥분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영진이 놈 이 전화를 받자 바로 욕을 한 바가지 해줬습니다.
이 씨 XX 아 네 지금 내가 지금 무슨 상황인지 말해줬지? 난 X나 심각한데 술을 처먹으러 어디를 가?
친구 X 끼도 아니다 진짜 와
평소 친구들끼리 감탄사로 욕을 난발하던 사이기에 상처받진 않았을겁니다
그래도 경우가 경우인지라 입에 나오는 대로 심한 말을 쏘아대니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미X놈아 그냥 문 열고 나와
걔 어차피 네가 코앞으로 지나가도 아무 짓도 못한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지 말고 숨죽이고 닥치고 나와
어차피 너한테 설명할 것도 있고 이 새끼들도..
아무튼 빨리 기 나와 겁 처먹지 말고
아. 여기 도착할 때까지 닥치고 와야 한다
그놈이 뭐라고 진짜 쌀쌀맞게 툭툭 뱉는 말인데 욕지거리를 한 보따리 풀어서 그런지
화도 누그러들고 뭔가 이 자식 말만 들으면 괜찮겠네 싶더라고요
그 길로 저는 개구멍부터 시작해서 현관 눈구멍까지 확실히 확인 후 밖으로 나갔습니다.
막상 나가보니 창문 쪽에 아무도 없었고요
뭐야 X 발 별거 아니네 속으로 생각하며 그놈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향했습니다.
대낮이라 해는 떠있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까지 나오니 진짜 별거 아니더군요
반지하라 어두컴컴 허니 습기도 많고 으스스 한 기분에 민감했나 봅니다.
그렇게 그놈들과 합류하니 다 들 죽어있더군요..
아.. 아.. 진짜 죽은 게 아니라.. 고주망태가 돼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두어 바퀴 꼬인 혀로 이모 왜 자꾸 빈 술병 가져다주냐고 가득 찬 거 달라고 이러고 앉아 있고..
테이블 위에 안 따진 술병이 3개씩이나 있는데 민재란 놈은 계속 모아놓은 빈 술병들 사이에서
병 하나를 꺼내 빈 술병 가져다주는 거 다 봤다고 이모가 자기를 얕봤다고 이 X 랄 글을 하고 있더라고요
X 신 네 명을 데리고 급한 마음에 근처 모텔로 들어갔습니다
집이 다 중구난방이라 데려다줄 자신도 없고 애들 만나는 것만 생각해 차도 끌고 오지 않았거든요
시간이 지나도 깰 기미가 안 보여 저 혼자 네놈들을 의자 삼아 앉아서 깡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오는 겁니다
XX 씨.. 맞나요? XX 회원 아시죠?
전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단아 회원님의 여자친구분이셨습니다.
전화 내용이 너무 심각한지라 저는 바로 그 네 명을 모텔에 두고 집 근처에서 차를 끌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단아 회원님이 여자친구분과 집으로 가시는 도중 접촉사고 때문에 중상으로 입원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여자친구분은 다친 곳이 많이 없어 보이셨고 문제는 이단아 회원님이 셨습니다.
수술은 끝나 중환자실에 계시지만 의식은 없다 하더라고요
이 일 외에도 여자친구분이 급하게 할 말씀이 있다길래 왔는데
문제는 그 폐 정신 병동이었던 거 같다 말하더군요
올라오는 중 이단아 회원님이 알아들을 수도 없는 혼잣말을 막 하시더니 갑작스레 앞차를 들이 박았다고 했습니다.
심령 스폿에서 간혹 빙의를 당해 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말을 몇 번 듣긴 했지만
제가 아는 지인 중에 이런 일을 겪으리라곤 상상도 못했거든요
저는 그 뒤로 바로 카페지기 와 운영진에게 연락하여 용한 무속인 한 분 섭외를 부탁했고요
그길로 그 폐 정신 병동으로 여자친구분과 이동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 무속인 분은 안 오고
여자친구분과는 서먹해 아무 말도 못하고 뻘쭘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먼저 말씀을 거시더군요
우선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을게 아니라 들어가자 들어가서 우리끼리 알아보자 하시는 겁니다
아무래도 대책 없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싶어 여자친구분께서 흥분하며 하시던 말을 끊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시라고
설득하고 있는 와중 전화가 울리더군요
여보세요? 일어났냐?
야 씨 X 너 어디야?
나? 아.. 이야기하지만 긴데 다시 그 패 정신 병동 앞에 있어 (쏼라쏼라 상황 설명 )
그래서 그 이단아 회원님 여자친구분이랑 좀 알아봐야 할 거 같아 좀 있으면 무속인도 올 거고..
미X X 기야! 내가 할 말 있다 했지!? 나를 때려서라도 쳐 깨우던가! 그 여자라고!!!!!
그 여자가 귀신이라고 이 병 X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