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엔 별이 닿지 않는다
「한 여름의 더위는 밤이 되도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는다.
해가 지고 갈 길을 잃은 열기들은, 서서히 집으로 스며들어 사람들의 살갗을 타고 흘러갈 뿐이다.」
짜증나는 열대야에, 난 안방을 나와 현관문을 열었다.
"아~좀 살 것 같네."
여름이라 해도, 야외의 밤 공기는 머리를 식히기엔 충분히 서늘하다.
우리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복도형 아파트로, 집을 나오면 11층의 아찔한 높이에서 도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난 우리 마을, 아니 우리 도시를 바라봤다. 도시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도시의 빛에 파묻혀, 별 하나 빛나지 않는 밤하늘이 보였다.
마치 자신의 별을 모두 도시에 빼앗겨, 그 지위가 역전된 듯하다.
별 빛으로 수놓은 화려한 옷을 입지도 못 하고, 그 어두운 맨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늘이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아주 우연스럽게, 어떤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달이 뜨지 않았네?)
이는 곧 또다른 의문으로 이어졌다.
(내가 달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
난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음...뭐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제 일은 물론, 내 직업도 나이도, 심지어 내 옆에서 자던 아내의 이름도...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갑작스런 당혹감에, 난 뒤를 돌아 우리 집을 쳐다봤다.
"허억.."
현관에 있던 두 쌍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내와 딸이다.
현관 센서등의 불 빛 아래서, 그 둘은 무표정으로 미동도 없이 그저 날 뚫어져라 쳐다본다.
뭔가 잘못됬다.
분명 아내랑 딸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로부터 어떤 이질감이 느껴졌다.
난 이들과의 추억이 전혀 없다.
아니 애초에 난 이 둘로부터 '가족의 사랑'이 아닌, '타인의 어색함'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처음부터 내 가족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당혹감은 곧 공포심으로 그 형태를 바꾸었다.
더 이상 그들을 마주하고, 복도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
난 그들에게서 도망쳤다. 행여 그들이 따라올까봐,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 하고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일단 이상한 점을 알게 되자, 다른 기괴한 것들을 파악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 그렇게 아파트를 뛰쳐 나왔다.
아파트를 나서자,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본 도시의 모습은 도저히 이성의 세계라 할 수가 없었다.
건물들은 발광하고 있었으며, 거리는 밤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밝게 빛났다.
길가엔 1m의 간격으로 가로등이 빽빽히 세워져 있었고, 심지어 도로에서도 빛이 새어 나왔다.
완전한 빛의 도시다...
허나, 이것들은 약과였다. 가장 기괴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가로등이나 간판의 밝은 빛 아래서 날 쳐다보며, 내가 뛰는 속도에 맞춰 고개를 돌려댔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질감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순간, 전방 20m부근에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어둠은 원초적 본능이 두려워하는 한 가지 속성이지만, 나의 또다른 본능은 저곳으로 가자고 말하고 있었고, 난 그 두번째 본능을 받아들였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가쁜 숨을 내쉬며 뒤를 바라봤다.
"뭐야...저 사람들??!!!"
난 내 눈을 믿지 못 했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저 전형적인 도시의 밤 풍경이다.
그런데..그런데..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청각은 정상이다.
지금 내가 숨쉬는 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 모두 다 들린다.
한데, 이 도시에서 나오는 소리들만 들리지가 않는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그저 내 몸의 소음만이 맴돌 뿐이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이성은 이것이 '꿈'이라 말하고 있었고, 동시에 내 감각은 이것이 '현실'이라 소리치고 있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그렇게 나의 머리도 멈춰버렸다.
마치 뇌의 이성적 사고가 멈추고, 본능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본능이 내린 명령은 '해가 뜨길 기다리고, 아침에 이 도시를 탈출한다'였다.
난 그 지시에따라,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한 줄기의 작은 희망을 품고...
아침에 대한 희망은 결국엔 의미없는 망상이었다.
여름은 밤이 짧다. 그리고 지금은 분명히 해가 뜨고도 남을 시간이다.
아까 퇴근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출근을 하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태양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여전히 '심연'에 빠져있을 뿐이다.
심장이 빠르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머리 속에 갑자기 한 문장이 떠올랐다.
[ 인간은 자신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
맞다. 나도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다. 여기서 이렇게 생각을 멈추면 안 됀다.
상황이 내 상식에서 벗어났다면, 그에 맞게 계획을 바꾸면 그만이다.
(그래 지금 출발하자, 아까도 쳐다보기만 했지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진 않았잖아)
합리화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뇌의 가장 좋은 기능중 하나이다.
그렇게 두려움을 떨치려 애쓰며, 난 기다림에서 움직임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뭐지..?)
밝은 거리로 나왔음에도, 사람들이 날 쳐다보지 않는다.
여전히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날 주시하던 그 무표정한 시선들도 더 이상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날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이것이 좋은 기회임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언제 돌변해서 공격할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난 경계를 풀지 않고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막상 탈출하려고 하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난 아무런 계획도 동선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없이 탈출하기엔 이 도시는 그 크기가 너무 컸다.
또한 마치 사막처럼 주위 풍경의 차이들을 알아보기가 힘들어, 방향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런 미로같은 도시에선,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일조차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큰 도로였다.
도시 중앙의 큰 도로는 대게 다른 지역과 연결되는 도로일 가능성이 크다.
즉,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난 그 불확실한 가능성을 맹신하며, 마치 수맥을 찾듯이 작은 도로들을 따라 더 큰 도로를 찾아다녔다.
2시간 정도 돌아다니자, 왕복 12차선의 큰 도로가 나왔다.
"그래, 좋았어..이젠 탈출할 일만 남았어!"
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는 기쁨에, 난 도로의 표지판을 올려다 봤다.
[ 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 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 ]
난 놀라 주저앉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현수막, 간판, 표지판, 전광판등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곳에 이 알 수 없는 문장이 써져 있었다.
"뭐..뭐야 이게??!!!"
나의 그 비명 섞인 목소리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그때처럼,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봤다.
이번엔 무표정한 시선이 아니었다. 그들의 얼굴엔 살기어린 적대감이 담겨져 있었다.
전엔 두려움을 느꼈다면, 이번엔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다.
그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난 다리에 힘을 주어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나서 도로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렸다. 전속력으로 쉬지도 않고 달렸다.
심장과 폐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턱 밑까지 차오른 죽음의 공포에 신체의 고통따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뭐..뭐야??!!!"
전방에 사람들이 보였다. 수십명은 되보이는 사람들이 그 큰 도로에 듬성듬성 서서,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난 달리길 멈추고, 뒤로 방향을 바꿨다.
"허억!!"
내 바로 뒤에 아까 날 노려보던 사람들이 서있었다.
"이게...무슨.."
난 울먹이며 옆으로 뛰어갔다.
눈물로 흐려진, 나의 시야에 반지하의 작은 주택이 들어왔다.
난 그 쪽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 한 반지하의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숨을 고르면서 본능적으로 옆을 바라봤다.
그들은 이미 주택 입구까지 와있었다.
이젠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난 온 힘을 다해 문고리를 돌렸다.
예상외로 문고리는 아주 쉽게 돌아갔고, 이어서 문이 열렸다.
난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현관문을 잠궜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동안 느끼지 못 했던 호흡계와 순환계의 고통이 느껴졌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호흡의 리듬이 불규칙하게 변했고,
심장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몸은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고통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이성적 사고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내 두려움이 밀려왔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이 반지하의 집에, 나이외의 어떤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내 공포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난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집을 살펴봤다. 다행히 뭔가 위협적인 존재는 없었다.
전등 스위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지만, 이 집엔 아예 전등 자체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가구도, 주방도, 화장실도 없었다.
내가 이 집에서 찾은 것은 단지 중형 자전거 한 대와, 작은 종이상자 하나뿐이었다.
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존해 그 상자를 열었다.
열기보단 찢기에 가까운 그 피곤한 동작의 보상은 이 도시와 인근 지역의 지리를 담은 지도였다.
그리고 난 그 보상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지도엔 수많은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또한, 예상대로 큰 도로는 이웃 도시들과 이어져 있었고, 그들간의 시냅스는 눈으로 훝어낼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런데..그런데..지도 옆에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
[ 144번째 탐사 도시...동일한 구조에 동일한 주민들 거주, 더 이상의 탐사는 의미없음... ]
한마디로 말하면 '탈출 불가능'이다.
이 도시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가도, 똑같은 도시가 반복된다.
즉, 탈출은 의미없는 방황과 같은 뜻이란 것이다.
순간, 빈혈 환자처럼 머리가 핑 돌며 눈 앞이 뿌옇게 변했다.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 무의식의 강한 부정이다.
허나, 이것은 '꿈'이 아니다. 내 감각이 살아 숨쉬는 '현실'이다.
살기 위해선, 이를 받아들이고 계획을 바꿔야 한다.
분명히 어떤 방법이 있을 것이다.
빠르게 주변을 살피는 나의 눈에 또다른 지도가 보였다.
이 도시의 구조를 담은 지도였다.
"그래! 아직 가능성은 있어!"
어떻게 보면 이 세계를 이루는 가장 작은 세포 단위의, 구조라고 볼 수 있는 그 지도에서, 난 빠르게 눈알을 굴려댔다.
이윽고 나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
도시의 정중앙, 초고층 타워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그 옆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 유일한 탈출구... ]
어떻게 800m의 타워형 건물이 이 지옥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난 어차피 갈 곳이 없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그 가능성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도시 중앙과 여기와의 거리는 10km정도 되었다.
분명 뛰어가기엔 먼 거리지만, 지금 내 옆엔 자전거가 있다.
아마도 나이전의 사람이 남긴 물건일 것이다.
(나말고 다른 정상인들도 있는건가?)
나이외의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이제 막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는 순간,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뭐..뭐야 갑자기??!!!"
전광판의 광고 소리, 클럽의 음악 소리 그리고...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
수없이 많은 소음들이 얽히면서 만들어진, 기분나쁜 소리가 내 귀를 때려댔다.
난 빠르게 창문으로 다가가 바깥을 살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사방으로 난잡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좀비의 그것만큼이나 기괴했다.
난 가만히 서서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정확히 들려왔다.
그것은 단순한 웅성거림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까 그 표지판의 문장을 읊어대고 있었다.
"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 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
그 끔찍한 웅성거림에, 불규칙적인 박자로 다른 말이 섞여 들려왔다.
"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어딨어...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어딨어..."
그들은...날 찾고 있었다..
순간, 한 사람이 심하게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땅에 엎어졌다. 얼굴을 창문 쪽으로 향한 채...
내 눈과 마주친 그의 눈은 영혼이 없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더니, 책을 읽는 듯한 어색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깄네? 여깄네? 여깄네?"
도저히 사람의 목소리로는 낼 수 없는 큰 소리로, 그는 계속해서 외쳐댔다.
"여깄네? 여깄네? 여깄네?"
그 소리에 이끌려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창문 근처로 몰려 들었다.
난 창문에서 물러나 빠르게 자전거를 챙기고 현관문을 열었다.
집을 나오자, 앞에 보이는 반지하 특유의 계단이 사찰의 그것만큼이나 암담하게 느껴졌다.
어찌해서 어찌해서 계단을 올라온 뒤, 자전거에 올라타 주위를 둘러봤다.
아까는 반지하의 창문이라서 발목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젠 그들의 전신이 보였다.
이어폰을 끼고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그들은, 비틀거리며 화면의 불 빛으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엇다.
그들이 찾는 대상이 나라는 생각에, 온 몸의 털이 곤두섯다.
난 재빨리 기어를 3단으로 바꾸고, 페달을 밟아 도로로 나왔다.
"헉!!"
도로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이리저리 비춰대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 비명 소리를 들은건지, 벌때처럼 모여있는 그들이 일제히 내 쪽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난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페달을 밟아 인도 쪽으로 달렸다.
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운 인도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아마도 빛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어느정도 속도가 붙자, 난 기어를 7단으로 바꾸고 뒤를 바라봤다.
"허억!!!"
그들은 나와 1m의 간격을 유지한 채,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그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는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속도였다.
난 다시 앞을 바라보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7단 기어의 묵직함이 종아리를 따라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난 다리의 피로따윈 무시한 채, 더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곧 다리가 저려왔고, 거센 공기저항때문에 눈이 아파왔다.
허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것들은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난 7단 기어가 1단으로 느껴질 때까지 미친 듯이 페달을 돌려댔다.
어느정도 달리자,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더 나아가자 괴성또한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난 아까보단 느리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도로를 따라 달렸다.
간혹가다 사람들이 보였지만, 그들은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빛이 끊기는 구간이 나타났다.
지도를 보니, 1km의 두께로 도시 중앙을 감싼 고리 모양의 지대가 있었고, 그 옆엔 손전등 2개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확실히 빛 하나 보이지 않는 1km의 길을 손전등도 없이 지나가는 것은 꽤나 무모한 일이다.
'그런데 굳이 2개라고 적어 둘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그냥 메모에 적혀 있는 데로 하기로 결정했다.
난 손전등을 찾기 위해 주변 상가를 돌아다녔다.
이곳은 이상한 점이 참 많았다.
이전까지는 그 수가 적어도 사람이 없는 곳은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가 않는다.
또한, 이 구역의 건물들은 다른 구역에 비해 상당히 어두웠으며, 다른 지역보다 온도도 떨어져 추위까지 느껴졌다.
"한 여름에 추위라니..."
난 몸을 떨며 한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상점 안에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난 빠르게 손전등 2개를 챙기고 나왔다.
그렇게 가게를 나오자, 전방에 의류 판매점이 보였다.
"꽤 추운데 옷을 좀 챙길까?"
난 그 의류 판매점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이 가게에선 모든 시즌의 옷을 파는 듯 했다.
난 두꺼운 스웨터와 가벼운 코트, 그리고 검은 색 겨울 슬렉스로 옷을 갈아입었다.
준비를 마치고, 난 가게를 나와 자전거를 끌고 그 어두운 지대로 들어갔다.
역시나 이 검은 지대는 한 겨울의 밤만큼이나 그 추위가 극심했다.
"뭐..뭐야..?"
문제가 생겼다.
이 검은 지대는 뻥 뚫린 직선 길이 아니었다.
전방에 비춘 손전등 빛이 어떤 벽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 하고 있었고, 양 옆으론 갈림길이 나있었다.
전형적인 미로의 모습이었다.
또다른 문제는 통로가 너무 좁아 자전거가 코너를 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버리고 홀로 걸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로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는 것이었다.
전부다 100m의 직선 코스 후에 양갈래길이 나오는 단순한 구조였기에, 처음의 방향만 기억한다면 쉽게 나갈 수 있는 그런 미로였다.
어느정도 걷자 전방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살았다!"
난 추위도 잊은 채, 출구로 뛰어갔다.
밖으로 나오니 그 검은 지대와 대조적으로, 거리 전체가 밝게 빛났으며 심지어 열기까지 느껴졌다.
난 코트를 벗어 던지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지도를 보니 약 500m정도의 거리가 남아있었고, 그걸 증명하듯 전방에 밝게 빛나는 거대한 타워가 보였다.
타워는 도시의 다른 건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밝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타워의 절반 아래에서만 빛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 저건 다 빛나지 않는거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멀리서 수많은 빛들이 나타났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저 빛들이 건물의 불 빛이 아니라는 것을, 난 직감할 수 있었다.
난 빠르게 골목으로 몸을 숨겨 그곳을 응시했다.
먼 곳을 더 잘 보기 위해 찌푸려진, 시야 사이로 희미한 실루엣들이 일렁였다.
빛들이 모여 있는 곳은 중앙 타워 근처였고, 그 빛의 원천은 손전등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전등을 양손에 들고, 하늘을 향해 그 빛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팔을 직각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머리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룬 팔때문에 멀리서 본 그들의 모습은 마치 양끝이 가운데보다 긴 '뫼 산 (山)'자와 같았다.
"뭐..뭐야 저 XX들??!!!"
난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중 일부는 마치 정찰병처럼 주위를 수색하며, 사람들을 무리로 끌고왔다.
이윽고 잡혀온 사람들 주위로 그 손전등 인간들이 개미때처럼 몰려들었고, 가차없이 주민들을 뜯어 먹었다.
그 역겨운 모습에 구역질이 날 뻔했다.
(저길 어떻게 지나가지?)
사방을 둘러봐도 저길 통과할 만한 길이 안 보였다.
비록 반대편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방으로 대칭을 이룬 이 도시의 특성상, 그 검은 지대처럼 고리 모양으로 타워를 감싸고 있을게 뻔했다.
한 마디로, 타워에 도달하기 위해선, 저들과 접촉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미치겠네..."
복잡한 생각들 사이에서, 순간 지도에 적혀있던 손전등 2개라는 메모가 떠올랐다.
(설마 위장 잠입이라도 하라는건가..?)
난 다시 그 무리를 살펴봤다. 확실히 그들은 동족을 공격하진 않는 듯했다.
(그래..저 녀석들은 절대 눈치채지 못 할거야...)
합리화는 불안감을 이겨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이다.
난 불안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손전등을 하늘로 향하게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끔찍하다.
만약 지옥이 존재한다면, 지금의 광경과 비슷할 것이다.
옆에서 서너명의 사람들이 주민을 물어 뜯고 있다.
아니 이젠 그들이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계속 팔을 고정시킨 채, 머리만 돌려가며 사람을 뜯어 먹는 그들을 도저히 인간이라 할 수가 없다.
순간, 시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물씬 핑겨오는 피비린내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난 고개를 돌리고 속도를 높여 그 살육의 현장을 빠르게 벗어났다.
그들처럼 행동하며 무리를 통과하는 것은, 정신적 충격뿐만 아니라 신체적 고통도 가져왔다.
어느정도 걷자, 팔이 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한 그 느낌에, 얼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무리의 끝너머로 중앙 타워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드디어!!)
눈 앞에 아른거리는 타워의 밝은 빛이 마치 구원의 빛이라도 되는 양, 난 그것을 향해 조금씩, 그러나 빠르게 다가갔다.
〔 틱 〕
(음..뭐지..?)
스위치가 내려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내 손전등의 빛이 꺼져버렸다.
일순간, 주위의 모든 손전등이 내게 비춰졌다.
단지 손목만 꺾어 내게 손전등을 비추는 그들의 표정엔 그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는 하늘을 믿지 않으리라. 우리는 빛을 잃지 않으리라. 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
새로운 문장이 추가됬다. 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
그들은 이제 그 마지막 문장만을 반복해댔다.
"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 도태된 자는 심판을 받으리라....."
그들이 마지막 문장을 반복하자, 그들의 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손전등이 천천히 손바닥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며, 그들의 몸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난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변화가 끝나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난 바로 손전등을 버리고, 타워 쪽으로 뛰어갔다.
팔이 고정되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없는, 그들을 밀치며 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리를 빠져나오자 타워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뒤에서 들리는 군중의 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난 상항을 파악하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
"흐아아아아악!!!"
그들의 손에 손전등이 다 들어가자,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얼굴엔 눈과 코도 없이 단지 옆으로 길게 찢어진 입만이 크게 벌려져 있었으며, 몸 전체가 도시의 그 어떤 빛보다 더 밝게 빛났다.
각각이 서로 다른 빛을 내뿜으며 어우러지는 그 조화로운 모습이, 지금의 상황과는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았다.
그 끔찍한 문장들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대신 다른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심판...심판...심판..."
마치 속삭이듯이 '심판'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4발로 달려오는 그 모습은 인간과 짐승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전방의 타워에 더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속삭임은 더 커져만 갔다.
타워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일 때쯤, 난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유리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가자, 처음으로 보인 것은 그 높이가 압도적인 기둥이었다.
그 기둥또한 빛나고 있었는데, 그 옆에는 50%라는 수치가 작게 떠있었다.
기둥을 지나자 1시 방향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려 있었고, 난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난 꼭대기 층인 160층을 누르고 바로 닫힘 버튼을 누르며 앞을 바라봤다.
"허억!!"
그들은 이미 입구를 지나 기둥 근처까지 와있었다.
"제발 좀 닫혀라 좀!!!"
미친 듯이 닫힘 버튼을 눌러대는 내 손가락과 반대로, 문은 너무나도 여유롭게 닫히고 있었다.
난 그런 문을 원망하며, 무의미한 손가락질을 게속했다.
서서히 닫히는 문틈 사이로 그 소름끼치는 빛들이 새어들어왔다.
그들이 1m 앞까지 다가왔을 때쯤, 극적으로 문이 닫히더니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허억...허억...허억..."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를 바라봤다.
엘리베이터는 유리로 이루어진 직육면체형이었다.
즉, 그 안에선 전후좌우상하의 풍경을 모두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그런데..아래 쪽에서 그들의 빛이 보였다. 그들은 계속 쫒아오고 있었다...벽을 타고 오르면서...
형형색색의 그 빛들은 내게 점점 가까워지며, 더 밝아져만 갔다.
"흐어어억!!"
그 '심판'이라는 속삭임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팔의 완력을 이용해 위로 점프하며 점점 내게 가까워지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했다.
그들은 어느새 내 발끝까지 쫒아와 있었고, 엘리베이터의 층은 아직 50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흐아아악 오지마 저리가!!!"
한 발광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놈은 나와 마주한 벽쪽에 매달려 가만히 날 주시했다.
이윽고 그것이 팔을 들어올리더니 유리벽을 주먹으로 치기 시작했다.
〔 퍽 퍽 퍽 〕
놈은 계속해서 그 동작을 반복했다.
점점 금이 가는 유리벽 때문에, 발광체의 빛이 사방으로 난반사되었다.
〔 쨍그랑~ 〕
유리가 깨지더니, 그 푸른 빛의 팔이 엘리베이터 내부로 들어왔다.
놈의 팔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허어어어악!! 저리가 저리가라고!!!"
난 놈이 부순 유리벽의 반대쪽인, 문에 딱 달라붙어 그것을 피했다.
손은 내가 없는 방향에서 무질서하게 버둥거렸다.
아마도 난잡하게 금이 간 유리벽때문에 안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듯했다.
일순간, 손이 빠지더니 놈이 다시 유리벽을 쳐댔다.
이 녀석은 유리벽 전체를 뜯어내, 이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난 층수를 바라봤다.
60층의 디지털 신호가 막 61층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직 반도 올라오지 못 했다는 사실에, 난 절망했다.
유리벽이 조금씩 뜯겨져 나가면서, 놈의 모습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빛의 몸에 길게 찢어진 입...
그 이질적인 모습은 두려움을 넘어 패닉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 쨍그랑~ 〕
놈이 마지막으로 남은 유리 조각을 뜯어냈다.
"흐어어어아아아악!!"
놈은 비명 소리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뜯겨진 벽쪽에 가만히 매달린 채 날 주시했다.
난 놈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것의 입은 분명 웃고 있었다. 그 올라간 입고리를 보자 놈의 표정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비록 얼굴엔 입 밖에 없었지만, 난 볼 수 있었다. 먹이감을 찾은 포식자의 그 광기 어린 표정을...
이윽고 그것의 입이 180도로 벌어지더니, 날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입 안은 몸의 푸른 빛과 대비되는 완전한 심연이었다.
그곳에 빠지면, 내 영혼까지도 소멸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난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온몸이 굳은 채로, 서서히 다가오는 그 심연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놈이 내 머리를 삼키려는 그 찰나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 띵동~ 〕
[ 80층, 지나갑니다. ]
갑자기 그것이 입을 다물더니, 내게 괴성을 지르고선 아래로 뛰어내렸다.
(뭐..뭐지..?)
난 어리둥절해 하며 바깥을 살폈다.
엘리베이터는 빛이 없는 타워 상부 쪽을 지나고 있었다.
아마도 타워의 빛이 끊긴 것 때문에, 놈이 더이상 따라오지 못 한 듯했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그 느낌에, 머리 속이 완전히 공허해진 것이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성이 돌아오며, 눈 앞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도시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고, 이어서 저멀리 지상의 빛이 끝나는 지평선이 보였다.
그 위로는, 그동안 숨어있던 별들이 하나둘씩 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이제 끝났어 다 끝났어..."
밝게 빛나는 별들을 보니 왠지 모를 안도감에 눈물이 났다.
〔 띵동~ 〕
[ 160층, 테라스 도착했습니다. ]
문이 열리고 옥상 테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옥상은 테라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중앙에 작은 벤치만 있을 뿐이었다.
그 벤치에서 어떤 사람이 앉아있는 듯한 실루엣이 보였다.
난 그가 지도의 주인임을 확신하고, 천천히 그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미동도 없이, 고개만 젖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를 살펴봤다.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는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절망적이게도, 그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 더 이상 뛰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 속에서 생을 마감하진 않은 듯했다.
고개를 하늘로 향한 채, 생명이 진 그의 얼굴엔 이루말할 수 없는 평온함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기 떄문이다.
난 살며시 감겨있는, 그의 눈이 향한 방향을 바라봤다.
그동안 도시의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밝아 그만 주위의 빛들을 삼켜버린 별, 빠르게 날아가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자신의 생을 다한 별, 심장이 맥동하듯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별...
각각의 별들이 저마다의 빛을 가지고, 하늘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난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의 손엔 그가 남긴 마지막 메모가 쥐어져 있었다.
[ 어미잃은 자식에게 새벽은 오지 않겠지만, 별 또한 지지 않으리라. ]
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은하수의 중심이 마치 동전으로 가려지듯, 점점 검게 변해갔다.
"드디어 달이 보이는구나..."
마음이 공허해지며, 조금은 허탈해졌다. 그러나 절망이 느껴지진 않았다.
난 전경을 더 잘 보기 위해, 테라스 난간 쪽으로 향했다.
도시와 하늘의 풍경이 동시에 눈을 자극했다.
아름답다.
도시의 빛과 하늘의 별들을 구분할 수가 없다.
위아래로 서로 밝게 빛나는 빛들의 대칭은 마치 거대한 거울을 보는 듯하다.
난 그 황홀함에 현혹되어, 대칭의 중심인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손만 뻗으면 빛이 닿을 것 같았다.
난 별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계속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순간, 무엇인가 날 별 빛을 향해 끌어당겼다.
난 하늘인지 땅인지 모를 그 곳으로 마냥 떨어져 갔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별들이 내게 더 가까워진다.
황홀하다.
이것이 '하늘'의 별인지 '도시'의 별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가 않다.
그저....난 그 빛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을 뿐이다.
희미한 푸른 빛이 내 눈을 간지럽힌다.
그 평온한 느낌에 난 살며시 눈을 감고, 새벽녘의 어스름한 그 하늘을, 감겨진 눈 앞에 그려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