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이야기]
유난히도 장마가 극성이던 월요일
저는 어김없이 밀려버린 업무를 마치고 저녁 늦게 퇴근을 했습니다.
붐비는 지하철에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기를 반복해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지하철역을 나와 큰 장우산을 펼치곤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아.. 비가 왜 이렇게 많이 내리는 거야..”
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라이터는 켜지지 않았습니다.
“이거 뭐.. 라이터도 날 빡치게 하네.
저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고, 근처 편의점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여자의 뒷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여자에게 다가간 저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저기…….”
여자는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봤습니다.
오뚝한 코.. 댕그란 눈.. 갸름한 얼굴의 그녀는 저를 쳐다봤습니다.
“네?”
그녀의 미모에 순간 멈칫했지만 저는 이성을 되찾곤 말을 이어갔습니다.
“죄송한데.. 라이터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방에서 라이터를 빼서 저에게 건넸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라이터를 받아 담배에 불을 붙이곤, 다시 그녀에게 건넸습니다.
그녀는 다시 라이터를 가방 안에 넣었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담배를 피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목적은 담배의 불을 붙이는 것이었지만, 순간 저도 모르게 그녀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정말 죄송한데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담배 연기를 내뿜던 그녀는 저를 다시 바라봤고,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네”
“죄..죄송합니다.”
저는 고개를 약간 숙인 후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씨.. 민망해.. 괜히 물어봤네..”
비는 점점 거세게 내렸고, 저는 반복되는 안 좋은 일들로 인해 최악의 월요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뭐 되는 일이 있겠어..”
그렇게 저는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고 비에 홀딱 젖은 우산을 털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던 저는 급하게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뛰어갔습니다.
“잠..잠시 만요!!”
저는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고 가까스로 닫히던 엘리베이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저의 앞에 있는 건 다름아닌 아까 편의점에서 저에게 불을 빌려 줬던 그녀였습니다.
“어!!”
저의 짧은 탄식에 그녀도 저를 바라봤고,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색한 분위기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고, 침묵이 흘렀습니다.
저는 엘리베이터의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힐끗 거리며 그녀를 훔쳐봤습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기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 다시 한번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여기 사시나 봐요..”
그녀는 저를 힐끔 보더니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네..”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10층에서 멈췄고 그녀는 앞으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녀는 엘리베이터 밖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조..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는 그녀와의 연을 끝내기 싫어서 자존심도 없이 또 말을 걸었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췄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커피나 한잔 할래요”
저는 저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네?.. 커..커피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좋아요 커피!!”
저는 갑작스런 상황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도 싫었습니다.
“따라와요”
그렇게 저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고 결국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말없이 집 번호를 누르곤 문을 열었습니다.
“들어와요”
그녀의 집 문이 열렸습니다. 외출할 때 불을 끄고 갔는지 집안은 어둠이 가득했습니다.
“불 끄고 나가셨나봐요”
그녀는 신고 있던 힐을 벗곤 저에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기다려요. 불 켜줄게요”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고,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서 기다렸습니다. 저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힘들었던게 다 이걸 위해서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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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이야기]
유난히도 장마가 극성이던 월요일
저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담배를 사기 위해 집을 나왔습니다.
담배를 산 저는 편의점 앞에 서서 불을 붙였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기...”
저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고, 그곳에는 깔끔하게 생긴 남자가 서있었습니다.
“죄송한데.. 라이터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라이터 정도야 뭐... 저는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 그에게 건넸습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라이터를 저에게 건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순간 그는 저에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저.. 정말 죄송한데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사실 그는 괜찮은 외모였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한 상태라 둘러대고 싶었습니다.
“네”
그는 실망한 듯 고개를 숙이곤 저에게서 멀어졌습니다.
잠시 후 가방에서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야.. 한번만 더하자”
“아.. 나 힘들어.. 다음에 하면 안 될까?”
“딱 한번만 더하자”
“하.... 알았어.
저는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계속 눌렀습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어!!”
남자는 저를 보고 아는 척을 했지만 저는 모른척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기댄 저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금 올라가
엘리베이터는 10층에 도착했고 제가 나가려도 찰나 그가 말을 걸었습니다.
“조..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는 그에게 커피를 먹자고 말했고, 이성을 잃은 남자는 저의 뒤로 빠짝 붙어서 따라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남자에게는 잠깐 기다리고 했습니다.
저는 안방의 문을 열고 불을 키곤 다시 방문을 닫았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침에 죽인 남자의 시체가 누워있었고, 저의 동거남은 컴퓨터 게임에 열중이었습니다.
“하.. 진짜 오늘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게임을 하던 그는 저의 인기척을 느끼곤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응~~”
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시체의 목에 박힌 칼을 빼고선 방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저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방에는 자리가 없어 거실에서 자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