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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9500
    작성자 : nangbi
    추천 : 25
    조회수 : 1844
    IP : 211.36.***.78
    댓글 : 33개
    등록시간 : 2016/07/23 03: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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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엄마는 어디에 있나요?

    아이의 물음에 나는 여자 그림을 하나 그려 주었다.

    - 우리 엄마는 이렇게 비쩍 마르지 않았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조금 통통한 다른 여자를 그려주었다.

    - 아니예요. 우리 엄마는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아요.

    그건 땀이 아니었지만
    길게 설명하기 번거로와 구멍 난 상자를 하나 그려주었다.

    - 자, 네가 원하는 엄마는 이 안에 있어.   

    상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아이의 얼굴이 서글펐다.

    - 엄마가 도시락을 싸고 있어요.
      해가 뜨거운데 엄마를 위해 모자를 선물하고 싶어요. 

    나는 귀퉁이가 터진 밀짚모자를 하나 그려 아이에게 내밀었다.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 시체가 든 자루는 보고 싶지 않아요.
      그건 너무 축축하고 냄새도 고약해요.

    아이는 다시 상자 그림을 이리 저리 돌려 보더니 내게 물었다.

    - 그런데 이 엄마는 제 팔에 뜨거운 물을 붓지 않겠죠?
      얼음물을 채운 욕조에 저를 담구어 두지 않겠죠?
      뚝배기로 제 머리를 후려 친다거나
      담뱃불로 제 볼에 구멍을 내진 않겠죠?

    나는 대답 대신 상자 옆에 작은 말뚝을 하나 그려넣었다.
    아이는 신중한 눈빛으로 종이 위 그림들을 검지로 쓰다듬듯 짚어나갔다. 

    - 밧줄과 망치가 필요하겠어요.
      하지만 나는 그걸 제대로 사용할만큼 힘이 세지 못해요.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 해 주었다. 

    - 괜찮아. 우리는 친구니까 네 대신 내가 해 줄 수 있어.

    나는 깔고 앉았던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건 아이에게 그려주었던 것처럼
    측면에 세개의 구멍이 뚫린 나무상자였다.

    상자안에 구겨 넣었던 아이 엄마의 머리채를 잡아 일으켰다. 
    손 발을 묶어두어 그런지 중심을 잘 못잡고 휘청거렸다.
    입에 물린 재갈을 빼주자 아이 엄마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이니? 어서 나를 풀어 줘!
     너는 네 엄마 말을 들어야 할 책임이 있어!"

    장미 가시처럼 날카로운 제 엄마 목소리에
    아이는 손끝부터 물어뜯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눈과 코를 씰룩였다.
    거칠고 불규칙한 소리로 연명하듯 숨을 내 쉬었다.

    간질환자의 발작처럼 아이는 제 몸을 못 가누었다.
    소리가 되지 못한 말씨만 입술 끝에서 오물거릴 뿐이었다.

    아이 엄마 소리는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아이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역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주머니칼로 아이 엄마의 울대를 그었다.

    장미처럼 붉게 물드는 제 엄마를 보고
    아이는 그제야 미소 지었다.

    - 길들여진다는 건 위험한거야.

    내가 말했다.

    - 길들여진다는 건 위험한거야.

    아이가 따라 말했다.

    나는 커다란 자루에 아이 엄마를 담았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자루가 불룩 솟아 올랐다.

    아이는 자루 옆구리에 머리를 쑤셔 박으며 말했다.

    - 밀짚모자! 이걸 엄마에게 선물하면 되겠어요!
      엄마는 이걸 쓰고 저와 소풍을 갈 거예요!

    나는 자루를 상자안에 밀어 넣었다.
    아이는 상자 위에 앉아 한 눈을 감고
    종이에 그려 준 상자 그림의 구멍을 세심히 들여다 보았다.

    - 우와! 엄마가 모자를 쓰고 계셔요! 
      아주 좋아하시는걸요?
      이제 우리는 도시락을 들고 출발할거예요!
      소풍은 처음이라서 많이 설레여요!

    나는 허물을 벗듯 외투를 벗어 아이에게 덮어 주었다.

    - 그럼 이제 소풍을 떠나자꾸나. 

    아이는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관자놀이에 닿은 총열을 쥐며 나즈막히 물어왔다.

    - 너무 아프진 않겠죠? 

    대답보다 빠르게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머리를 뚫고 바오밥나무가 뻗어 올랐다.  

    사실 너무 아팠다.  
    출처
    보완
    2016-07-31 0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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