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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seball_89402
    작성자 : KBReport.com
    추천 : 1
    조회수 : 942
    IP : 180.68.***.8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03/13 00:19:58
    http://todayhumor.com/?baseball_89402 모바일
    4번타자 박병호와 20승투수 밴헤켄, 누가 더 가치있는가?

    "4번타자"와 "1선발 에이스투수"의 가치    

    KBO14시즌 팀별 최고타자와 최고투수들의 득점기여도 비교

    2014년 넥센은 리그 최고타자와 최고투수를 동시에 보유한 팀이었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지난해 10월6일 절박한 4위 싸움을 벌이던 엘지트윈스는 잠실에서 NC를 만납니다. 9회말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 양팀은 0-0으로 맞서고 있었습니다. NC는 웨버가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후 베테랑 손민한이 뒤를 이었고 특히 엘지 선발투수 신정락은 8회 1사까지 단 한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노히트 피칭을 했고 불펜투수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적인 투수전은 9회말 이진영의 끝내기 안타로 트윈스의 1:0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KBO 사상 최초의 팀 노히트 경기도 완성되었습니다.

    이보다 앞서 6월24일에는 NC의 외국인투수 찰리가 거꾸로 엘지에게 단 한개의 안타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패배를 안긴 적이 있었습니다. 2000년 5월18일 한화 송진우가 기아를 상대로 기록한 후 14년 만의 노히트노런 경기였습니다.  

    야구는 “투수가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 절대 지지 않는 경기”입니다. 동시에 “타자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경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9명이 차례로 배터박스에 서는 타자들과 달리 혼자서 경기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역시 투수입니다. 특히 질식할 것 같은 투수전을 보고나면 야구란 경기는 일단 상대 투수가 긁히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유명한 (그러나 사실과는 좀 다른) 속설도 생겼을 것입니다.

    4번타자는 공격의 간판이며 팀의 화력을 대표합니다. 반면 에이스 1선발 투수는 경기장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입니다.      

    그렇다면 4번타자와 1선발 에이스 투수 중 어느 쪽이 더 가치있는 존재일까요? 물론 가치에 대한 기준은 제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누가 더 팀의 승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통계에 입각한 객관적 대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야구에서 승리란 더 많은 득점과 더 적은 실점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더 많은 득점에 기여하거나 아니면 더 적은 실점에 기여했다면 그쪽이 더 가치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그최강 4번타자, 박병호의 득점기여도는 135점  

    타격에 의한 득점효과를 배팅런 BattingRuns 이라고 하는데 이를 계산하기 위한 다양한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들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wRC와 XR 두가지를 사용하겠습니다. 배팅런은 타자가 만들어낸 점수를 말하기 때문에 타점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좀 다릅니다.

    David Grabiner가 쓴 [세이버메트릭스 선언]의 표현을 빌자면, 평가스탯은 동료나 감독이 아니라 선수 자신의 능력과 기여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타점은 앞선 타자들의 출루나 주자의 플레이에 따라 많아지거나 적어지기 때문에 객관적인일 수 없습니다. 반면 wRAA나 XR은 중립적인 상황에서 타자 개인이 기여하는 득점을 통계적으로 측정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은 14시즌 각 팀 최고 타자들의 배팅런 즉 득점기여도입니다.  


    손아섭이나 나바로처럼 4번타자가 아닌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어쨌든 이들이 팀내 득점기여도가 가장 높은 최고타자들입니다. 넥센의 박병호와 강정호, NC의 테임즈와 나성범, 삼성의 나바로와 최형우의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눈이 띕니다. 하긴 이 세팀이 14시즌 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보여준 팀입니다. 

    XR은 1999년 짐퍼타도가, wRC는 2006년 톰탱고가 발표했습니다. 둘은 서로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타자의 득점기여도를 측정한다는 목적은 같습니다. 아주 약간이겠지만 wRC는 선수간 비교에서 정확도가 높은 면이 있고 대신 XR은 희생타, 도루, 병살타 등의 다양한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넥센, 삼성, 한화, NC처럼 팀득점의 15% 이상을 혼자 감당하는 전형적인 4번타자가 있는 팀도 있고 고정 4번 없이 몇명의 번갈아 중심타선을 지키는 팀도 있습니다. 대략 100득점 이상을 혼자서 만들어내는 정도의 타자들입니다.

    wRC나 XR 모두 누적스탯이기 때문에 타석수가 많으면 좀더 높아집니다. wRC550은 타석수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 붙인 것인데 타자가 550타석에 섰을 경우를 가정한 값입니다.   

    20승투수 밴헤켄은 52홈런타자 박병호보다 득점기여도가 높을까?

    타자들의 득점기여도를 계산했으니 이제는 투수 차례입니다. 각 팀의 4번타자들이 대략 100득점 이상을 기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에이스 1선발투수들은 어느 정도일까요?

    투수는 물론 득점을 만드는게 아니라 막아내는 존재입니다. 투수에 대한 평가는 평균자책점ERA 처럼 9이닝당 실점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타자와 동등한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투수가 한 시즌동안 얼마나 덜 실점했는가”에 해당하는 스탯을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수치를 피칭런 Pitching Runs(투수의 득점기여도) 이라고 합니다. 좀더 엄격하게 표현한다면 Runs Saved 나 Run Prevention 이 되겠죠.  

    투수의 Pitching Runs 계산방법

    14시즌 트윈스의 선발투수인 우규민의 실제 스탯을 예로 들어 계산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결과만 보고 싶다면 이 부분은 우선 넘어간 후 나중에 다시 보셔도 좋습니다.  

    1. 투수의 9이닝당 실점 RA9 을 구한다.   

    RA9 = 허용실점/이닝 * 9
    평균자책점ERA이 아니라 평균실점RA를 구하는 이유는 우선 자책점과 비자책점의 구분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도 있고 더 중요하게는 계산의 마지막 단계에서 결과를 투수의 몫과 수비의 몫으로 나눠줄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RA 4.04 였던 우규민의 RA9 은 4.57 입니다.    

    2. [리그평균실점]과 투수의 RA9을 비교해서 “리그평균실점에 비해 얼마나 덜 실점했는지” 측정한다. 이 값이 [리그평균실점] 대비 투수의 “추가적인 득점기여도” PRAA:Pitching Runs Above Average 가 된다.  

    KBO14시즌의 리그평균 9이닝당 실점은 5.72 입니다.  
    PRAA = (리그평균실점 5.72 - 우규민RA9  4.47) * 이닝 / 9 

    이렇게 하면 우규민이 14시즌 [리그평균실점] 투수보다 “얼마나 덜 실점했는지” 계산됩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리그평균실점]투수란 100명의 투수가 있을 때 50번째로 잘던지는 투수를 말하는건 아닙니다. [리그평균실점]투수란 그 선수가 리그평균득점 수준의 타선 지원을 받으며 내내 던질 때 승률 5할을 달성할 수 있는 투수를 말합니다. 따라서 리그평균실점투수는 상당히 우수한 투수입니다.

    PRAA는 우규민이 그 가상의 [리그평균실점투수]보다 얼마나 더 잘던졌는지를 말합니다.
    153.2이닝을 던진 그의 PRAA 는 (5.72 - 4.47) * 153.66 /9 = 19.7 입니다.
    이 값은 득점스케일의 값인데 한 시즌동안 5할승률투수 대비 +19.7점을 기여한 것이고 보통 득점+10점당 팀승리 +1승이기 때문에 소속팀의 5할승률 +2승 의 역할을 한 셈입니다.

    PRAA는 이닝이 많을수록 커집니다. 우규민과 비슷한 RA9 를 기록했지만 183.1이닝을 던진 옥스프링은 그래서 PRAA가 24.2 입니다.

    3. step2의 비교대상이었던 [리그평균실점]에 해당하는 득점기여도 LgAvrRuns를 계산한다.

    앞에서 계산한 PRAA 는 상대적인 값으로 [리그평균실점] 투수보다 “얼마나 더” 득점기여를 했는지 입니다. 그렇다면 리그평균실점 투수의 득점기여수준을 알아야 전체 득점기여도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약간 난처한 면이 있습니다. 타격의 경우 최악의 타자 득점기여도는 0점입니다. 그 이하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덜 실점했는지 측정해야 하는 투수의 경우 최악의 투수 득점기여도는 무한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어떤 투수가 타자를 상대해서 리그평균득점을 허용했다면 상대팀에게 5할 승률을 허용합니다. 그렇다면 동시에 자신이 팀도 5할 승률을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이때 공격측 선수와 (수비포함) 투수측 득점기여도는 같아질 것입니다.따라서 [리그평균실점] 투수 득점기여도는 [리그평균득점] 타자의 득점기여도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타자의 득점기여도인 wRC 계산방법을 거꾸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LgAvrRuns = 투수가 상대한 타자수 * 14년도 리그평균 타석당 득점 0.141 

    4. PRAA 와 LAR 을 더한 후 야구경기에서 실점억제를 담당하는 투수와 수비의 몫을 구분해준다.

    PRC = PRAA + LAR * (전체 실점억제 중 수비를 제외한 투수의 역할 비중)

    우규민의 PRAA 는 19.7 이고 상대타석수는 653 입니다. 따라서 (19.7 + 0.141*653)은 111.7 입니다.
    마지막 과제는 111.7 점에 해당하는 득점기여(실점억제기여) 중 투수와 수비의 역할을 나누는 일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긴한데 세이버메트릭스이 교조 쯤 되는 빌제임스가 선수의 승리기여도 WinShares 를 계산할 때 평균수준에서 투수와 수비의 비중을 65:35 로 잡았기 때문에 이 기준을 사용하려 합니다. 다만 평균적으로 그런 것이기 때문에 탈삼진이 많은 상위권 투수들의 경우 65% 보다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5. 결과 - 투수의 0점 대비 득점기여도 PRC.  이것은 타자의 wRC에 해당하는 값이다.   
    (우규민의 PRC = 111.7 * 0.65 = 72.6 입니다)

    각팀 최고 선발투수들의 득점기여도 

    각 팀 가장 뛰어난 선발투수들의 피칭런 PRC 는 다음과 같습니다. PRC70 은 투수의 비중을 65%보다 약간 높은 70%로 볼 경우의 득점기여도입니다.   

    이제 4번타자와 1선발 에이스 투수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KBO14년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팀 최고의 타자들은 팀 최고의 투수들보다 득점기여도가 좀더 높은 편입니다. 4번타자는 에이스 선발투수보다 팀승리 기여도가 더 높았습니다.

    14시즌 KBO에서 "4번타자"는 "1선발투수"보다 득점기여도가 높다

    여기에는 에이스급 선발투수들의 이닝소화능력이 떨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득점기여도가 높아지려면 낮은 ERA,RA와 함께 많은 이닝이 중요한데, 리그 에이스급 선발투수들 조차 단 2명만이 180이닝을 넘겼을 뿐입니다.  

    류현진이 MLB에 진출한 이후, 리그를 지배하는 선발투수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광현과 윤석민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그들을 이을 새로운 얼굴도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타자들 중 강정호, 박병호, 손아섭 등이 지난 시즌 보여준 모습은 역대 타자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수준입니다. 물론 지난시즌은 예외적인 타고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인이 아니라도 강력한 4번타자는 보통 팀내 1선발보다 좀더 득점기여도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또 비교에서는 야수의 타격만을 고려했지만 그들은 수비이닝에서는 타자가 아닌 수비수로 팀득점(실점억제) 에 기여합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은 아닙니다. 투수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득점과 실점의 균형이 승리를 결정하며 최고수준의 타격능력을 가진 야수는 에이스급 선발투수보다 팀득점기여도 면에서 더 높은 편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작고한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1패 기록 같은 것입니다. 그는 정말로 일기당천으로 혼자서 경기를 지배했고 시리즈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속설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84년의 한국시리즈는 “최동원 놀음”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요. 한때 한화의 야구가 “류현진 놀음”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4번타자가 에이스 1선발보다 더 득점기여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야구팬들이 에이스 투수를 가치있게 여기는 이유는 어쩌면 평균적인 통계를 무시할만큼 압도적인 에이스 투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ppendix 
    다음은 투수와 타자를 섞어 득점기여도 기준 TOP20 선수들입니다. 상위권에 있는 것은 역시 타자들입니다. 투수와 수비의 비중에서 65%가 아니라 70%로 잡으면 투수들이 약간 올라옵니다. 

    * 타자와 투수에 대한 raw-data는 kbo홈페이지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 wRC 계산을 위한 가중치는 baseball-lab.com에 실린 2014년도 버전을 사용했습니다. 계산상 아구가 잘 안맞는 부분이 약긴 있긴 했지만 큰 차이는 아닙니다. 
    * XR은 짐퍼타도의 오리지널 가중치를 사용했습니다.  


    Talkback to Baseball-In-Play 토아일당

    글에 대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야구통계 또는 세이버메트릭스의 가치는 콤마 단위로 선수를 평가해서 줄세우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의 엄격함과 정밀함은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야구를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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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3 00:30:53  220.126.***.20  Track_8  41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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