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어릴적에 할매의 할배와 종종 시장에 놀러가셨다고 합니다.
한번은 장에 갔다가 나무로 된 할매 장난감과 박을 쪼개서 만든 바가지 그리고 잡다한 물건들을 이것 저것 사가지고 오셨답니다.
어린 할매는 장난감이 생겨서 기쁜 나머지 바가지에 장난감을 통통 때리며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할매의 할배는 그날따라 잘한다 잘한다 하시며 바가지 몇개를 할매 허리춤에 매어주셨다고 합니다.
할매는 신기한 장난감인양 허리춤에 매놓은 바가지도 통통 때리고 손에잡은 바가지도 때리고 폴짝거릴때 마다 허리춤의 바가지도 덜그럭 거려서 기분 좋게 집으로 왔답니다.
마을 입구쪽에 다 왔을 무렵 할매집에서 일하시던 아재 둘이 마중을 나와있더랍니다.
할매의 할배는 한 아재를 보시더니 할매를 업으라고 하시고는 다른 아재에게는 뭐라고 말을 하시려다가 풀썩 주저앉으셨답니다.
할매는 평소 소도 때려잡을만큼 덩치도 크고 호랑이같이 생긴 할배가 다리 힘이 풀려서 풀썩 주저 앉으신걸 처음 봤답니다.
집에 일하는 사람들이 할매의 할배를 들쳐업고 집으로 갔는데 할배가 이틀을 꼬박 앓으시다가 깨시더니 아재들에게 사냥꾼 좀 모아 오이라.. 하셨답니다.
할매는 좀 크고나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수 있었답니다. 장에 갔다오던날 늑대 한무리가 할매와 할매의 할배 근처에 따라왔는데 6척이나 되는 할배이기에 섣불리 덤비지는 않고..
게다가 할매가 덜그럭 거리는 소리를 계속 내고 있으니 그 소리가 싫었던지 거리를 좀 두고 따라오더랍니다.
그래서 할배는 할매보고 잘한다 잘한다 해서 계속 소리를 내도록 했고 마을까지 오는 내내 손녀를 어떻게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로 오셨던겁니다.
늑대들의 공격 패던이 서있는 사람을 바로 공격하는게 아니라 길가던 사람이 주저 앉을때까지 머리위로 휙휙 뛰어다니다 주저 앉으면 바로 공격을 한답니다.
할배는 할매가 어떻게든 폴짝거리게 하려고 바가지를 허리춤에 매어주셨고 본인은 여차하면 싸울 기세로 긴장하시고 계셨던 겁니다.
마을에 도착해서야 긴장이 풀려서 앓아누우셨고 깨신 후에는 마을 사람들이 혹여나 해를 입을까봐 사냥꾼을 부르신거랍니다.
할매는 어린시절 가장 신났던 기억이 허리춤에 바가지를 달고 옆에서 할매의 할배가 바싹 붙어서 잘한다 잘한다 하고 큰 소리로 내내 칭찬하시며 마을로 걸어오던 거랍니다.
가장 무섭고 끔찍한 순간이 될수도 있었던 상황을 가장 신나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바꿔주신 할매의 할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