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7년 중학교 2학년 시절
오후 3시쯤 학교가 끝나서 하교를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던 시절이라 나는 언제나 자전거를 끼고 살았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하교를 하다가 오르막길이 나와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당시 나는 175cm 몸무게 기억안남(하지만 건장한 체격)이라
그 때까지 그 누구한테도 시비를 걸린 적이 없었던터라
주변에 양아치를 만났네 삥을 뜯겼네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아무튼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야!!"
라는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은 내가 사는 곳과 정반대의 곳에 살고 있기에 나를 부를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시하고 걷는데 뒤에서 또
"야!!!"
라는 고함소리와 함께 뭔가 나한테 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더니
왠 양아치의 표본처럼 생긴 형이(형일거라 판단) 오토바이를 타고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곤 내 옆에 멈추고 딱 폼을 잡더니 하는 말이
"야 너 돈 있냐?"
이러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중2병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중학교 2학년 거기다 남자라 혼자있을 때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을 하곤 했었다.
'아 저기서 만약 강도가 들어오면 이렇게 제압하고(개뿔) 이렇게 주먹을 날리고(살려주세요ㅠㅠ) 이래야지 후후'
와 같은 망상을 자주하곤 했었다.
하지만 역시 망상은 망상에 불과했었다.
(오토바이 형을 양아치라 칭하겠습니다.)
양아치의 말을 들은 나는 그날 아침에 엄마에게 받은 용돈 2만원이 지갑에 들어있는 것이 생각났고
어느 병신이 대낮에 인적 많은 도로변에서 삥을 뜯을줄 알았나..라는 생각과 함께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있다고 대답을 해버렸다.
그러자 양아치가
"그럼 돈 좀 보여줘봐"
라고 했는데..
차라리 돈 내놔!! 라던가 돈 좀 줘봐!! 라던가 했으면 주고 끝났을 것을..
'보여줘봐'라고 하는 덕분에 진짜 그 당시의 나는 정말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어떻게 보여주어야하는가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을..
머릿속에는
1. 지갑을 주고 안에 돈을 보여준다 -> 돈을 뺏긴다 => X
2. 지갑을 꺼내 안의 돈을 보여준다 -> 아무것도 뺏기지 않고 보여줄 수 있다. => O
라는 결론을 도출하여 뒷주머니의 지갑의 2만원을 꺼내어 손에 들고 양아치 형의 얼굴 앞에서 흔들었다
"자 여기 2만원이요 됐죠?"
하지만 어린 나는 언제까지 보여줘야 되는지 몰라 양아치 형의 제지가 있기 전까지 면전에 대고 흔들고 있었다.
양아치 형이 많이 화가 났는지 지갑에서 두둑한 돈뭉치(당시 기억으로 돈뭉치의 두께가 손가락 3개를 합친것 만하였다.)
를 꺼내어 돈을 세면서 나한테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대충 내용은 나에게 칼이 있으니 지금 이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언제든 너를 찌를 수 있다. 그러니 돈을 보여줘라 였다.
하지만 나는 돈이 저렇게 많은데 이깟 2만원이 더 필요한가?싶은 생각을 하며 또 보여달라는 요청에
다시 한번 돈을 들고 흔들었다.
그러자 양아치 형이
"아나 xx 돈 보여달라니까?!!!!!"라고 소리를 쳤고
그에 빡친 나도
"아!! 보여줬잖아요!! 여기 2만원!!"이라며 응대를 했다.
나의 속마음은
'시발 보여달래서 보여줬는데 지랄이야'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렇게 양아치와 중2는 도로변에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결말은 무쏘를 타고 지나가던 한 정의로운 아저씨가
(왜 정의롭냐면 내 옆을 지나가던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나와 양아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지나갔기 때문)
"야!! 너 뭐하는 새끼야!!"라고 고함을 치며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는 양아치 형을 잡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며 끝났다.
그 이후로 8년간 누구에게 시비를 걸린 적이 없고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삥뜯길뻔한 사건은
돈을 어떻게 보여주어야하는가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직도 이 얘기는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웃으면서 말해줄 수 있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