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에 다녀왔습니다..
열기가 후끈하더군요 괜시리 그 광경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자리를 잡고 옆에 계신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
제 옆에 중학교..2학년? 쯤 되보이는 학생이
"누나는 투표권 있어요?"
라고 묻더군요..
"응 있지~"
"그럼 투표해 봤어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제 나이23살 여지까지 선거날을 다 노는날이라고 생각하고
아 국회의원 선거 일년에 한번씩 하지...올해는 빨간날이 별로 없네~
선거날 어디 갈래? 등등 그간의 제 행적을 보아하니.... 자신있게 "투표해봤지" 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씁쓰런 웃음으로 대신했죠.
"누나 그럼 이번에 꼭 투표해서 국회의원들 제대로 뽑아주세요 아저씨두요~"
"..............응 꼭 그럴께~"
"다음번에도 꼭 해야되요 까먹지말구 꼭이요 누나 약속"
참 부끄러웠습니다.
까먹지 말구요 누나.......
저도 저 학생처럼 걱정스럽습니다 금새 또 잊지 않을까.. 이 열기 정말 야당의원들 말처럼
1주일에 불과한게 아닐까....
오늘 같이 학교앞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저희 과 몇몇 후배들이
"아우 선배 요새 인터넷 티비 신문 온통 몇일째 탄핵얘기뿐이예요 유머싸이트도 그렇고
쇼핑몰도 그렇고 짜증나 죽겠어요"
"탄핵이 뭐예요? 헌재는 어딨는건데요?"
(보통...헌재가 뭐하는덴데요 라고 묻습니다..어디있는진? 저도 모릅니다//=ㅁ= )
"대통령 탄핵된거랑 나랑 뭔 상관이예요"
"대통령 짤리면 또 뽑으면 되는데 왜들 난리람 지겨워 죽겠어요"
"어제 시내 차막혀서 죽는줄 알았어요 여자친구한테 늦게왔다고 얼마나 잔소리 들었던지.."
"선거날 우리학년모여서 엠티가는거 어때?"
"지금이 16대 국회의원이예요? 별로 안됐네...."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아녜요?"
"열린우리당이 언제 생겼는데요? 그사람들 다 사기야~"
" 선배님도 의외로 고지식하시네요 정치얘기에 관심두시고...."
허탈한 웃음..밖에 안나오더군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다 같은건 아닌가 봅니다.
시위에서 만난 그 중학생보다 제 앞에서 밥먹고 있는 후배들이 더 한심해보이는건..
당연한거겠죠?
"니들은 나이가 몇살인데....배웠다는 녀석들 생각이 그것밖에 안돼! 계산 니들이 해라=ㅁ=//"
라고 말해주려다가....기분이 너무 씁쓸해서 "바빠서 먼저 갈께" 라고 말하고
나왔습니다....
우리주변엔 이렇게 목소리를 높여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딴나라당 알바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화를 내고 다독거릴 사람은.. 알바생들이 아니라
매 시간마다 또 다시 원점으로...무관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탄핵안가결되고 처음엔 다들 화가 나고 열이 받죠..
그중엔 탄핵이 뭔지도 모르고 왜 탄핵이 되고 왜 우리가 화를 내야되는지 이유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무관심으로 돌아가고..
정말 홍사덕총무가 말한것 처럼 딱 1주일이면 안정된다고 말한..그게 맞아떨어지는거죠.
오늘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촛불시위에서 만난 중학생에게..약속한대로..
투표를 하고 부끄럽지않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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