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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9276
    작성자 : 건전한인간
    추천 : 27
    조회수 : 4263
    IP : 58.142.***.107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6/07/15 23:55:40
    http://todayhumor.com/?panic_89276 모바일
    작성자 불알다쳐 저승봤었던 얘기) 너무 소름끼쳐요..미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2시간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쓴 글 중에 예전에 불알다쳐 저승봤다는 우스갯소리 같은 상황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 정신이 없어, 샤워를 끝마치고 이렇게 다시 써봅니다

    정신이 없어, 두서가 없네요 ====


    =================

    오늘 속초에서 서울로 돌아와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잠에 든 직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릅니다

    어둡던 시야가 밝아지며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이 나타났습니다

    환자복? 실험복? 어느 새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란히 서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소름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뺨을 때리는 모래감촉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꿈이면 깨요?

    꿈이면 안아파요?

    볼 꼬집었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달렸습니다.

    예전엔 가만히 서있었는데

    이젠 미칠것 같았습니다

    귀신 같은 공포? 귀신을 보는 무서움?

    tv에서 나오는 창백한 얼굴? 푸른 섬광속에 서있는 귀신?

    차라리 그딴거였으면 좋았을테죠

    뙤약볕 아래에서 평범하게 서있었어요

    여름인데, 벌판인데, 덥지도 않아

    마구잡이로 뛰었습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에 점차 미쳐버릴것 같았습니다

    이곳이 '현실'이라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묘했던 감각은 대체 뭐죠?

    누가 날 잠자는 사이에 이상한 실험장소로 데려간 것 같았습니다

    미칠듯이 달리는데 멀리서 방울소리가 들렸습니다

    제일 무서운건 그 방울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았다는 겁니다

    절에서 들려오던 종소리보다도 청명하고 경쾌한소리였습니다

    절대 무서워할 상황이 아닌데,

    사람들 얼굴에도 생기가 도는데,

    어째서인지 그 상황이 너무나 무서워서 그 소리를 피해 다녔습니다

    끝없는 벌판이었습니다. 도망치듯 달렸는데도

    그 누구도 절 신경쓰지 않고 평온한듯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어떤곳이든 상관없었습니다. 그곳을 보면 너무나 무서워질 것 같아

    그저 반대방향으로 냅다 달렸습니다 

    바닥에 머리를 찍기도 했고, 뒹굴기도 했습니다

    입가에 느껴진 흙맛에 소름이끼쳤습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울었습니다

    정말 청승맞게 울었습니다

    어째서 내가 여기에 와있어야 하는지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습니다

    벌판은 끝도 보이질 않지, 사람들은 생기어린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보지

    덧없이 따뜻한 정경이 소름끼치게 만드는 곳에서 왜 내가 여기에 왔냐고

    그거 꿈 아니었냐고, 부모님 보고 싶다고, 형 보고 싶다고 울었습니다

    방울소리가 점차 가까워졌습니다

    체념하듯(여기서부터 꿈으로 돌아간건지 체념을 수긍하는게 빨랐습니다)

    사람들 곁에 섰습니다. 차마 그들과 같은 곳을 보지는 못한채 바닥에 엎드려 울었습니다

    방울소리가 귓가를 때릴무렵

    소리가 멈췄습니다.


    -----


    눈을 뜨니 그림자가 보엿습니다

    눈물로 흐려진 시야에 보이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덥지도 않은 뙤약볕에서 절 가려주는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숙여지는게 느껴졌고

    따뜻하고 향기롭고 뭔가 정체모를 아늑함이 느껴졌습니다

    놀랍게도 소름은 그 당시엔 사라지고, 슬픔도 사라졌고

    그저 이 목소리에 따라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만큼

    너무나 의지가 되는 목소리였습니다

    이번에도 여성 목소리였습니다

    그 전의 여성목소리와도 너무나 같다고 의식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절 처음대하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전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들어올리려 했습니다. 
    시선을 마주쳐 제 기뻐진 심정을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묵직한 손이 제 모가지를 붙들었습니다
    고개를 들어올리지 못하게 한채로 
    남성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성의 목소리도 평범했습니다
    살짝 무거운 목소리, 그러나 너무나 듣기좋은, 
    제가 처음 듣는 목소리노라고 그 당시 생각햇습니다
    남성이 제게 말했습니다.

    "고개 들지 마요. 살고 싶잖아요."

    남성의 말에 의식이 다시 멀어져갔습니다
    그때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외 딴 곳에 버려졌단 슬픔도
    여성의 목소리에 빠져든 기쁨도
    그저 허무맹랑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무감각해진 멍해진 정신속에서 목소리만큼은 또렷히 들렸습니다
    남성의 목소리였습니다. 
    고개를 살짝 들어 그림자만을 봤습니다
    세명의 그림자. 
    그 중 또다른 남성인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걸쭉하면서도 기분좋은 목소리였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집이었고 
    시간은 2시간이 흐른 현재가 되었습니다

    소름이 쫙 끼치네요
    너무나 현실적인 감각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ㅅㅂ

    꿈이라고 여기겠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생생한거죠?
    저승 아니었나?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저승이면 "언젠가 봐요"
    이 말을 해야 정상 아닐까요?
    근데 다시는 오지 않게 해드린다니 이건 뭐..내 꿈인지 아니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조금 이렇게 털어내니 소름이 덜 생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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