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범한 23살 대학생입니다.
요즘 부모님과 직업선택에 있어서 너무 많은 갈등이 생겨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대학을 들어갈 때부터 공무원 준비를 하기 원하셨습니다.
저도 그 때는 원래 가고 싶었던 학과(생명공학, 생물학)에 가지 못했고,
공무원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알겠습니다'하고 했다고 하기도 뭐하지만 조금 공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이 넉넉하지 않아서 (빚이 1억이 넘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데 드는 돈 같은 건 제가 어느 정도 벌어야 합니다.
동생도 내년이면 고3이거든요.
1학년 때부터 과외, 커피전문점 등등... 몇 군데서 알바를 하다가
올해 초부터 제가 아는 학원 선생님이 차린 학원에서 보조강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사실 똑같이 가르치는 일이라면 과외가 시간대비 수당이 좋긴 하지만
학원에서 일하는 것이 더 좋아서 과외가 어쩌다 들어와도 학원일을 계속 했습니다.
3달 일하고 나서는 시급도 오르게 됐고,
원장, 부원장님이 어렸을 때 제가 다니던 학원 선생님이신데
어느 날 부턴가 저에게 학원일을 해볼 생각 없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영어든 수학이든 제가 마음만 정하면 키워주겠다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에이, 농담이시겠지' 했는데
술자리에서도 그렇고 평소에도 여러번 제의를 하셨고 지금도 '마음 정하면 말해'하십니다.
10년 넘게 학원에서 계속 일했지만 그렇게 원장선생님께서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십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제가 서울에 중위권(인것 같습니다) 대학 법학과 학생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도 제가 학원강사 하고싶다 했더니 반대하시면서 이 얘기를 꼭 하십니다.
네가 어떻게 그 학벌로 먹고 살겠냐고... 네가 지금 이용당하고 있는거라고-
사실 그러면 저도 딱히 할 말은 없어집니다...
주위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직업 선택할 때는 꼭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한다' 하는데
저에게 그런 일은 공무원이 아니라 학원강사입니다.
그리고 공무원이 되려면 우선 공무원 시험에 붙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사이 과정에서 드는 돈도 적지 않을 것이고, 또 붙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생각에 답답합니다.
부모님께서는 빚을 내서라도 공부 시켜주겠다 하시는데 저에겐 그 이야기가 지나치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그만큼 제가 조금이라도 편하고 멸시받지 않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시겠지요...
며칠 전에 이 일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제가 부모님께 분명히 '아직 어떠한 결정도 명확하게 내리지 못하겠다'고 말씀 드리고 이야기가 끝났는데
그 이후로 매일 '시험 공부는 안하니?', '언제 하니?' 라고만 얘기하십니다.
아예 학원 강사 일은 배제하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후........... 답답합니다 정말..
저는 A급 강사가 돼서 일년에 몇억씩 벌어들이는 게 꿈이 아닙니다.
(학력만을 본다면 선례를 봤을 때 당연히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사회적 지위, 명성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학원에서도 제가 정말 관심이 가는 학생들은 수학, 영어를 10점, 20점 맞는 학생들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너는 왜 그런것도 모르니?' '아 답답해!' 하시지만
저는 그런 학생들 보면 그 답답한 심정이 이해가 가고 제가 아는 걸 많이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제가 맡은 학생 중에 제일 많이 성적이 오른 학생은 10점대에서 70점대로 성적을 올렸습니다.
학원 일을 하면 할수록 보람도 느끼고 행복한데 제가 지금 너무 섣불리 판단하는 것일까요?
부모님께서 비현실적인 것인지, 제가 비현실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이상을 품은 현실주의자'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오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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