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은 다소 혐오스러운 묘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3. 일단 이번 접촉은 포기한다. 내가 있는걸 눈치 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 나서는건 너무 의심스러워. 다음 기회를 노린다.(1번 1표, 2번 2표, 3번 9표)(엔딩 분기점 : 데우스 엑스 마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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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죽이고 문틈에 앉아 밖을 관찰한다. 심지어 나라도 이런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을 반기진 않을 거야. 그들은 조용히 먹을 것을 채우더니 소리도 내지 않고 밖으로 사라진다. 야음을 틈타 움직이는 모양새가 한두번 한 것도 아닌 듯 능숙하다.
개중에는 긴 머리를 묶은듯 꽁지머리가 달랑이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인가... 당장이라도 합류하고 싶지만 이내 사람들은 사라졌다. 사라진 방향을 보아하니 방공대피소가 있는 야산방향이다. 아무래도 거기를 거점으로 잡고 있는 민간인 같은데. 이쪽은 좀비화가 늦게 터진 듯 한데 의외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대피한 듯 하다.
사람이 있고 떠돌이가 아니라는 점에 일단은 안도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합류할 수 있으리라는 뜻이니까. 혹시 모르는 마음에 그들이 나가고도 제법 시간이 지난 뒤에야 천천히 문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고요하다. 그때 문득, 머리 안쪽 깊은 곳이 욱씬거리는 듯한 두통이 몰려온다. 잠을 설쳐자서 그런지 편두통 비슷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억지로 몸을 움직여 짐을 안쪽으로 옮기고 창고에 널어둔 옷가지들도 가져와서 의자며 옷걸이에 걸고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몸이 아주 상쾌하다. 두통도 사라져있고 몸도 개운하다. 이정도라면 오늘은 잠이 들지 않고 그들을 기다릴 수 있을 듯 하다. 새삼 씻고난 다음날 아침이 되니 몸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열량도 부족한데다 길에서 노숙하고 걷기만 했더니 살이 쭉 빠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피부가 쳐졌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건 내가 아직 여자이기 때문일까. 바디로션을 짜서 몸에 펴바르고 기지개를 켰다. 오늘은 병원쪽을 탐사해 볼 예정이다.
어깨에 메는 크로스 색을 하나 가져다가 간단한 끼니와 물, 양말 한켤레를 챙겼다. 과도도 칼집 째 챙겨서 주머니에 넣었다. 신발끈을 꽉 메고 출발했다. 병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가는데에는 얼마 걸리진 않았지만, 문제는 여기저기 산재해있는 좀비들. 병원에 가까이 갈 수록 좀비의 숫자가 늘어난다. 지방에, 그것도 시골마을에 세워진 병원치곤 환자가 많았던 걸까. 흰 옷을 입은 좀비들도 간혹 눈에 띈다.
등반화의 고무 밑창 덕분에 그리 큰 소음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병원 건물이 전체적으로 눈에 들어오니 이 곳도 제법 새 건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건물 1층에는 수십마리의 좀비들이 로비에 그득하다. 몸을 부딪히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틀어 약제과로 향했다.
약제과 안쪽에는 좀비가 없었다. 그러나 약제과 자체가 망가져있다... 한쪽 벽면에 있던 목제 수납장이 쓰러져있고 바닥에는 다종다양한 색의 약들이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볼 풀처럼 그득하다. 애초에 상세히 구분할 만한 기초지식이 없으니... 다른쪽 수납장을 뒤져 소독약과 붕대 두개를 챙겼다. 차라리 약국을 갈 걸 그랬군.
갑작스레 투두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창 밖에 비가 내린다. 이런... 올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는데. 좀비들이 천천히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소리에 반응하는 줄은 알았지만 빗소리에도 반응을 하는 건가.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간 좀비들은 그저 빗속에서 여기저기 헤메고 돌아다닐 뿐이다. 고개를 돌리거나 하는 뭔가를 찾는듯한 행동. 그러나 소리를 내는건 그저 비일 뿐이다. 그들이 찾는 인간은 당연히 없다.
빗줄기가 굵어질 수록 점점 좀비들도 밖으로 나오고 있다. 로비 구석 의자에 앉아있자니, 구석구석 어디 숨어있었나 싶은 좀비들이 또 문 밖을 향해 간다. 개중에는 바로 옆에 있는 문을 찾지 못하고 유리창에 몸을 부딪히는 놈도 있다. 어쩐지 안타까운 기분이다. 뿌옇게 흐린 비안개가 끼고있다. 창밖에는 빗소리를 쫒는 좀비들이 우글우글 하니 나가려면 뒷문으로 나가야 하려나... 그리고 그때, 어딘가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챙그랑- 투둑 퍼걱 콰직...
창 밖에 좀비들이 쏟아져 내린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때마다 좀비들이 오물처럼 바닥에 떨어진다. 빗소리를 쫒던 좀비들이 1층의 좀비들처럼 몸을 부딪히다가 무게를 못이기고 유리창이 깨진거다. 팔뚝이 아파서 내려다보니 내가 손톱을 세워 꽉 잡는 바람에 피가 나고 있었다. 손 마디마디가 하얗게 물들도록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질퍽한 땅 위에 부딪혀 으깨진 토마토처럼 박살나가는 좀비들. 지나치게 메말라 있던 팔 다리가 나뭇가지 부서지듯이 떨어져서 튀어다니고 머리나 상하체가 나뉘어 여기저기로 비산하는 경우도 보인다. 그나마 좀비화가 늦게 되는 바람에 아직 몸이 사람에 가까웠던 좀비들은 바닥에 부딪히자 마자 폭죽처럼 내장을 흩뿌리고 있다. 너무나 끔찍한 장면들... 나는 내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구토를 억지로 소리를 눅여 바닥에 토해낸다.
한참이나 지난 뒤,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더는 좀비가 뛰어내리지 않았다. 아마 안에 있는 좀비 대부분이 나온 것이리라. 낮은 층에서 떨어져 몸뚱이를 온존하고 있었던 좀비들 마저도 더 위층에서 날아든 좀비들과 부딪혀 머리가 배에 박히고 팔다리가 몸뚱이에 쑤셔진 채로 바닥에 꽂혀있다. 병원 밖으로 벽면을 따라 육편의 벽이 세워졌다. 너무 끔찍한 몰골에 고개를 돌리다가 그제야 이 좁은 시골바닥 병원에 사람이 이리도 많은지 깨달았다.
안내도에 따르면 건물의 3층부터 9층까지는, 요양소였다. 실버요양원부터 불치병에 걸린 이들의 호스피스 활동까지 겸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황망히 창 밖으로 시선이 향하니 이제 보인다. 그들이. 찢기고 피에 물들고 이제 흙바닥에 뒹굴고 있는 환자복 아래에 흰 머리 노인의 배에 어린 남자 아이의 팔이 박혀있다. 팔 뿐이다. 팔의 주인은 그의 배에 팔을 박아넣고 바닥에 부딪혀, 그 충격으로 관절 째 팔을 잃고는 저 너머까지 내팽개쳐진 것이다. 어떤 여자는 국기봉에 턱이 꽂혀 척추 따위와 머리만 매달린채 바닥에 몸뚱이를 버렸다. 길고 푸석푸석한 머리카락과 그 밑으로 새하얀 뼈 몇조각. 실처럼 흩날리는 신경들.
아랫턱이 박살났는데도 아직 움직이려고 목을 까딱거리는 중년의 여성이 보였을때 나는 다시금 속의 것을 게워냈어야 했다. 저들 대부분은, 아직 움직이려고 한다. 사람 키 하나만큼 높이의, 벽면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뼈와 살의 벽이 지금도 살아있다는 듯이 팔다리를 휘젖고, 끄덕이고... 숫제 서로의 움직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정교한 기계장치 처럼 꿈틀꿈틀, 버적버적 하고 기묘한 공회전을 반복한다. 생산성도 전달성도 없이 의욕만 넘치는 재능없는 부자의 전위예술 오브제 처럼.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마 건물 주변 대부분이 저런 것으로 둘러쌓여 있을 것이다. 감염을 각오 하고 저걸 뛰어넘지 않는 바에야 포위당한 거나 매한가지다. 나는 다른 출구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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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 : 의류 한벌, 양말 두켤레, 식료품 1인기준 3일치, 설탕/소금 0.5kg, 후추 2/3통, 각종 생활용품 약간, 과도 및 포크수저 한자루, 알콜 소독젤(5/9), 비상약품 일습, 각종 부식류 2끼분, 물 1.5L 두통.
1. 안내도에는 지하 주차장이 있었다. 적어도 주차장 입구가 건물에 가깝지 않다면 통로 자체는 연결되어 있을거야.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2. 적어도 병원인 만큼 병원에서 운영하는 엠뷸런스가 있을 것이다. 원무과나 총무과를 찾아 열쇠를 획득하고 차로 밀고 지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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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드디어 좀비물다운 장면이 하나 나왔군요. 경고까지 써붙일 만큼 묘사가 잘된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적어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