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외근 나왔다가 끝나고 집에 가려다가,
부모님한테 문재인 영업하러 부모님 댁에 잠깐 들렀습니다.
부모님이 비싸다고 안 사드시는 유기농 빵 ㅋㅋㅋ 와장창 사들고 용돈 5만원 빵 밑에 깔아 드렸어요. 넘나 완강하시네요.
강요하지 말라 하시는데, 그간은 그리 말하시면 물러났지만 오늘은 괜히 오기가 났어요.
싫어! 강요할 거야! 치사하게 딸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안 찍어주나! 강요하러 또 올 거야!!
빽 소리 지르고는 고집불통 우리 엄마 미워 이러며 번쩍 안아
올려서 다섯 바퀴쯤 빙빙 돌려 드리구요. 까르륵 얘 어지럽다!
아빠한텐 딸내미 마실 술 다 떨어졌으니 담그신 거 달라고 땡깡 피우고. 치사하게 맨날 사위들만 주고 나는 안 주고! 아빠 치사해! 빽빽 소리 지르고.
술 한병 채워 주신 아빠한테, 그동안 아빠랑 촛불집회에서 만날 때마다(세 번 뵈었어요) 용돈 20만원 드린 거 같은데 치사하게 진짜 문재인 안 찍어 줄 거냐고. 완전 행패 ㅋㅋㅋㅋ 부렸어요.
처음엔 이성적 논리적으로 문재인 공약을 설명드렸어요. 연세 있으시니 치매병원,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등등.
근데 이 설명 다 안 들으시고 자꾸 강요하지마, 안 찍어 그러시길래 오늘은 아예 다섯살 떼쟁이 딸인양 칭얼거리고 앵앵거리고엄마 미워! 아빠 미워! 꽥꽥거렸습니다.
처음엔 또 문재인 얘기한다고 인상쓰시던 부모님이 땡깡을 피우니 인상을 피시고 어처구니없어서 크게 웃으십니다.
발단 전개 위기! 이제 위기의 단계!
엄마가 빵봉투에 든 돈 필요없으니 강요 그만하라고 정말 돈을 내미시더라구요.
어지간하면 용돈은 거부 안 하시는 분인데?! 큰일이다!
치사하게 준 돈만 돌려 준다고?
내가 여기 도착해서 30분이 지났어! 이자가 5만원 추가야!! 없는 살림에 용돈을 드렸더니 치사하게 그대로 주는 법이 어딨어!
이랬더니 지갑에서 진짜 5만원 더 꺼내서 야, 너도 어려운데 그냥 가져가라 하셔서.
와! 나 같으면 그냥 문재인 찍어 주겠다! 진짜 너무하네! 달란다고 진짜 주다니 너무하네!!
꽥꽥거리고 간신히 위기 모면했어요.
마지막에 신발 신으면서 월급이 적어서 투잡하는데 회사에서 투잡하지 말랬다구 하니, 어머 어쩜 그러냐 너무하다 그러시더라구요.
또 냉큼 그러니까 치사해서 딸내미 못살겠고 월급 오르게 문재인 찍으라고 또 악악거리고 나왔어요.
담에 또 맛있는 거 사드리러 올테니까 문재인 찍으라는 마지막 인사까지. ㅋㅋ ㅜㅜ
사실은 한동안 아빠한테 화가 나서 더 이상 대화 안 하겠다고 했었거든요. 휴. ㅜㅜ
근데 부모님한테도 영업 못하면 딴사람들한테 영업해서 무슨 의민가 싶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성 논리 다 안 통하니 떼라도 써 보려고요.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요?
치사하잖아요.
오죽 딸이 마음 답답하면 부모님 설득하러 평일에 외근 끝나고 집엘 안 가고 들렀겠어요.
근데 그 간절함을 좀 부모로서 한번 들어주고
우리 딸이 얼마나 고민하나 이해도 해주면 좋잔힝ㆍ요.
이건 단순히 문재인 지지를 떠나
부모님께 저라는 자식 좀 귀하게 생각해 주고 어여삐 여겨달라는 투쟁이기도 해요.
딸이 하는 말을 귓가에도 한번 안 담아주는 부모님께 서럽다 서운하다 하소연하는 거에요.
이만큼 찡찡거리면 한번 생각해 주기라도 하지, 정말 치사하게 생각은 커녕 문재인 싫다 소리만 앵무새처럼 되뇌이시다니.
주말에 세탁기, 청소기 돌리고 한번 더 갈까 싶어요.
부모님 댁 근처에 후덜덜하게 비싼 초밥집 있는데, 주말엔 거기 모시고 요리사들 다 있는 앞에서 초대형 땡깡을 피울까 봐요.
문재인 찍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가게에서 춤을 춘다거나.
용돈 또 드리려면 은행부터 들러야겠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