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받지 않은 손님
갑작스런 말이지만, 나는 영감이라는 게 전혀 없다.
그런 내가 며칠 전 일 때문에 지역에서 꽤 유명한 유령 저택에 가게 되었다.
나는 그 지역 사람이 아니라 전혀 몰랐지만
"예전에 집 주안이 저택에 있는 감나무에서 목을 메달아 자살했다"는
소문이 아닌 실제 사람이 죽은 일이 있는 저택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그 집엔 사람이 살고 있다. 일단 A 씨라고 칭하겠다.
지어진 지는 15년 정도 된 큰 셋집이지만, 유령 저택이 무서워서 이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수속이 필요해 내가 A 씨네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처음 본 A 씨는 "○○씨는 귀신 같은 거 보나요?"하고 물어봤다.
그런 걸 보는 사람들은 문에서 더 들어갈 생각을 않고 돌아간다고 한다.
A 씨도 귀신 같은 존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이나 보았다는 것이다.
나는 매년 여름 목표가 "올해야말로 귀신을 목격해보자!"였음에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둔감한 사람이라고 했더니
"그럼 괜찮으시려나...?"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했다.
그 동네 토박이 동료가 "부적 가져가라"라고 반 정도 진담으로 말했지만
좀처럼 없는 절호의 기회다. 가지고 올 리가 없지.
A 씨는 "속이 안 좋아지면 말하세요"라며 배려인지 협박인지 모를 소릴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봤다..
소름도 돋지 않고, 두통도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계단 난단에서 점프도 해보고
피투성이 남자가 돌아다닌다는 일본식 방에서 뒹굴기도 해봤지만
아무 느낌도 없었다.
처음에는 듬직하다는 시선을 보내던 A 씨도
결국에는 "○○씨.. 당신 상당하시네요..."라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A 씨네 집을 나서서, 아니 잠깐 어쩌면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그런 얄팍한 기대를 하던 그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
근무 시간에는 좀처럼 전화하지 않는데 왠일로 엄마가 전화를 건 것이다.
뭔가 싶어 전화를 받았더니 엄마가 "너 지금 어디니?"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별 건 아니야"라며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지금 혼자 사는데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들리렴. 그때 말해주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퇴근 길에 집에 들러서 엄마가 그날 겪은 일을 듣게 되었다.
낮에 엄마가 거실에서 낮잠을 자는데 반쯤 열린 문 너머에 누가 지나가는 기척이 났다.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앗 손님이 벌써 오셨네!"라며 벌떡 일어났다.
복도로 나가보니 사람 그림자가 그 너머의 일본식 방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서둘러 일본식 방으로 들어가보니 스님 한 분이 앉아서 엄마가 들어가자 경을 외기 시작했다.
참으로 감사하다 생각한 엄마는 가부좌를 틀고 경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경을 듣던 중에 "어? 손님이 저 스님이셨나?"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스님이 검은 법의를 입고 있는데다, 외고 계신 경도 장례식용 경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차라도 대접하려고 일어나려던 그때였다.
복도쪽 장지문 너머 사람이 서 있었다.
살짝 열어보니 엄마의 아버지, 그러니까 내 외할아버지였다.
외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저런 놈에게 차 대접할 거 없다!"라고 하시더니
복도 너머로 사라지셨다.
그때서야 엄마는 이 스님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란 걸 깨달았다.
여기서 벗어나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며, 경을 외는 스님을 마주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스님의 경 외는 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스님은 째려보는 엄마에게 한 마디 "어째서?"라고 했다.
엄마는 주저없이 "왜냐니! 내 거니까!"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거실에서 눈이 떠졌고, 갑자기 내 걱정이 들어서 전화를 건 것이라고 했다.
허어어... 하는 생각도 들며, 내가 어디서 뭘 했는지 설명드렸다.
"역시 네 놈 때문이었구나!"라고 소리치쳤고 오랜만에 주먹질 당했다.
엄마는 예민한 편이지만, 나와 같이 영감 같은 건 없다.
다만 평소에 외할아버지 무덤을 찾아가서
"아버지는 손주인 ○○는 보지도 못 하고 돌아가셨으니까
적어도 지켜주셔야 해요" 라고 빌었다고 한다.
어쩌면 나는 외할아버지 덕분에 귀신을 못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