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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ugLurYKbBW4
이하석, 나무
가파르게 서 있는 나무
지난 가을에 무성한 바람의 기억들 떨쳐버리고
망각의 비탈로 밀려났다고 여겼는데
언제 기억 되찾았는지
우리가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문득 전신이 푸르스름해져 있다
바람기가 곧 무성해진다는 걸 드러낸 게다
우리 자는 사이 밤을 치대던 천둥
그 환한 예언의 소리 온몸으로 맞은 어혈 같다
그러고 보니 이월의 끝이고 삼월의 초입이다
그러니까 나무는 절로
제 온몸의 봄을 당연한 소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 기세는 여름으로 이어져 무성해진다
나는 바로 보고 말해야겠다
나무는 모든 계절의 끝머리쯤에서
망각되거나 의심되는 게 아님을
언제나 그렇듯 나무가 선 그곳이
모든 계절의 출발점인 것을
나도 그렇게 비탈에 서 있음을
박우담, 버려진 시간
쪼개진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자작나무숲이 보이고
듬성듬성한 나무 사이에 길이 나 있다
걸었던 기억이 비릿한 안개 속에 있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너덜너덜한
시간의 힘줄
푸줏간의 고깃살처럼
비릿한 것들이 검은피를 흘리며 매달려 있다
흉곽 속엔 하얀 자작나무 벗겨진 껍질에
암매장 된 기록, 꿈틀거리는
나의 장기들 보인다
소금 간 없인 읽을 수 없다
코를 씰룩거리며 초침이 지나간다
또 다른
나의 묘비가 내 앞에 있다
검은비가 숲을 덮기 시작한다
진동규, 보리밭
겨울을 감 잡아내는 보리밭
얼었다 녹고 헐어 부풀어 오른 땅
지그시 밟아 부스럼 같은 것들
가만가만 땅바닥에 다독인다
땅 맛을, 땅 맛을 알아야 하지
발등을 덮어오는 황토 부풀었던 것들
보리밭에 보릿대로 나를 세운다
덧나지 말아야지, 잔등을 넘어
푸른 이내 마을로 내린다
이문재, 봄날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김주대, 풀꽃 매장지
무리를 떠난 꽃 한 송이
가파른 상처에 뿌리를 대고
진다
벼랑 끝에 이르러서야 자유로웠던 삶이
선 채로 죽음을 인수하고 있다
너를 만지던 눈으로
너를 안으면
뜨겁게 살아 빨리 늙은 여름이 풀썩 안겨온다
이름 없는 이에게는
눈물이 봉분이어서
젖은 눈 속에 너를 매장한 뒤
다독다독, 조금은 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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