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 4번 타순에 배치된 타자는 거포이미지로 당연하게 귀결된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깬 타자가 2007년 MLB에 등장했다. 추신수의 동료로도 잘 알려진 바 있는 신시내티의 '조이 보토'(Joey Votto)이다. 보토는 매년 20홈런 정도를 쳐줄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춘 타자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매력은 바로 무시무시한 출루율에 있다. 보토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할이 넘는 출루율을 꾸준히 기록했으면 데뷔한 이후 출루율이 3할 5푼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클래식 지표인 홈런과 타점이 적어지는 것을 이유로 들어 ‘보토가 좋은 4번 타자 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럼에도 보토는 계속해서 직접적인 타격을 하기보다는 더 적은 아웃을 통해 많은 출루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덕분에 보토는 본격적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약 152의 wRC+(조정득점생산능력)을 기록했다. 보토보다 높은 wRC+를 기록한 선수는 디트로이트의 미겔 카브레라 뿐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보토의 2015년은?(사진출처: flickr.com)
그리고 한국프로야구에 보토를 꼭 닮은 4번 타자가 등장했다. 바로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2001년 데뷔 후, 풀타임 주전이 된 2003년부터는 출루율이 4할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일본에서 돌아온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평균 4할 6푼이라는 놀라운 출루율을 기록했다. 김태균은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통산 3할의 타율과 4할의 출루율, 5할의 장타율, 흔히 가장 이상적인 타자의 지표라는 통산 3-4-5를 기록한 타자이다. 하지만 김태균 역시 최근 몇 년간 MLB의 보토와 같은 논란에 시달렸다.
김태균의 홈런 개수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시즌 내내 ‘타고투저’의 경향이 뚜렷했던 2014시즌 김태균은 18개의 홈런을 쏘면서 홈런 공동 18위에 그쳤다. 하지만 김태균은 홈런 대신 놀라운 타율과 출루율로 팀의 득점에 기여했다. 누구보다 꾸준했던 김태균의 타율은 아름다운 숫자의 향연이다. 김태균은 좌투수(AVG. 0.385), 우투수(0.336),언더투수(0.468)을 기록하며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주자가 없을 경우(0.376)와 주자가 있을 경우(0.359)에도 모두 3할을 쳐냈다.
김태균은 2011년 이대호의 뒤를 이어 올 시즌 전 구단을 상대로 3할을 기록한 2번째 타자가 되기도 했으며, 올 시즌 김태균은 월간타율이 3할 밑으로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유일한 선수였다. 김태균은 홈(0.389)과 원정(0.340)에서도 모두 3할의 타율을 넘겼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3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전반기(0.378), 후반기(0.347)에서도 마찬가지로 3할의 타율을 넘기는 놀라운 꾸준함을 보여줬고, 일주일중 하루도 가리지 않고 3할의 타율을 기록한 채 시즌을 마쳤다.
그렇다면 이런 성적을 기록한 김태균의 2014시즌 득점생산능력은 어땠을까. KBReport.com의 통계에 따르면 김태균의 wRC(득점생산능력)는 115.42로 리그 7위에 해당한다. 김태균의 앞에는 20홈런, 20도루의 1번 타자 나바로와, 테임즈, 손아섭, 그리고 넥센의 MVP급 성적의 3인방(박병호, 강정호, 서건창)뿐이다. 김태균보다 높은 wRC를 기록한 클린업 타순의 타자는 넥센의 박병호와 강정호, NC의 테임즈, 롯데의 손아섭이 전부이며, 삼성의 최형우(wRC 113.25)와 나성범(110.44)은 김태균보다 낮은 wRC를 기록했다.
파크 팩터를 고려하지 않고 wRC+(조정득점생산능력)를 구할 경우 김태균은 161의 wRC+를 기록한 셈이 된다. 이는 리그 5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강정호(wRC+ 193), 박병호(170), 테임즈(168), 최형우(163)를 제외하고는 모두 김태균보다 득점생산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태균의 바로 밑에는 2014 시즌 MVP 서건창이 있다.(153)
wRC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김태균이 결코 득점생산능력에서 다른 타자들에 비해 뒤지지 않았음은 물론, 리그 최고 수준의 득점생산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태균의 홈런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나 4번 타자로서 분명 팀의 득점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김태균은 충분히 좋은 4번 타자였었던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조이 보토" 김태균 (사진출처: 한화이글스 공식홈페이지)
*wRC+= ( wRAA / (리그 R / PA) + 1 ) x 100
*wRAA의 경우 KBReport.com 참조.
정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