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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819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7
    조회수 : 1060
    IP : 221.159.***.5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6/06/27 21:26:54
    http://todayhumor.com/?panic_88819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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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무래도 나를 본듯한 느낌이 든다. 곧장 달려가서 말을 붙이면 경계할 것이다.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뒤를 밟는게 낫겠다.(3표)

    그녀가 앉아있던 가게는 2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 곳이었다.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동선만 확인하기에 이만한 조건이 없지. 나는 내게 주문을 받아가는 여자 종업원에게 평소보다 더 환하게 웃어준다. 잘생겼다기보다 객관적으로 순하게 생긴 내 얼굴은 요즈음 소위 미남보다 훈남이라는 분위기에 떠밀려 더욱 써먹기 좋아졌다. 사납게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곧이어 큰 통새우 세마리를 올린 해물 파스타가 날라져왔다. 포크와 따로 요청해서 받은 나이프를 정교하게 움직여 새우의 껍질을 벗겨먹자 혀끝부터 턱밑까지 빠듯하게 조여드는 듯한 만족감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필요에 의한 식사가 아니라 맛을 위한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흰 셔츠를 입고있으니 그리 과격하게 먹어치울수는 없어서 찬찬히 공을들여 먹는다. 약간 탄내음같은게 났지만 맛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라운드 내에는 요즘같지않게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역방송인듯 인근지역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 안경점이니 병원이니 하는 곳을 한참 광고하다가, 갑작스레 광고가 끊어지고 사이렌 비슷한 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당황하는게 느껴진다. 남자 아르바이트가 카운터로 이동해 라디오를 끄려고 했지만 곧이어 방송이 튀어나왔다. 라디오의 진행자 같지는 않았다.

    - 현재 xx로 일대에 비상령이 떨어졌습니다. 14시 경 발생한 괴한들의 난동 양상이 크게 변해 일부 경찰과 군인들이 그 무리에 가담한 상태입니다. 해당 인원들은 총기류를 소지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발포는 없었으나 군측에서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보아 민간인들의 긴급대피를 요구하였습니다. 해당지역의 주민여러분 께서는 배치된 경찰들의 안내에 따라 타 지역으로...

    웅성거림이 커진다. 괴한 난동? 조용한 점이 좋아서 온 곳에 괴한이라니. 그것도 군인과 경찰까지 섞였다니 사태가 전혀 짐작가지 않는다. 한동안 이렇다 저렇다 방송도 없이 지직거리던 라디오에서 본격적으로 커다란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카운터를 지나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이 와중에도 위층에 있었을 그 여자를 생각한다. 가능하면 자리에 쭉 앉아있다가 그 여자가 지나갈때 같이 나가야겠어.

    그 와중, 창밖에서 비명소리가 찢어지게 울렸다. 사이렌 소리를 뚫고 지나올 정도로 격렬한 음색에 놀라 보니 왠 이상한 사람들의 무리가 방금 가게에서 나간 손님들을 물어 뜯고있다. 온몸이 피투성이에 언뜻 보기에도 사지 멀쩡한 사람이 드물다. 장난인가? 하곤 유심히 보니 그 중 머리를 물린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마구 휘젖는 와중에도 문쪽의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고 턱에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사람 턱힘으로 생뼈를 어떻게... 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뻐적 하는 장작쪼개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남자는 쓰러졌다. 문쪽도 멀쩡하진 않았다. 성인 남자가 사력을 다해 휘두르는데야 도리가 없었던 듯 다리도 한쪽 부러진 것 같고 팔뚝에서도 옷 위로 보일만큼 피가 난다. 시꺼먼 피다.

    더군다나 물어뜯은 중년 남성은 턱뼈가 어긋난듯 하악의 왼쪽이 목 중간께까지 밀려내려가 있다. 피부가 주욱 당겨져서 왼쪽 눈의 아랫눈꺼풀이 슬쩍 내려갈 정도다. 그런 중에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울지도 않고, 어딜 보는것 같지도 않은 멍한 눈으로 다른 사람의 팔을 물었다. 아래턱이 떨어져 나간게 눈에 보이는 수준인데도 얼마지나지 않아 물고있는 팔뚝에 피가 고이더니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마냥 줄줄줄줄 흐른다. 말도 안되는 광경이다.

    나는 아주 잠깐 이게 혹시 도시 단위에서 준비한 홍보용 이벤트인가 싶었지만 그또한 말도 안되는 일이다. 얼굴이 창백해진 남자 알바생은 그들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놀라운 순발력으로 달려가 문을 잠궜다. 인기척이 나서 계단을 보니 그녀도 이 사태를 본 듯 경련이 일어날 듯한 표정으로 걸어내려오고 있다.

     방금전까지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식사거리가 되는 광경이 기폭제가 됬는지 실내에 남아있던 손님들 중 몇몇이 구토를 시작했다.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는 가게 사장도 입을 떡 벌리고 서있다. 나는 어쩐지 이 상황에 좀 즐거운 기분이 되었다. 웃을뻔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경직된 포즈로 창밖에 얼굴을 향한다. 이런식으로 이 여자와 엮이게 될줄은... 얼마 안있어 괴한들이 유리창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귀신의 집에서나 볼법한 모양새를 하고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느님 맙소사. 이게 무슨일이지?
    나는 파들파들 떨리는 다리를 주체할수가 없어 계단에 주저앉았다. 저 멀리서 일련의 무리가 다가오더니 사람들을 물어죽인다. 경찰복, 군복, 양복, 근처의 교복... 수없이 많은 유니폼이 보였지만 행동패턴은 똑같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을 물어뜯는 것이다. 끔찍하게도, 그중 몇몇은 아직 물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휘두른 가방이며 차량용 공구따위에 맞아 어기저기 박살난 모양새였다. 게중에는 머리가 터져 뇌가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는 차분하게 가해자들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애 두명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지만 얼마 못가 골목에서 튀어나온 괴한들에게 붙잡혀 같은 꼴이 되었다. 사실 아까 처음으로 피투성이 꼴의 중년 남성이 이십대 청년을 무는 것을 보고 생각난 것은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던 좀비였다. 통증에 무관한 시체, 산 인간을 먹는 괴물. 영화마다 원인도 다르고 능력도 달랐지만 생긴 모양새는 지금 내가 보고있는 대로다.

    "괜찮으세요?"

    눈에 초점을 잡아 돌아보니 선량하게 생긴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한손에 물이 든 컵이 들려있다. 아르바이트는 아닌 것 같았고, 그저 아직까지 남아있던 운 좋은 손님 같았다. 반사적으로 컵을 받아들었지만 물을 마시진 못했다. 그와중에 이 남자를 어디선가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쾅!!

    깜짝놀라 밖을보니 괴한들이 유리벽에 붙어 늘어서있다. 하나같이 멀쩡한 곳 없는 기괴한 행태에 초점이 없이 그저 안면부 향하능 곳으로 고정된 눈. 그 소름이 돋는 끔찍한 광경을 본 여자 접객원은 비명도 못지르고 뒤로 쓰러졌다. 다른 서너명 정도 남아있는 다른  손님들도 차라리 기절하고 싶은 표정이다. 유리창쪽은 아직 멀쩡하고, 저쪽에서도 그저 붙어만 있을뿐 별 반응은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문을 통해 나갈수는 없게 됬다.

    내게 물컵을 전해준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더니 그리 높지 않은 목소리로 2층에 올라가자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계단쪽으로 온다. 나도 다리를 추스렸다. 남자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더니 나를 부축해 위층으로 이동한다.

    "저, 괜찮아요. 이제 걸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다행이네요."

    이런 아수라장인데도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씩 웃더니 말과는 다르게 나를 의자에 앉힐때까지  부축을 풀지 않았다. 감사인사를 해도 눈꼬리가 휘어지는 웃음만 슬쩍 짓고는 다시 창밖의 광경에 눈을 돌린다. 이제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물어뜯겨 바닥에 쓰러져있고 처음 왔던 괴한무리들, 아니 좀비들은 멍하니 서서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가게 안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바닥은 온통 피투성이에, 여기저기 찢겨진 사지들이 나뒹굴고 있다. 슬쩍 본것 뿐인데 구역질이 올라와 입을 막았다.

    "이제 어쩌죠..."

    남자 종업원이었다. 아까부터 빈혈이 난 것 마냥 얼굴은 하얗다못해 파랗게 질려있고 눈동자가 한시도 쉬지 않고 떨린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종업원도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정전이 된듯 가게에 불이 훅 나갔다. 일제히 불이 꺼지자 남아있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른다. 모두들 놀란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바깥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차가 미끄러지는 끼이이익 하는 소리였다. 이번에도 몇몇 손님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그때 창밖을 보고있던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좀비들이 사고난 쪽으로 가네요."

    용기를 내어 창밖을 보니 맞은편 도로의 한참 위쪽에 차가 전봇대를 들이박은채 멈춰있고, 운전석쪽에서 비틀비틀 사람이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 주변에 검은 인영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게 앞에 몰려있던 좀비들도 가게를 떠나 그쪽으로 제법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반대방향으로 휘어져있는 좀비조차 버직버직 하는 소리를 내며 걷는다.

    남자는 한참 생각하는 듯 하더니 사람들에게 조용히 묻는다.

    "지금은 안전할 거 같은데..."

    그 말에 홀린듯이 남자 종업원이 여자 종업원을 업어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 뒤를 따라 다른 손님들과 가게 주인도 멈칫멈칫 내려간다. 남자는 내쪽을 보곤 말했다.

    "그쪽도 가시겠어요? 부축해드릴게요."

    그는 씨익하는 소리가 날법한 웃음을 짓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지품 : 속옷/옷 한벌, 샤워타올 및 목욕용품, 자일리톨 리필형 반봉지, 포장을 뜯지 않은 초크 1킬로, 하네스와 로프 한세트, 차키.

    1. 지금 바로 이동하기엔 아직 밖이 불안정 할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어쩐지 인기척도 좀 있는 것 같아.

    2. 이 지옥같은 곳에서 탈출하고 싶은건 그들뿐만은 아니다. 어서 집으로 가서 문을 걸어잠그고 싶은 기분이다. 어서 가게를 나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핸드폰으로 쓰는거라 오탈자가 많습니다. 틀리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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