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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783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2270
    IP : 178.62.***.23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6/06/26 20:13:07
    http://todayhumor.com/?panic_88783 모바일
    [오컬트학] 놀러오지 못 하게 하는 친구의 집
    놀러오지 못 하게 하는 친구의 집

    N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N은 자기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걸 꺼렸다.

    아니, 꺼린다고 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친구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집이 지저분하다던가, 빨래를 널어놓은 채라서 안 된다던가
    매일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N은 전교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녀석이라 친구도 많았다.
    집에 놀러가면 안 되냐고 묻는 애들도 많은데 N은 무조건 거절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계속 이어지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N 집 현관에서는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얻었다.
    남자애들 대여섯명이 남의 집 현관에서 카드 놀이, 겜보이를 하던
    좀 독특한 추억을 쌓았다.

    현관도 넓었고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어서 불편하지 않게 놀았던 데다가
    처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던 놀이 스타일도 서서히 익숙해졌다.

    나는 유치원 시절부터 N과 친구여서,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좀 쑥스럽지만, N과는 절친이다.
    같이 밥도 먹고, 초등학교 졸업할 때는 같이 여행도 간 사이인데
    그렇게 사이가 좋은데도 N의 집 안에 들어가본 적은 없었다.

    N의 집은 3층 집인데, 3층에 N의 방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어릴 땐 3층 집에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절친인 나 정도는 집 안을 보여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부디 N의 집에서 놀고 싶다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거절했지만, 잠시 고민하더니
    "너는 초대한 걸 부모님께 들켜도 혼 안 날테고 괜찮을 거야"
    하고 허락해줬다.

    처음으로 N 네 집에서 놀 수 있다. 그때 정말 기뻤다.
    N의 집에 도착해서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던 나는
    "너희 집 너무 궁금하더라"라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거실이었는데 N이 말하는 것처럼 더럽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잘 정돈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정돈된 거실 옆으로 N이 말하는 대로 3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은 당연히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같았고
    나무 재질의 흔한 계단이었다.

    의외로 평범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계단에 한 발 올렸다.
    그러자 기묘하게도 조금 시차를 두고 계단 안쪽에서
    "통" 하고 반동이 돌아왔다.
    분명 \나무가 울리는 게 아니었다.
    내가 깜짝 놀라서 헉?! 했더니 N이
    "공사를 잘못 했나봐. 신경 쓸 것 없어"라고 했다.

    N이 하는 말에 납득하면서도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느껴지는 반동이 기분 나빠서
    나도 모르게 난간을 잡으려고 했다.
    "난간 잡지 마!"
    N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평소에는 온화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N답지 않은 명령조에 놀랐지만
    N이 당황하며
    "아, 미안. 난간은 잡지 말아줄래?" 하고 고쳐 말하길래
    일단 그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다시 계단을 올라갔는데 진동은 느낄 때마다 이상했다.
    한 8, 9계단 정도 올라갔을까,
    계단에 발을 올린 그 순간
    쾅!
    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큰 진동이 내 발바닥을 쳤다.
    그 진동에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난간을 잡고 말았다.

    아...

    "야!"
    그 순간 N이 무서운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그것과 동시에 계단 전체가
    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
    하고 진동했다.
    온 몸에 닭살이 돋고, 무서워서 떨던 중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수많은 무언가가 계단 바닥 안쪽을 밟고 있다.
    그것도 중학생인 내 발이 진동에 대한 반동으로 뜰 정도로 세게.
    눈물을 흘리며 내 앞에 있는 N의 다리에 들러붙어서 진동이 멎기를 바랐다.
    얼마나 진동이 울렸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세게 흔들리던 계단이 갑자기 뚝 그쳤다.
    아니, 나는 엄청나게 벌벌 떠느라 일어설 수도 없었다.
    줄곧 서 있던 N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내려가자"고 말했다.

    멍 때리고 있는 나에게
    "내 방에 갈 마음 사라졌지?" 하고 N이 날 일으키며 말했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N의 현관에서 나올 때
    "계단에 대해서는 딴 애들한테 비밀로 해줄래?"하길래
    나는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에 들어갈 쯤 N은 부모님 직업 때문인지 동북 지방으로 이사갔다.
    N과 나는 아직 연락을 하고 있고,
    지금은 가끔 N의 새 집에 놀러가기도 한다.
    N 집에 놀러갈 때는 어릴 때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도 그 계단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62721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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