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빌딩에서 있었던 일
14년 정도 전에, 제가 중2일 때 있었던 일입니다.
일요일에 사이 좋게 지내던 친구 둘과 셋이서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들은 A와 B로 칭하겠습니다.
우리가 살던 마을은 작은 시골이라 영화관이 있는 시내로 나간다는 사실이
촌뜨기 중학생이던 우리에게는 큰 이벤트였습니다.
토요일 밤에 두근거리며 집에 있는데 B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미안, 내일 바이올린 레슨 있는 걸 깜빡했어.
영화 끝날 시간에 레슨이 끝나니까
거기 역 개찰구에서 만나자"
라고 했습니다.
사실 B는 좀 있는 집 자식이라,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셋이서 시내에서 영화보려고 기대했기 때문에 좀 실망스러웠지만
영화를 본 후 놀면 되니까 괜찮았습니다.
그렇데 이튿 날, 나와 A가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역으로 가던 그때
A가 "이 빌딩 3층까지 올라가면 역으로 이어지는 육교가 있대"라고 했습니다.
큰 시내라서 백화점 등과 역이 이어지는 육교가 3층 정도 높이에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걷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영화관 옆에 있는 빌딩으로 들어갔습니다.
작은 가게들이 많이 들어선 복합 빌딩이었습니다.
우리는 계단을 발견해서, 1층에서 올라갔습니다.
3층에 도착해보니 가게 쪽으로 들어가는 문이 없었습니다.
아마 그 층은 창고 같은 걸로 쓰고 있어서
스탭 전용이라 우리는 못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서
제가 "그냥 1층으로 내려가서 걸어가자"라고 했지만
A가 "아니야 올라가보자. 4층에서 가게로 들어갈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럼 다른 계단으로 3층에 내려가면 되잖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4층으로 올라가도 문이 없었습니다.
다시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역시 문이 없었습니다.
우리도 괜히 오기가 생겨서 계속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10층 정도 올라갔을까요.
저는 이상한 점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밖에서 이 빌딩을 올려다 봤을 때 10층 건물이 절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A가 "더 올라가보자"라며 계속 올라가는 겁니다.
우리는 계속 올라갔습니다. 20층 쯤 왔을 때
저는 이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계단도 낡은데다 축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이오 블리자드 게임에 나오는 이끼 낀 불길한 계단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너무 무서워서 A에게
"야, 돌아가자. 여기 이상해"라고 했더니
앞에서 가던 A는 저를 등진 채로 "하하하 이상하네"라고 했습니다.
이런 때 장난을 쳐서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웃지 말고! 가자니까!"하고
좀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A가 또 "하하하 이상하네"라고 했습니다.
저는 A의 언행에 더 짜증이 났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A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습니다.
겉모습은 A가 틀림없었지만 동작이 어딘가 어색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긴 하는데 뭔가.. 꼭두각시 인형처럼 어색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오른손, 왼손, 오른발, 왼발 각자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거요.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그러자 A가 멈춰서서 빙글 제 쪽을 돌아봤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이상하네. 이상하네. 하하하하하하"하고 웃는 A의 얼굴을 보고
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얼굴 표정도 어딘가 어색하게 웃는 A의 얼굴.
무엇보다 흰자가 하나도 없고, 눈동자 전체가 검은자여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는 발을 돌려 전속력으로 계단을 뛰어내려갔습니다.
중간에 발이 굳어 넘어질 뻔 했지만, 그래도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빌딩 1층에 있는 약국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계단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패닉에 빠져있었던 탓에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역까지 뛰어갔습니다.
개찰구에 가보니 B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B는 "늦었잖아. 영화 끝나고 한 시간은 지났다 야"하고 화를 냈지만
A가 제 옆에 없다는 걸 깨닫고는 "A는 어딨냐?"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있다가는 A가 뒤에서 쫓아올 것만 같아서
일단 B를 끌고 역 안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B에게 말했습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B는 진지하게 들어주었습니다.
B는 "일단 그 빌딩에 한 번 가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싫다고 했지만 "그럼 A를 버려둘 거야?"라고 해서
"맞는 말이야. A가 뭔가에 씌였던 걸 수도 있어"라고 생각이 들어
그 빌딩으로 다시 가보았습니다.
아까처럼 계단으로 올라가보니 3층 계단에 음반 가게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습니다.
4층으로 올라가보니 게임 센터가 있어서, 거기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계단은 4층으로 끝이었습니다. 4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튿 날, 학교에 가보니 A는 등교하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10분 늦게 온 B가 창백한 얼굴로 오늘 이상한 꿈을 꿨다고 했습니다.
꿈의 내용은 A가 숲 속을 울면서 맨발로 걷고 있었고,
계속 "분하다 분해"라고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B는 단순한 꿈은 아닐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 A는 돌아오지 않았고, 실종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B도 경찰서에 가서 그 날 있었던 일을 질문 받았지만
그 이상한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A가 발견되었습니다.
시체로.
이건 가족분께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닌데,
우리가 살던 마을에서 100키로 이상 떨어진 이웃현의 산 속의
어느 신사 경내 옆에서 미라처럼 삐쩍 말라서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죽은 지 한 달 정도 지났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A가 죽기까지 해서 심적으로 힘든 체험이었지만,
날이 흐름에 따라 잊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 B를 몇 년 만에 만나서
"그건 대체 뭐였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써보았습니다.
이상입니다.
그 후 그 영화관은 가지 않았는데 다음에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