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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88647
    작성자 : 산소가스
    추천 : 507
    조회수 : 110935
    IP : 118.43.***.163
    댓글 : 5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11/15 22:47:15
    원글작성시간 : 2012/11/15 20:13:1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88647 모바일
    고등학교 선배 능욕류 甲.jpg



    산소가스의 꼬릿말입니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조선건국이래로 600년동안에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꾸어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죽임을 당했고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을 했다.

    600년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야했어요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간 우리에 정의롭고 혈기넘치던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젠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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