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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http://todayhumor.com/?panic_88291
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2
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3
3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8
8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54
10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77
1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82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97
13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63172
14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63615
15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39
16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43
17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57
18화. http://todayhumor.com/?panic_88563
Epilogue. 남겨진 자.
정확히 상황이 어떻게 되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중간에 빈혈로 기절한 탓에 그 이후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 그 섬으로 갔던 날짜를 미루어보아 정신을 잃은 이후 이틀 만에 깨어난 것 같았다. 살기는 글렀다고, 생각했지만, 내 엄살일 뿐이었던 것 같았다.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면 말이다. 생각해보면 참 질긴 목숨이다. 몇 번의 자살 시도에도 죽지 않았고, 배가 침몰하였을 때도, 그리고 총을 맞고서도 살아남았으니까.
간호사가 와서 설명하기를, 총탄이 주요 장기를 훼손하지 않은 탓에 처치가 늦었음에도 다행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천운이었다. 총알도 무사히 제거했으니, 며칠만 회복하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다만 나를 여기로 데려온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았지만, 모른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아마도 한지혜는 아닐 테고, 이호철이나 하늘이가 데려왔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아마 기다리면 그 둘 중 누군가가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 나를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형사였다. 그는 나의 총상이 어떻게 생긴 것이며, 왜 생긴 것인지, 내가 누구인지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나는 배가 침몰했다는 사실까지만 이야기하고, 그 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둘러댔다. 형사는 그런 나의 말을 믿지 못하는 듯 한참을 심문하다가 간호사에게 면박을 받고 나서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날 밤, 자고 있는 나를 누군가가 깨웠다. 이호철이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잠에서 깨어나 몸을 세웠으나, 옆구리의 고통에 제대로 앉질 못했다.
이호철은 그런 나를 보며, 진정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고, 그날 등대에서 김재영이 죽고, 내가 총을 맞았었던 그날 내가 쓰러진 이후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그는 그것을 대답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인지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불길한 느낌에 그의 말을 재촉했다.
결국 그는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고 나는 그 이후의 상황에 관해 설명을 듣게 되었다.
“당신이 기절한 뒤...”
거기까지 말하던 이호철이 말을 삼키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을 고르는 듯하였다.
“하늘이가 저에게 자신을 죽이는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늘이를 죽였습니다.”
쿵!
머릿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게 떨어진 느낌이었다. 그가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옥상의 잠금 장치가...”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늘이의 스마트폰으로 늑대들의 목에 있던...”
하늘이가 자신을 죽여야만 그 상황이 끝난다고 했었으니까 내가 그 섬에서 탈출했다는 것은 하늘이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었고, 비록 내가 그것을 막았지만, 하늘이가 죄책감으로 인해 죽음을 원하는 것을 얼핏 느꼈었다.
“밖으로 나가니, 늑대들은 목에 장지로 전부 죽어서...”
하지만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죽지 않았을 거라고, 살아있을 거라고, 그러기를 바랬다.
“등대는 불타서 무너져 내렸고, 시체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겨우 당신만을 데리고, 스마트폰의 내용을 따라 섬 한쪽 구석의 보트를 타고 탈출했습니다.”
“......”
“괜찮으십니까?”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호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늘이를 죽인 이호철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가 그것을 바란다고 해도 말이다. 하늘이가 그것을 원했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 충격이 쉽게 가실 수도 없었다. 비록 하늘이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하늘이는 아연이와의 유일한 접점이었다. 그 접점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에 그리고 하늘이가 죽었다는 슬픔에 마음 한 켠이 뜯겨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예.”
나는 목이 매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는 나의 모습에 눈치를 보며 물었다.
“당신과 하늘이는 무슨 관계였습니까?”
“... 하늘이의 언니가 제 연인이었습니다.”
그는 나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놀랐으나, 납득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직 의문이 남아있었던 듯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늘이와 같이 일을 벌인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아연이의 동생인 것도, 범인인 것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는 나의 말에 착잡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가방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스마트폰을 하나 꺼내어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 들며 의문을 표했다.
“이건?”
“옥상에 있던 스마트폰입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밤중의 병실은 어두운 적막만이 남았다. 나는 그가 건넨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처음엔 그가 나에게 이걸 왜 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나에게 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늘이가 나에게 메세지라도...
나는 그 생각이 든 즉시 스마트폰의 전원을 켰다.
스마트폰을 뒤져보니, 스마트폰 안에는 몇 가지가 있었다.
GPS를 통해 섬 구석의 보트가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는 어플과 보트의 간단한 사용설명서가 있는 파일. 섬으로 부터의 탈출 방법과 탈출 후 메뉴얼까지 꼼꼼하게 준비 되어있었다. 그 이외의 쓸데없는 것들은 전부 지워버린 것인지 기초적인 파일 밖에 없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뒤지던 중 메신저 어플에 알림이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거다 싶은 마음에 어플을 켜보니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창이 떴다. 4자리수의 비밀번호...
0614.
무의식적으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아연이의 생일 일자였다. 다행스럽게도 메신저의 잠금이 풀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1개의 메세지가 도착해 있었다. 시간으로는... 김재영이 죽은 직후인가.
‘분명 약속은 지켰어요. 아니... 지킬 거예요. 조금 더 해볼까 했지만... 역시. 아니에요. 하지만. 그가 왜 그랬는지는 물어보고 싶네요.’
그? 이호철을 말하는 건가.
‘단순히 휘말려 버린 한지혜와 김주성 그 둘에게는 가능하다면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김주성이 죽을 지는 몰랐던 거겠지. 내가... 그를 죽였으니. 아마 내가 그를 죽이지 않았더라고, 그가 하늘이를 죽이는 것으로 막을 내렸을 것이다. 내가... 그를 죽였다. 사람을 죽였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하늘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결국엔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아니, 하늘이를 구했더라고 결국... 살인은 살인이다. 하늘이가 소리쳤던 것이 떠올랐다.
‘...... 김재영이랑 그 여자를 죽인 나도! 결국엔 똑같은 살인자야.... 복수라는 이름을 걸고 있었지만! 나도 결국 똑같은 살인자라고.’
살인을 했다는 사실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 죄책감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떨림 때문에 스마트폰의 글씨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잡은 오른손을 간신히 잡아 누르고는, 메세지를 계속해서 읽었다.
‘오빠한테는... 오빠한테도 미안해요. 아무런 잘못 없는데... 언니가 왜 죽었는지 그 진상만 알려드려도 충분했을지도 모르는데, 복수하는 곳에 오빠의 의사도 없이 데려간 것, 오빠한테 무거운 짐을 떠넘기려 한 점. 미안해요. 짐을 나눠 지려는 어리광이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별로 해준 건 없지만 옆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을 지도. 아. 그리고. 혹시나. 제가 나약함에 저를 죽이길 부탁할 지도 몰라요. 그래서 오빠가 저를 죽이게 되더라도, 아니면 등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것에 죄책감을 가지지는 말아요. 모든 건 등대로 모두를 데려간 제 책임이니까 모든 짐은 제가 지고 갈게요. 비겁하게 먼저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요. 그러니까 오빠는 모든 걸 잊고 아연이 언니에 대해서도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살아가요. 언니도 그걸 원할 거예요. 저도 그렇고요.‘
메세지는 거기까지였다.
“... 젠장.”
나는 손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늘이가 무엇을 이야기 하는 건지는 알고 있었다. 아연이가 그것을 원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러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 뿐만 아니라 아연이의 일까지 전부 잊지 않길 원했다. 기억하길 원했다. 아연이 덕분에 지금까지의 내가 있었고, 그녀에 대한 사실을 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등대에서 내가 했던 일에 대한 것을 잊을 수는 없었다. 그 짐을 하늘이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었다. 김주성을 죽인 건 내가 한 일이었으며, 그에 대한 짐도 내가 져야만 했다.
죽음은 그에 대한 회피 밖에 되지 않는다. 살아서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했다. 그리고 하늘이의 말대로 아연이도 내가 살기를 바라겠지.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옆구리가 쑤시는 탓에 조금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침대를 짚고 간신히 설 수 있었다.
나는 벽을 짚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완)
글쟁이의 후기
드디어 에필로그까지 해서 길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던 소설 등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었지만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처녀작이다 보니 이래저래 부족한 점이 많았던 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결말이 너무 뻔했다 던가, 아니면 전개가 진부했다거나, 단순히 재미가 없었다거나?!
아무튼 이렇게 끝입니다.
언젠간 다른 작품으로 돌아올지도 모르지요! 그때도 공포게시판이라고는 장담 못하지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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