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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63615
이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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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의심가는 인물은...
덜컥.
문고리가 흔들리며 덜컥이는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문은 내가 아까 잠가두었기에 열리는 일은 없었다. 나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지? 한지혜인가?
“누굽니까?”
“전태성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전태성이라고? 하늘이와 같이 온 걸까? 하늘이가 다시 이곳에? 아니다. 하늘이가 같이 있을 리 없었다. 당황할 필요 없다. 하늘이는 이미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혼자인가? 전태성 혼자라면 오히려 그것에 대해서 묻기도 좋을 것이다.
“예. 들어오십시오. 안 그래도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잠가 두었던 문을 열었다. 다행히 내 예상대로 전태성 혼자였다. 나랑 이야기를 마친 하늘이가 다시 이곳에 올리는 없었다. 그러나 전태성이 왜 나한테 온 거지?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나도 그에게 할 말이 있었기에 일단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전태성도 나의 맞은편으로 가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뭐하고 계셨습니까?”
“그냥 혼자 생각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문까지 잠그고...”
여태까지 오히려 나를 피해 다녔던 그가 왜 먼저 나한테...
“범인을 잡으려는 생각이죠. 뭐.”
“범인이라...”
내 말을 들은 전태성이 내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내 다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마치 나를 심문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었다.
“당신은... 죽일 수 있습니까?”
“예? 갑자기 무슨... 제가 누굴 죽입니까?”
내가 누군가를 죽인다니, 전태성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해서 진심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당황하며 반문하는 것에도 살짝 답답함을 내비칠 뿐. 다른 말 없이 말을 이었다.
“범인 말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범인을 찾아냈을 때, 당신은 그 범인을... 죽일 수 있습니까?”
“꼭 죽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전태성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면서 마치 취조하듯이 물었다. 나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던 건지 당황했던 것인지,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그는 그런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따지듯이 말했다.
“MP3의 음성. 기억 안 나십니까? 범인은 자신을 찾아서 죽이라고 했죠. 죽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범인을 죽여야만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다면.
.......
“죽여야 겠지요.”
“만약에 범인이 한지혜 같은 여자여도 죽일 수 있겠습니까?”
“왜 굳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겁니까?”
“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범인을 찾더라도... 제 손으로 범인을 죽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신이라면... 가능할지. 저랑은 다른 당신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물은 겁니다.”
전태성이 나를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 당신은. 당신이라면 범인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범인을 죽이지 않고는 이 상황을 끝낼 수 없다면...... 그 땐 제 손으로 죽일 겁니다. 무의미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된다면 죽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경우다. 일단 범인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것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그는 벌써부터 이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는 무언가 알고 있는 걸까. 메세지는 무슨 의미였지? 그리고 그가 희생을 포기한 이유까지. 의문이 너무 많았다.
“그러면 저도 몇 가지만 묻겠습니다.”
“예? 아. 예...”
게다가 아까와는 태도가 정 반대가 되어버렸다. 아까의 위축되었던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까 희생할 생각은 없다고 했죠?”
“예...”
“생각이 바뀐 이유가 뭡니까?”
희생하겠다. 아니 하지 못하겠다. 이런 생각들은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려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 말은 즉슨 그것을 번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사이 전태성에게는 그 결정을 번복할 정도로 무언가 큰 일이 있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사정이 생겼습니다.”
“사정이라면 희생을 할 수 없다는 겁니까? 하기 싫다는 겁니까?”
“... 하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지금은 제가 그럴 상황이 아니게 되어버려서요.”
상황?
“무슨 상황인지요?”
“말 못할 사정이라서요.”
전태성이 대답을 회피한다. 그렇다면 남에게 밝히지 못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까. 이 단절된 곳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지? 물어보더라도 대답할 것 같지 않았다. 질문을 바꾸는 게 나을까.
“그러면... 아까 그 메세지. 메세지라고 말한 건 무슨 이야기죠? 방금 그 상황이라는 것과 관련된 겁니까?”
“... 그것도 넘어가죠.”
“무슨 내용의 메세지였습니까? 왜 이 섬으로...”
“그만두죠.”
이것도 안 되는 건가? 나는 그가 말한 메세지가 단서가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완강한 반응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의 태도를 생각하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할 것 같지 않았다. 물어보려면 아까 나에게 메세지라고 답한 그때 붙잡았어야 했나.
“...”
“범인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아직...”
“그러면 오늘 밤엔 한명이 죽겠군요.”
내가 말끝을 흐리자 전태성이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나는 그의 말투에 어이가 없어서 역으로 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범인이 누군지 아는 겁니까?”
“.......”
전태성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가 내 물음을 대답하지 않고, 이곳에서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범인이 왜 이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의 말은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범인이 이런 짓을 벌인 이유?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범인이 이런 짓을 벌인 것인지, 나로서는 알지 못했다. 그것만 알고 있었더라도 이렇게 정신이 나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 모르겠습니다.”
“범인은....... 단순한 흥미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닙니......”
“...... 뭐라고요?”
내가 그의 말에 뒤늦게 질문해보았지만, 그는 이미 방밖으로 나가버린 후였다. 나는 그를 뒤따라 나가려다가 어차피 그가 이 이상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방문을 닫고는 돌아와 앉았다.
분명 그는 무언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무언가 불안에 떠는 듯한 그 느낌은 뭐였지. 그럼에도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이 필사적으로도 느껴졌었다. 그에게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무언가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죽을 수 없다고 한 것이 아닐까. 그는 내가 모르는 사이 무언가를 알아냈다. 어떻게 알아냈지?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왜 그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일까.
그는 나에게 두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는 범인을 죽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말을 믿는다면, 범인은 단순한 흥미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백한 동기가 있다는 것이겠지.
내가 그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거짓말을 할 성격은 아니다. 남에게 확실하지도 않을 것을 떠벌릴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무슨 동기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잠깐 동기가 있다면 오늘의 희생자는? 이런 짓을 벌인 이유가 있다면, 범인이 우리를 무작위로 죽일 리가 없었다. 범인에게 동기가 있다면 분명 목적도 가지고 있을 테지. 범인의 목적은 뭐지? 이런 짓을 벌여서 범인이 얻는 것은?
아니, 알 수 있을 리가 없나.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해보자.
동기가 있었다면 첫 번째 희생자부터 그것과 관련되어 있었을 것이다. 첫 번째 희생자는 본보기로 쓰기엔 매우 좋았을 테니까. 첫 번째 희생자는 김재영과 관계가 있던 시체... 그렇다면 범인은 그 여자와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이것도 알 수 없다. 당사자는 죽어버렸으니. 아니, 김재영은 알지도 모른다. 알고 있을 것이다. 정확히 무엇을 아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아까 그가 나에게 물었던 것. 진짜냐고 물어본 것은 무언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범인의 목적을 알아낸다면, 그것을 통해 다음 희생자를 추려낼 수도 있었다. 무작위라는 틀에서 누가 희생될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범인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
김재영, 전태성. 둘. 이 둘이 무언가 열쇠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전태성은 입을 열지 않았고, 남은 건 김재영뿐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달칵.
시간은 벌써 6시에 가까워져 간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알아낸 것은 하나도 없는데 전태성의 말대로 누구 한 명이 죽어버리게 생겼다. 전태성의 말이 맞는다는 가정 하에서.
“어?”
“아.”
한지혜였다. 한지혜가 옆방에서 나오다가 나랑 마주쳤다. 나는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한지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태성 씨가 그 쪽 찾던데 만났나요?”
“예. 봤습니다.”
전태성과 만났던 건가?
“뭐라던가요? 저한테는 알 수 없는 소리만 하던데.”
한지혜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지혜한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건가? 왜 나한테만 이야기한 거지? 전태성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말해도 상관없으려나.
“범인은 단순한 흥미로 이런 짓을 한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 그래요?”
한지혜가 내 말에 살짝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내가 방금한 말은 아까 한지혜가 말했던 것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지혜는 처음부터 자신의 의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모양인지 그다지 불쾌해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단언한 거죠? 태성 씨는?”
“그것까진...”
“... 후우. 그래요?”
그녀는 화를 참듯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시선을 살짝 내리깔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는 분노, 두려움, 경멸과 같은 감정들이 뒤섞여 갈등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광채를 잃어버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결국엔 도움 되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네요.”
“......”
“차라리 그럴 바엔... 전부 다......”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에게 한 발 다가왔다.
“.......”
나는 말없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를 보고 있는 나의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전부 다...”
“지혜 씨?”
“아! .... 아. 아니. 아뇨. 아니에요. 아무것도.”
한지혜가 내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살짝 비틀거리며 주춤거렸다. 나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짚는 한지혜를 보며 당황해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요?”
“제가 뭐라할 처지는 아니겠죠. 저도 도움된 건 없으니까......”
그녀는 어느새 멀쩡하게 돌아온 눈빛으로 내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아니, 멀쩡하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앞일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으니까. 나는 나에게 기대는 그녀를 바로 세우며 위로하듯이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요.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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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댓글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이나 피드백도 환영!
등대를 재밌게 봐주시는 여러분 모두 감사드려요.
이제 사회로 복귀도 했으니 완결까지 열심히 달려볼게요!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