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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집에서 쓰는 후라이팬이 생각났다. 서울에 올라오면서 고향집에 있던 후라이팬과 냄비를 각각 두개씩 가지고 올라왔는데, 서울에 올라가서 집에서 음식을 해서 먹으라고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것이다.
대부분의 자취생이 그러하듯 나 역시 혼자 있으면서 음식을 해먹는것과는 거리가 있었고, 이녀석들이 부엌 찬장 밖으로 나올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많이 사용된게 물 끓이는 용도의 스테인레스 냄비였는데, 이마저도 어디서 얻어온 양철냄비의 그늘에 가려 자주 사용하진 않았다. 라면은 양철냄비에 끓여서 뚜껑에 먹어야 제맛이 아니던가.
처음 서울에서 올라와서 살던 집에는 가스레인지가 있었다. 전에 살던 사람이 놓고간 것이었는데 기름때에 찌들어 있어서 세제와 수세미로 한참을 닦고 나서야 조금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저분한 가스레인지였다. 그렇다보니 본래는 음식을 맛있게 해먹을 생각이 먼저 들어야 하는데, 설거지와 정리를 할 때 아직 덜 닦인 가스레인지의 기름때들이 눈에 보이면 저 기름때를 어떻게 하면 제거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연스럽게 음식 조리와는 거리가 멀어져만 갔다. 그렇다, 자취생에게 조리는 오직 라면 뿐이다.
당시 집주인 아줌마는 당신의 삶을 어찌 살아오셨는지, 말투나 행동에서 억척스러움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보일러는 옆방과 같이 쓰고 시멘트 바닥이 보일정도로 다 뜯어진 장판에 남자 넷이 일자로 죽 누으면 꽉찰 조그마한 골방일 지라도 아줌마에게는 집주인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전 세입자가 남기고 간 때가 찌든 가스레인지와 내 나이정도 될법한 골드스타 세탁기를 마치 자신이 나에게 배푸는 아량인것 마냥 행동했었다.
겨울에 세탁기가 얼어버리는 사건이 있었는데 집주인 아줌마는 내가 그것을 망가트려 놓았다며 나에게 고쳐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애초에 나의 물건도 아닐 뿐더러 옆방과도 같이 쓰는 공동 세탁기였다. 입주 계약서에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 품목이었다. 나는 이 세탁기를 고칠 의무가 나에게 없음을 아줌마에게 당돌하게 이야기 했고, 싸가지 없는 어린놈이 되었다.
사실 나도 아줌마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세탁기 망가진 것 때문에 조금 힘들었는데, 세탁을 위해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빨래방까지 가서 빨래를 하고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왕복 시간과 세탁시간을 포함하면 2~3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쨋든 어영부영 투닥투닥 1년간의 계약이 만료가 되고, 계속되는 집주인 아주머니와의 불협화음 탓에 나는 더 싸가지 없는 어린놈이 된 체로 왕십리 슬럼가의 골방을 벗어나 한양대 근처의 비버리힐즈에 위치한 신축 원룸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 원룸에는 요즘 대부분 신축 원룸들 처럼 옵션으로 인덕션이 있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인덕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가스 없이 무려 전기 만으로 조리가 가능하다는 인덕션에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느끼며, 풀옵션 원룸이 제공하는 침대와 에어컨을 제외한 인덕션 하나 만으로도 마치 나의 삶이 엄청나게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딱히 인덕션이 생겼다고 음식 조리를 많이 하는건 아니었다. 어쨋든 인덕션은 가스레인지가 그랬던 것 처럼, 라면 물끓이기 전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음식 조리를 하기 시작한건 최근에 들어서인데, 안락한 백수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특히 식비를 줄이면 가장 많은 절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바깥에서 사먹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서 밥을 해먹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이 인덕션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인덕션에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인덕션은 전기를 이용해서 물체를 가열하다보니 열이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한곳으로만 전달이 된다. 냄비나 후라이팬은 열을 받는 인덕션을 통해 부분만 계속해서 받게 되고 결국에는 열을 받는 부분만 늘어나 반듯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바닥이 늘어난 후라이팬으로 음식을 하는데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계란말이 같이 균등하고 넓게 부침을 해야 할 때는 후라이팬의 전체에 골고루 퍼지지 않아서 유난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인덕션 전용 후라이팬이 개발 되었는데, 이녀석은 바닥이 스테인레스 같은것이 덧붙어서 열을 골고루 잘 전달하고, 늘어남을 방지한 녀석이라고 한다.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집에서 갑자기 쓰는 후라이팬이 생각났다. 나는 인덕션 전용 후라이팬이 어디에 있느냐고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점원은 위치를 알려줄 뿐더러 친절하게 T사 제품을 소개도 해주었다. 이쪽 분야에서 기술력이나 인지도면에서 이미 유명한 T사의 인덕션용 후라이팬은 바닥도 튼튼해 보였고, 손으로 만져보아도 코팅이 뛰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파리새끼가 앉아도 미끌어져 떨어질 것 같은 T사의 기술력에 감탄을 하며 가격표를 보았다.
59,800원.
아무래도 어머니가 챙겨주신 후라이팬을 계속 써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돈을 벌게되면 꼭 이 제품을 사겠다고 다짐하고 마트를 나왔다.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집에서 쓰는 후라이팬이 생각났다. 서울에 올라오면서 고향집에 있던 후라이팬과 냄비를 각각 두개씩 가지고 올라왔는데, 서울에 올라가서 집에서 음식을 해서 먹으라고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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