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타리
필력이 좀 떨어지지만, 긴 이야기 좀 쓸 게요.
중학교 1학년 때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때는 왠지 즐거웠다.
매 일요일마다 친구 A와 K 그리고 D와 함께 여러 장소를 탐험했다.
내가 살던 마을은 산간 지방에 있는 시골이었는데,
도시화가 진행중이라 여기저기 빈 집이나 잡목림이 있어서 그런 곳을 탐험하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이 일은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의 일이다.
평소처럼 다 함께 탐험하러 갔다.
이번에 간 곳은 마을 변두리에 있는 빈 집이었다.
겉보기에는 벽으로 둘러싸인 허름한 집이었지만
아마 옛날에는 꽤나 사는 집이었을 것으로 보였다.
옆에는 똑같이 낡은 신사가 있었는데, 잡목림이 울창했다.
예전에 그 집에 신관이 살고 있었다는데, 꽤 오래 전에 대가 끊겼다고 한다.
그 이후 신사나 집이나 아무도 손질할 사람이 없어서 황폐화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관을 통해 그 집에 들어갔다.
집 안이 꽤 지저분하고, 안에는 낙서나 누가 가져왔는지 쓰레기로 가득했다.
1층을 걸으며 "헉 이거 걸을 공간도 없는데?"하고 내가 중얼거리자
얼른 2층으로 오른 A가 소리쳤다.
"얘들아! 이상한 길이 있어!?"
그 목소리를 듣고 허름해서 바닥이 꺼질 것 같은 계단을 올라 다들 2층으로 갔다.
"길이 어디 있는데?"
이상히 여기는 K에게 A는 뻐기면서 창 밖을 가리켰다.
"저기 벽 너머를 봐"
손가락이 가리킨 그 방향에는 그 집 뒤에서 신사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은 잡목림을 분질러 만든 듯 짐승들이 다니는 길처럼 신사 뒤의 산으로 이어져 있었다.
"가볼까?"
하고 A가 말했고, 벌써 늦은 밤이니 가야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탐험 장소를 발견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 하고 결국 가기로 했다.
벽을 타고 넘어서, 그 길을 따라가보니
2층에서 본 것보다는 잘 다듬어진 게, 바닥에 돌도 잘 깔려 있었다.
게다가 뱀처럼 구불구불 굽이쳐 있었다.
어차피 조금만 가면 막다른 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길을 따라가면 갈 수록 점점 제대로된 길이 나왔다.
첫번째 굽은 길에 작은 돌로 쌓은 사당이 있어서
우리는 사당에 표시를 겸해서 나무 막대기를 세워두었다.
한 세 번째 굽은 길이었는지, 신사 입구 기둥이 보였다.
그 신사 입구 기둥은 오래되어서 붉은 칠이 되어 있던 것이 거의 벗겨져서
그저 기둥 형태만 남은 것이었다.
"어쩔래?"
D가 물었다.
이 신사 입구 기둥 너머는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내 육감이 가지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일탈이 주는 도취감을 이기지는 못 했다.
D의 물음에는 아무도 답하지 못 했고, 우리는 발길을 서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돌아왔어야 했던 걸지도 모른다.
기둥을 지나자 아까보다 새 것으로 보이는 입구 기둥이 보였다.
그 기둥을 지나면 계단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더 새 것으로 보이는 신사 입구 기둥이 있는 것 같았다.
"가자"
그후 이상한 공기에 휩쌓였는지,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계단을 올라갔다.
바람 부는 소리만이 휘잉휘잉 귓가에 울렸다.
신사 입구 기둥은 같은 간격, 아니 점점 짧은 거리에서 새로운 기둥이 나왔다.
또한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새로운 기둥이 나왔다.
그리고 15분 정도 계단을 올랐을까,
우리는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주변에는 새빨간 신사 기둥이 무수히 이어져 있었다.
"야"
K가 말했다.
그 한 마디에 다들 K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상하다, 저 폐가 안에서 볼 때는 이런 곳은 보이지도 않았고,
이런 장소가 있다는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들은 적도 없었다.
"일단 저기 하얀 신사 입구 기둥이 제일 위에 있는 것 같으니 거기까지 가보자"
그 목소리에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면 있는 끝을 보니
하얀 기둥이 하나 보였다.
거기에 가려고 깨끗한 계단을 올라갔다.
호기심과는 다른 무언가 신비한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흰 기둥을 지나가니 널따란 공간이 있었다.
테니스 코트 정도 넓이로, 그 너머는 절벽이 있었다.
그 절벽에 딱 달라붙은 듯한 모양으로 새빨간 신사가 하나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이 그 신사를 비추고 있어서 아주 예뻤다.
신사 문은 열려 있었고, 그 신사에서 모시는 것으로 보이는 금줄을 두른 돌이 보였다.
신사 안에는 어둡고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사 문 옆에는 검은 글씨로 "なまたり(나마타리)"라고 쓰여 있었다.
"저 돌을 좀 더 옆에 가서 한 번 보자"
그 목소리를 따라 나와 A가 다가가려던 그때
K가 나와 A의 팔을 잡았다.
"위험해. 저건 안 돼"
K는 벌벌 떨면서 말했다.
"좀 전부터 신경쓰였는데 우리한테 안으로 가라고 하던 애 누구야?"
뭐 그런 뜻의 소리를 제대로 말이 안 나오는지 어버버 거리며 물었다.
K의 말뜻을 알아챈 D가 소리쳤다.
"도망치자!!"
그 말을 신호탄처럼 다들 왔던 길로 되돌아 달음박질쳤다.
흰 기둥을 지나, 원래 왔던 길을 전력을 다해 달렸다.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던 휘잉휘잉하던 소리가, 이제 사람 목소리로 들렸다.
아니, 정말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을 거다.
잘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올 때는 저녁이었는데 그 공간은 대낮처럼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곳에 신사를 세우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 걸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위로 돌아가자"
온 힘을 다해서 달렸는데 그 소리는 숨차는 기색도 없이 뚜렷하게 말했다.
모두의 목소리와 닮았지만, 또 우리 중 누구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우리는 그 말을 무시하고 구불구불 길을 따라 뛰었다.
숨은 차고, 무서워서 눈물이 흐르고, 콧물도 따라 흘렀다.
잡목림 사이로 나 있던 풀과 나뭇가지 때문에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래도 무서워서 멈출 수가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나뭇가지를 세워두었던 사당에 도착해있었다.
해는 완전히 저물어서 천지가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아무 말 나누지 않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집에 돌아갔다.
다음 날, 다시 그 곳을 찾아가보았지만
우리가 뛰어온 길은 원래부터 잡목림이었던 듯 흔적도 없이 나무로 뒤덮혀 있었다.
그 후 몇 년이나 지났지만 우리 중에 죽은 사람도 없고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은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만약 거기서 더 올라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