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들 또한 무교에 귀신을 믿지 않는데, 특정한 꿈과 관련하여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걸 얼마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른바 '이 빠지는 꿈'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속설이 있는가 모르겠는데, 저희 동네에서는 이가 빠지는 꿈은 누군가 죽거나 불운이 닥치는 꿈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제 기억에서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는 바로 저희 누나가 이 빠지는 꿈을 꾼 것입니다.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연년생인 저와 누나는 한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제가 먼저 잠에서 깨서 어머니 곁으로 이동해 있었습니다.
곧이어 누나가 잠에서 깨더니 울며 어머니께 다가 왔는데, 누나의 말로는 윗 송곳니가 빠져서 피가나는 꿈을 꾸엇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그날 저녁 저희 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전화를 받으셨고 저는 그날 외가댁에 가서 어른들이 우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이 일은 제 기억 속에 잠들어 있다가 올 설날에 가족들과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떠오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비슷한 경험을 저희 사촌 누나 또한 겪었다고 했습니다.
사촌 누나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대기업 건설사에 다니던 이모부께서는 외국 지사로 발령이 나셨고 이모네 식구는 그렇게 다 같이 타국살이를 시작 했습니다.
그렇게 타국에서 산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던 즈음, 이모네 5식구가 탄 차가 사고로 전복되어 이모부와 사촌형이 운명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고가 있기전 사촌누나는 위 아래 앞니 하나씩이 빠지는 꿈을 꿨다고 했습니다.
누나는 그 꿈이 너무 무서워 이모에게 얘기를 했는데, 물론 이모는 별거아니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그렇게 지나쳤다고 합니다.
그러고 이모와 사촌 누나도 그 일을 잊고 지내다가 지난 설날에 저희 누나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촌누나도 잊고 있던 그 꿈에 대해 떠올랐다고 합니다.
사실 이모부와 사촌형이 운명을 달리한 그 사고는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인데 친척들과 모여 이 일에 대해 이야기 한건, 적어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이모부와 사촌형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한건 올 설날이 처음이었고 사촌누나도 이모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이 꿈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처음이라 저희 가족은 사촌 누나와 저희 누나의 꿈에 대해 듣고 정말 다들 놀라 한동안 모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 일 수도 오래된 기억에 대한 왜곡 또는 가족간의 기억 동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들 모두 이에 대해 믿는 것도 아니며 천주교인 이모네 식구들은 각각의 죽음에 대해 이미 신앙을 기반으로 한 해석과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 만큰음, 가족들의 죽음과 이 빠지는 꿈 사이의 섬뜩한 두번의 이야기란 이걸 듣고 난지 네달 정도가 지난 지금 까지도 밤에 혹시나 이가 빠지는 꿈을 꾸게 될까 신경이 쓰여서 몸을 뒤척이게 하는 그런 쉽사리 잊지 못 할 기억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