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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434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0
    조회수 : 2107
    IP : 46.101.***.232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6/06/09 22:59:01
    http://todayhumor.com/?panic_88434 모바일
    [오컬트학] 저금통
    저금통

    초등학생 시절, 맞벌이 가정이었기 때문에
    하교하면 이웃 할머니 댁에 처들어갔었다.
    친할머니는 아니지만, 혼자 사시던 할머니는 나에게 매우 잘해주셨다.

    "할매 이거 봐라! 새 오토바이다!"
    당시 가면 라이더를 좋아했던 나는 인형이나 책을 가지고 가서 얼마나 멋진지를 할머니에게 알려주곤 했다.
    "요시 너는 정말 오토바이를 좋아하는구나"

    "나도 크면 가면 라이더처럼 오토바이 탈 거다!"
    "어머, 멋져라. 그러면 할머니도 뒤에 꼭 태워주렴"
    "태워줄 순 있는데, 가면 라이더 오토바이는 억수로 비싼데?
     우리 아빠도 못 산다 캤으니까 내가 살 때 할매 없을 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심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할머니는 상냥하게 나에게 이렇게 제안하셨다.
    "그럼 요시가 빨리 오토바이 살 수 있도록 저금통에 저금하자꾸나
     할머니도 같이 타고 싶으니까 같이 저금해줄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시더니, 굉장히 오래된 십이지의 "축(丑)"이라 써진 소 저금통을 꺼내오셨다.

    그 후 할머니와 나는 조금씩 동전을 저금했다.
    그런데 그 후 한동안 할머니는 아들 부부와 같이 사신다고
    내가 살던 마을에서 이사가셨다.

    할머니가 주신 소 저금통도, 어렸던 나는 계속 돈을 꺼내썼고
    점차 할머니 자체를 잊어갔다.
    몇 년 정도 흘러서 엄마로부터 양로원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을 때도 아무 생각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17살일 때.
    당시 여러 사건이 있어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비행청소년이 되어 질나쁜 선배와 어울리는 전형적인 양아치가 되었다.

    나는 여차저차해서 선배 오토바이를 잠시 맡게 되었다.
    일상에 짜증이 났던 나는 그 오토바이를 마구잡이로 운전하다가 넘어졌다.
    나는 상처가 가벼웠는데, 오토바이는 곤죽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 이름을 날리던 무서운 선배였기 때문에
    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진지하게 딴 동네로 나를까 고민했다.

    수리비를 계산해보니 아무리해도 수십만 원이 들 거다.
    나는 부모님 지갑이나 남동생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서
    다음 날 친구 집에도 돈을 빌리러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던 그 날 밤.
    내 꿈에 할머니가 나오셨다.
    "그게 있잖니. 그걸 쓰렴"하고 나에게 말하셨다.
    나는 그게 "소" 저금통이란 걸 바로 눈치챘지만
    "그건 진작에 내가 다 썼어"라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기만 하셨다.
    그런 꿈을 꾸었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꿈 내용이 신경 쓰여 저금통을 찾아보았다.
    이상하게 나는 10년이나 더 지난 저금통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치워놓은 기억은 전혀 없는데도
    망설임 없이 창고 선반 두 번째 칸에 있는 박스 안에서 저금통을 찾았다.
    꺼내 보며 깜짝 놀랐다. 무거웠다.
    돈을 넣는 구멍으로 보일 정도로 돈이 꽉 차 있었다.
    이분명 내가 이 저금통 돈을 다 썼는데...
    이 저금통은 나와 할머니 밖에 모르는 비밀이다.
    저금통 바닥을 뚫어서 세어보니 겨우 4만엔이었다.
    "완전 부족하잖아…"
    꿈에까지 나와서 권하더니 턱없이 부족해서, 상황이 웃기면서도 눈물이 났다.

    마음이 울컥해져서, 그길로 선배에게 사죄하러 갔다가
    엉망진창으로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갔다.
    가족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퇴원하면 돈을 벌어서 수리비를 갚기로 했다.

    입원하던 중에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말이야, 4만엔 밖에 없는 거야. 부족하잖아. 진짜 웃겼어"
    감동스럽게 말하기에는 왠지 쑥쓰러웠다.
    "충분하잖니… 충분히… 쓸만큼 있었어"
    엄마가 하신 말이 또 가슴에 퍼져나갔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7085314.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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