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가 아뢰옵나이다. 근래 들어 외환(外患)이 아닌 내우(內憂)가 오유에 나타나고 있사옵니다.
이 "내우"의 정체란 나름 아닌 스스로를 군자라 일컫는 이들이 다른 이를 소인이라 매도하고 꾸짖는 형국이라,
이런 폐단을 빠른 시일 내에 뿌리 뽑지 못하면 이는 모처럼 쥔 칼로 스스로를 해하는 격이 되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저들의 폐단에 대하여 열거하겠나이다.
서로 친하게 지내어 병폐를 낳을 것을 염려하여 근거 없이 다른 이를 매도함은
농(弄)과 실(實)을 구별치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증명할 뿐입니다.
글귀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단지 문체와 용어를 걸고 넘어지는 행동은
패관소품(稗官小品)을 탄압한 정조대왕의 문체반정(文體反正)에 버금가는 반동적 억지에 불과하옵니다.
중재를 무시하고 자신 만이 옳다 여겨 붓싸움을 관두지 않는 것은
그저 싸우기 위해 싸움을 반복하는 허망한 공론(空論) 밖에 되지 못하옵니다.
이곳은 근린에 비하여 뛰어난 재주를 지닌 자가 적어 이웃에도 풍류가 없다는 비아냥이 없건만
정작 소매를 걷고 재주를 뽐내는 자가 나타나면 너도나도 앞다퉈 품평을 하고 명성을 저울질 하기에만 바쁘옵니다.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하는데, 어찌 무례하게 삿대질을 한다고 도리어 꾸짖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였으니 자신이 벌린 일은 스스로 매듭지어야 하건만, 어찌 책임을 회피하고 자취를 감추는 소인배가 많은 것입니까?
실로 이들은 스스로를 군자(君子)라 자처하고 있으나, 그 행실은 사특하고 가증스러우며 고루한 소인 무리에 불과합니다.
솔선수범이란 말이 있듯, 진실로 수신(修身)을 꾀하려는 군자를 자처한다면
우선 최근 세태(世態)에 여러 해악을 끼치는 정보 통신으로부터 심신을 멀리하여 몸가짐을 가지런히 해야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니,
아무개가 엎드려 바라건대 혹여나 이 글을 보고 계실 "자칭" 군자들은 부디 이 점을 헤아리시어
친히 행동에 옮겨 소인의 굴레에서 한 시라도 빨리 벗어나 옛 성현의 뜻을 좇으시옵소서.
달을 가리키면 삿대질을 한다고 욕하는 소인 무리가 있어 일부러 글을 이렇게 적사오니 이 점을 헤아려주시를 간곡히 바라나이다.
[번역문]
진지병이란 말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최근 몇몇 분들을 보면 병 수준 맞는 것 같습니다.
뻘글 겸 장난으로 쓰는 글을 (구체적인 근거나 기준도 없이) 친목이라서 하지 말라고 하고
단어나 문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지적질이나 하고 있고
쓰잘데기 없는 걸로 소모전 하는 걸 잡아뜯어 말려도 누구들처럼 죽어라 말 안듣고
그러면서 자체 컨텐츠 생산을 하냐면 그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일단 태클걸면서 친목질이나 거론하고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은 안 보고 왜 삿대질 하냐면서 비아냥거릴 사람들입니다.
그래놓고 자신이 져야할 책임은 외면한 채 자탈을 하거나 잠수를 하니 이것은 무책임의 표본입니다.
강박증적인 자기 잣대를 남에게 강요하면서 덧글로 다큐 찍는 재미 없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청학동 같은 곳이 아니니 그렇게 바른 생활을 하고 싶으시면 인터넷에서 인생 낭비 하는 것부터 그만 두세요.
이거 가지고 태도나 말투가 맘에 안 든다면서 뭐라 하는 사람 있을 것 같아서 고전문체로 적어두겠습니다.
참 선비라면 고전문체로 상소문 정도는 써봐야하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