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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헛소리 하지 말고 사건 정리해놓은 파일이나 들고 와 인마!"
경환이 제법 날카롭게 얘기했는데도 대호는 까불다 결국 몇 대 얻어맞고 나서야 움직였다.
“하~ 우리 팀장님 어제 와이프분과 싸우셨슴까? 오늘 왜 이렇게 날카로우십니까?”
대호는 몇 대 얻어맞고도 정신 못 차리고 입을 나불거린다.
‘매를 벌어요 매를.’
“시꺼 임마! 가서 일이나 해!”
그제야 미적미적 제자리를 향해 움직이는 대호를 경환은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파일을 펼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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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00000
제목: AA정신연구센터 수사보고
20XX . X . X A시 A구 A동에서 발생한 집단자살사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수사하였기에 보고합니다.
1. 사건개요
청소 용역 업체 직원 양OO이 20XX . X . X 08:00경 청소를 위해 AA정신연구센터에 들어갔다가 다수의 사체를 발견하고 신고. 최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AA동부경찰서 서OO순경이 출동하여 건물 안에서 생존자를 발견하고 보호함.
......... 사망자는 총 6명으로 모두 AA정신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파악됨, 사인은 날카로운 흉기에 의한 치명상으로 모두 자살한 것으로 판명.
...........생존자 윤OO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질환을 보여 현재 AA병원에 입원 중.
.
.
.
5. 참고사항
- AA정신연구센터는 드래그하는 사람 없겠지 에 대해 연구하던 센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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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일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단체로 자살이라......’
기묘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문서를 읽어 내려가던 경환의 눈에 검게 드래그해서 글자를 가려놓은 부분이 보였다.
“야 AA정신연구센터 이거 누가 나갔었냐?”
“아 그 사건 어제 동부에서 저희쪽으로 넘긴 사건입니다.”
“뭐? 왜?”
“이주쯤 전에 장례식 다녀오지 않으셨습니까? 사건을 담당하던 팀에서 갑자기 2명이 죽었답니다.”
순간 경환은 이 사건에 도사리고 있는 불길하고 불쾌한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와 자신을 감싸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사인은?”
“자살이랩니다.”
집단자살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의 자살, 그리고 의도적으로 숨겨진 정보. 대박임을 직감한 경환은 자신의 차키를 대호에게 던지며 일어섰다.
“우왁!”
간신히 차키를 잡아낸 대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뭡니까!”
“너 운전 좀 해라.”
“아 이렇게 기사시키실거면 운전비라도 주십쇼!!!”
졸지에 운전기사 노릇을 한 대호가 툴툴거렸다.
“하 고놈 참 시끄럽네.”
경환과 대호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기하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경환과 대호는 일어서서 기하와 악수를 주고받았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팀 인원이 갑자기 줄어서 좀 바쁩니다.”
처음 AA정신연구센터사건 수사팀에 소속되었던 기하는 바쁘다는 게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눈 밑의 다크서클이 굉장히 진하게 내려와 있었다. 이미 같은 팀 내의 형사들의 죽음을 알고 있었던 경환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피곤하신가봅니다.”
“아..요즘 잠을 잘 못자서... 그보다 무엇이 궁금해서 오셨는지...?”
먼저 저쪽에서 본론을 꺼냈으니 눈치 볼 필요 없었다. 경환은 AA정신연구센터 수사보고서를 꺼내 기하에게 건넸다. 건네받은 보고서의 제목을 읽자마자 기하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같이 일한 동료의 죽음과 연관된 사건이라 그런지 기하는 쉽사리 말을 하지 못하고 보고서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기하의 몸이 미세하게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대호가 ‘이거 왜이래?’라는 표정으로 기하를 쳐다보다가 곧 떨림이 격해지기 시작하자 기하의 몸을 붙들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기하의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괜히 찔린 경환이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충격이 크실 텐데...”
“아닙니다. 같은 일하는데 사정이야 다 알죠...”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 끝에 기하가 입을 열었다.
일단 문서에 적힌 대로 연구원 6명은 모두 자살이 맞습니다. 근처 널브러진 흉기에서 지문도 발견했구요. 나이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고 질병도 없는 사람들이 동시에 자살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당연히 공통된 무언가 때문이겠죠. 저희는 그 연구센터의 연구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방향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를 진행하려고 하니 상부에서 압박이 들어왔습니다.
그 수사보고서에서 정보를 숨긴 건 저희가 한 게 아닙니다. 처음 출동한 서OO 순경이 작성한 걸 수정하고 덧붙인 게 그 보고서인데 처음 보고서가 저희에게 왔을 때부터 그 정보는 숨겨져 있었습니다. 서순경을 찾아가서 물으려고 했지만 이미 어느 시골 마을로 좌천되었더군요. 게다가 수사를 위해 연구센터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연구관련 보고서가 조작된 뒤였습니다. 지금 가셔도 원하는 정보를 얻으실 수는 없을 겁니다.
기억을 회상할수록 지치는 듯 기하는 한숨을 내쉬고는 대호에게 밖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 한잔만 떠와달라고 부탁했다. 대호는 남의 직장에서도 잔신부름이냐 싶었으나 기하의 얼굴이 너무 안 되어 보여 별말 없이 나섰다.
그리고 대호가 나가자 기하는 테이블 위에 있던 메모지를 한 장 꺼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대화하는 척 해주세요]
‘도청인가?’
“그래서 그 이상 수사를 진행시키지 못했다 이거군요?”
“예 생존자인 소년을 찾아갔으나 충격이 너무 큰지 별다른 수확은 없었습니다.”
[죽는 게 두렵지 않나요?]
‘죽음이라니...’
경환은 기하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처음엔 어딘가 흐리멍덩해보이던 눈이 어느새 생기를 찾은 듯 또렷해져있었다.
'이 놈봐라?'
경환을 그런 기하를 보곤 웃었다.
“하!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셨습니까? 자고로 형사라면 목숨이라도 바쳐서 사건을 해결해야겠다! 뭐 이런 의지로 움직여야하는 거 아닙니까?”
이번엔 기하가 경환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빠른 속도로 펜을 놀렸다.
[AA성당 내일 오후2시]
“뭐 어쨌든 왜 정보가 가려져있었던 건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때 대호가 한 손에 머그컵 세 개를 아슬아슬하게 들고 들어왔다. 동시에 기하는 재빠르게 메모지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어차피 그 정신연구도 다 과학 아닙니까? 그런 쪽으로 저는 무지하니...... 조사하려고 해도 뭐 어쩔 수 없네요.”
대호가 그 얘기를 듣고는 볼멘소리를 냈다.
“아 그럼 여기 괜히 온 겁니까?”
“수사에 괜히가 어딨냐 이놈아! 피곤하신 분 귀찮게 하지 말고 얼른 물이나 마시고 가자.”
어차피 진짜 알짜배기는 내일이라 더 이상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경환과 대호는 기하에게 건강 조심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그럼 선배님 내일은 생존자 만나러 병원에 가실 겁니까?”
“허이구 둘이 있다고 바로 선배는! 야 너랑 나랑 같은 학교 나온 거 들킬까 무서우니까 선배라고 부르지 마라.”
이젠 하다하다 별걸 다 트집잡는다싶어 대호의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경환은 저 주둥아리를 쳐버릴까 하다가 핸들을 잡고 있는 게 대호이기에 잠자코 있었다.
“생존자 만나러 갈 때는 너보고 운전하라 안 할 테니까 신경 꺼 인마.”
경환은 주머니 속에 있는 메모지를 만지작거렸다.
[절대 먼저 생존자를 만나지 마세요]
방을 나서기 직전 기하가 대호의 눈을 피해 건넨 쪽지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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