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005년... 그러니까 11년전에 직접 겪은일입니다.
당시 저는 친구네건물 6층 옥탑방에서 자취를 하고있었습니다.
지역이 초,중,고교를 나온동네라 반경 약200미터안에 불R 친구들만 10여명이 넘게있다보니
제 자취방은 거의 시골마을의 마을회관수준으로 친구들이 들락거렸답니다.
게다가 친구네건물이라 주인집눈치도 거의 없고, 상가건물이라 시끄러워도 항의가 없는편이고,
옥탑이라 20여평이 넘는 옥상마당을 혼자쓰게되서 바베큐불판에 평상을 만들어뒀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마다 한봉다리씩 들고오는 술안줏거리들 한접시씩만 모아도 푸짐한지라
거의 하루걸러 가든파티가 벌어졌습니다.
어느 여름밤 친구들이 많이 놀러왔습니다. 한 8명정도?
요식업에 종사하는 친구가 몇있어서 한놈은 회2접시, 한놈은 갈빗살과 삼겹살 바비큐거리들, 다른놈들은 치킨에 족발 주렁주렁..
불피우고 고기올리고 육해공으로 부어라 마셔라 하다보니 하나,둘 탈락자가 나오기시작하기시작.
집이 먼 녀석인 A는 먼저 들어가서 자리잡고 눈을붙이고, 집이 인근인 놈들은 각자 알아서 귀가하다보니 파티는 종료가 되었네요.
자고갈 예정인 B와 C는 한잔만 더하고 들어온다 하기에 저는 씻고 방에가서 눈을 붙였습니다.
다음날..
전 술이 과한다음날엔 속이 불편해서 늦잠을 못자는 체질이라 먼저 일어나서
마당의 술자리를 주섬주섬 정리하여 주방으로 옮겨 설거지를 하고있는데
친구한녀석이 부시시 일어나서는 술에 쩌들은 목소리로
친구 - ㅁㅁ야 뭐 고민있냐?
나 - 어? 일어났냐? 뭔 개소리야~ 나가서 불판좀 치워라
친구A - 새벽에 혼자일어나서 분위기잡고있드만 색갸
나 - ???
그놈의 얘기는 11년이나 지난 지금 글쓰는순간에도 소름이 돋을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놈 얘기를 종합해보자면...
저는 제방에서 혼자 자고있었고 거실에는 친구3명이 자고있었습니다.
A는 새벽에 화장실가려고 일어났다가 어두운거실 구석에있는 의자에
제가 앉아있길래 뭐하냐고 몇번을 물어봐도 대답없이 창문밖을 보고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농담도 거의안하는 그런 과묵한 성격의 친구놈이라 그의 말은 더더욱 이해할수없었습니다.
그런데??? 의자...????
순간 며칠전일이 생각났습니다.
집근처 시장 단골곱창집에서 친구들과 알딸딸~하게 마시고나와
새벽2~3시무렵 친구한놈과 집에오는길에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아래 덩그라니 놓여져있는
낡은 나무의자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냥 흔하디 흔한 낡은의자였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겠지만
조개탄때던 국민학교시절 어렴풋이 기억날법한 의자였어요.
(네이X에서 비슷한거 찾아봤는데 순간 소리지를뻔했네요. 이것과 똑같습니다 ㅠㅠ)
당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보자마자 센딩좀 하고 리폼하면 정말 근사할거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무게도 꽤나 나갔는데도 술김에 낑낑대며 6층 옥탑방까지 들고 올렸습니다.
거실 구석에 내려놓고 친구와 맥주한켄 더마시고 잠이 들었지요.
술김에 들고오긴했으나 막상 리폼하자니 귀찮아 거실구석에 대충 세워뒀는데
친구놈이 그 의자에 내가 앉아있는걸 보았다고 합니다.
*이야기전개상 집의 대략적인 구조를 알아야 이해가 쉬우실거같아 조잡하지만 간략하게 그려보았습니다.*
(계단이 끝나면 정면엔 집으로 들어가는문이, 왼쪽으론 마당으로 나갈수있는 문 이렇게 두개가 있습니다.)
나 - A야 그게 왜 나라고 생각했냐?
친구A - 이 집에 4명자고 내옆에 두놈 코골고있으니 깨있는놈은 당연히 너지 임마
나 - 난 일어난적없어 그리고 저의자.. 아.. 아니다.
친구A - 이새끼 뭔소리야 ㅋㅋ 저것들 깨우고 해장하러가자.
그때 일어난 다른놈 왈
친구B - 야 A야~
친구A - 어? 일어났냐? 빨링씻어 해장하러 가자
친구B - 뭔 해장이야 미친새끼야. 밤새 너때문에 못잤어임마.
친구A - 왜?? 나 코골았냐?
친구B - 이새끼 이거 기억안나나보네. 속안좋으면 오바이트한번하고 자던가. 에이 또라이새끼 ㅉㅉㅉ
나 - 왜?? 뭔소리야??
친구B - 이새끼 새벽에 자다깨서 저기(의자가 있는 거실구석을 가르키며)가선
서있다가 주저앉았다가 이지랄을 1시간은 하다잤어
새끼 상태가 이상하길래 토할까봐 불안해서 나도못잤다니까..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한놈만 그런거면 술김에 꿈을 분간못하는거겠지 하겠으나
두놈이 동시에 하고있는 얘기가 납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곧이어 나머지한놈이 일어났고, 4명이서 돌아가며 간단하게씻고나와
근처 순대국밥집으로 가서 해장겸 아침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그후 제가 언급하지않았기에 A와 B의 헤프닝정도로 끝나고 별다른 얘기는 없었습니다.
친구들을 보내고 저혼자 집에 올라가면서 몇번을 망설였습니다.
가장 편하고 아늑해야할 내 집인데 그렇게도 올라가기가 두려워지더군요.
에이... 그래도 뭔일있겠냐 싶어 눈딱감고 올라가서 거실도착.
별다른 특잇점없이 의자가 있습니다.
그냥 묵직하고 낡고 오래되보이는것외엔 별다를게 없는 나무의자...
그래도 찝찝함을 떨쳐낼수가 없어서 우선 의자를 들고 밖으로나가 집에서 가장먼 마당코너 구석에 갖다놨습니다.
그후론 가끔 마당에나갈때마다 의자가 시야에 들어와서 그때 그일이 생각나곤 했으나
별다른일은 없었습니다.
그후... 여름이 점점 깊어지며 장마가 왔습니다.
당시 장거리연애를 했었는데 지방에있던 여친님이 여름휴가겸 올라왔습니다.
친구들에게 인사시키고 같이 술한잔하다보니 밤이늦어져서 친구들을 보내고
파전한장 포장해다가 집에와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안주삼아 여친님과 한잔 더 먹고있는데
친구네아버지(건물주)에게 "비가 너무많이오니 옥상 배수로 한번만 확인해달라" 는 전화가 왔습니다.
작년 장마때 옥상 배수구가 막혀 물이 차올라서 결국 계단으로 물이 쏟아진적이 있었거든요.
한손엔 랜턴, 한손엔 우산을 들고 슬리퍼를 끌며 마당으로나갔습니다.
여친님은 제 방에있는 창문으로 마당으로 나간 절 지켜보고있었구요.
배수구로가니 친구네아버지의 예상대로 낙엽과 먼지, 전단지조각등의 슬러지로인해 막혀서 물이 어느정도 차오르고있었습니다.
슬리퍼로 쓱쓱 밀어도 안될거같아 창고로 가서 빗자루를 꺼내와 막혀있는 이물질들을 걷어내 빈화분에 버리고
내려가지못한 물들을 빗자루로 밀어내며 배수로로 보낸뒤 빗자루를 창고에 넣곤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잠깐이었는데도 우산쓴게 무의미할정도로 머리빼곤 홀딱젖었네요.
여친님이 수건을 가져다주며
여친님 - 에휴 이 늦은밤에 비가 이렇게오는데 오빠를 시키냐? 좀 그렇다..
나 - 야 그래도 내가쓰는 옥상인데 이런건 당연히 해야지 어려운것도아니구말야.
여친님 - 아니 내말은~ 올라왔으면 자기가 확인하고 치우면되지 머슴도아니고 굳이 오빠불러서 시키냐는거지
나 - 뭐??
여친님 - 왜 내가 뭐 틀린말했나..
나 - 아니 그게아니고 좀전에 누가올라왔다고?
여친님 - 오빠 뒤에있던사람 ㅁㅁ오빠네아버지아냐? 건물주~
나 - ....!!!!!! #$%#$%#$%
당시 여친님은 장난으로라도 "야 뒤돌아보지마 방금.. " 이런소리만해도
새파랗게질려서 주저앉아 울정도로 겁많기로는 탑 인지라 전 정말 무서워서 울고싶은데 내색도 못하고
혼자 억지로 겨우 표정관리하며 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될무렵
이직을 하여 직장과 가까운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자취방이라 큰 짐이 많지않아서 사다리차와 용달하나만 부른후 이삿짐을 날랐고
이사갈집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같이 살게될 룸메이트동생녀석이 짐정리를 도와줬습니다.
동생 - 형 이건 어디다놔요?
나 - 어떤거?
동생 - 의자요. 형 좌식책상쓰자나요. 이건 뭔용도에요?
나 - 뭐...????????
뒤를 돌아보니 옥상구석에 버려두고 잊고있던 그 의자가 이사온집의 거실구석에..;;;
옥탑방에서 이삿짐을 사다리차로 내린건 친구놈이었지만
분명 용달트럭 상차하는건 제가 했기에 저 의자가 딸려왔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않았습니다.
게다가 여름장마 내내 야외에 방치된 의자라 니스칠이고뭐고 다 뜨고 삭을대로 삭아서 그걸 이삿짐으로 착각할수도 없을정도였습니다.
아.. 순간 뭔가 잘못되고있다는 느낌이 확 와서 풀던짐을 중단하고 의자를 들고나왔습니다.
그리곤 근처슈퍼에 들러서 폐기물스티커를 구입하여 붙이고 10여분을 더 걸어가서 최대한 멀리 버리고 왔습니다.
그렇게 그 이상한의자와는 인연이 끝났답니다.
다시는 뭐든 줏어오지않는 버릇도 생겼구요.
그렇게 의자와의 인연은 끝인줄 알았습니다.
당시 스쿠터를 타고 출퇴근했는데
늦은밤 퇴근길 집근처 초등학교사거리에서 신호걸려 대기하던중
무심코 돌린 시선에 낯이 익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아.. 그 의자였어요.
버린지 1년여 시간이 지났는데 누군가가 줏어갔나봅니다.
그순간 뒤에서 클락션이 울리고 전 스로틀을 감으며 집으로 향했지요.
헛것을 본건지 비슷한것을 본건지 모르겠으나 확인하는것조차도 기분이 좋은일은 아니기에
그후 그쪽길로 지나다닌적은 없습니다.
생각외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간결하게 쓰고싶었습니다만.. ㅠㅠ
진짜로 끝~~
PS. 나중에 짬나면 한겨울 경기도인근의 펜션에서봤던 귀신목격담도 풀어볼께요~
PS. 아.. 글쓰면서 찾아낸 이 의자 진짜 똑같아요. 또 누군가가 줏어서 팔고있는거같은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