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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다.
난 그 형을 참 존경한다. 자기 위치에서 할 것 하고
놀기도 잘 노는 그 형.
10년전에 처음 만나 둘이 쌍으로 술마시고 길거리 돌아다니며 밤새고
피씨방에서 고스돕 치며 야밤에 종로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돌아와서 철권으로 밤새고 ssx트릭키로 밤새던 그분과 나.
나는 여전히 취업준비중이고, 그 형은 몇 달전에 결혼으로 인해
40평이 넘는 아파트를 장만했다. 며칠전엔 2년도 안된 차를
새 차로 바꾼다고 한다. 빚내서 하는게 아니라 순수 자신의 돈만으로.
허풍떠는 사람도 아니고 허세부리는 사람도 아니기에, 그 모든 것들을
허풍이나 허세가 아닌 진짜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결할 위치에 올라갔다는 건.
어제도 오늘도 그저께도, 도서관 학원에 쳐박혀서 공부하고
이천원짜리 밥을 사먹는데 망설인다.
지금도 그 형은 나를 여전히 챙겨주고, 또 잘 되라고 항상 격려하고
가끔 전화로 용기도 준다. 때 되면 이것저것 챙겨준다. 혼낼 때는
친동생처럼 혼내기도 한다.
얼마전에, 형의 결혼식이 임박해져 오자 나는 그 형과 둘이 만나
술을 마시며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되려 불같이 화를 내며 나한테 줄 돈이 있으면
책을 한권 더 사보고 좋은걸 하나 더 먹으라고 했다.
이번엔 형이 화를 내든 어쩌든 이 돈만은 꼭 받아야 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형한테 받기만 하는 싹수노란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세시간이 넘는 실랑이 끝에 나는 겨우 형의 주머니에 그 돈을 찔러넣어 줄 수 있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실현했다는 뿌듯함과,
내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표정을 풀지 않았던
그 형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가치를 실현한 것일지 어쩌면 좀 더 관계에서 멀어진 것인지?
우울하다.
그래도, 수업 시간만큼은 공부할 때 만큼은 모든걸 다 잊고 머릿속에 시험 내용만을
떠올리는 내가 참 속물같아 싫다. 언젠가는 꼭 성공해 내가 받은 것들의 세 배 네 배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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