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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색 위스키와 파란 색 위스키.. 둘 중 어느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눈 앞에 사내는 웃으며 내게 이상한 제안을 해온다.
나로서는 도저히 거부 할 수 없는....
어둠과 안개가 짙던 어느 날 밤...
말 못할 고민에 머리나 식힐 겸 시작했었던 밤 산책 도중, 길을 잃어버려 우연히 들어간 한 BAR에서 바텐더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그리고 처음 보는 그와 이야기 하던 도중 나도 모르게 내 고민을 전부 털어놓게 되었다.
내 고민은 여자 관계였다.
내겐 10년 전부터 나와 함께 해준 사랑하는 여자 친구 서미혜가 있다.
여자친구인 미혜의 외모는 평범하고, 집안 배경도 보잘 것 없었지만... 그녀는 항상 나만을 바라보며 헌신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 여자는 누가 봐도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 유연주
내가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의 딸이자 내 상사이다.
어느 날부터 그녀는 내게 노골적인 접근과 관심을 내비쳤다.
아마 나는 그 때부터 서미혜와 유연주.. 사랑과 욕망사이를 저울질하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나는 여자친구 미혜와의 교제를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직장 상사 유연주와의 만남도 회사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나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가며 유지 했다.
유연주 그녀는 정말 매력적인 여자라 가끔은 그녀가 마음먹고 유혹해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들 때가 있었으나, 여자 친구 미혜를 속으로 곱씹어가며 직장 상사와 부하관계 적정선을 절대적으로 지켰다.
이런 상황에 마음과 머리가 복잡해 하루에도 수 없이 괴로워했지만.. 한편으로 내 마음속의 작은 악마는 이 상황을 우쭐대며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오늘... 유연주 그녀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강준혁씨. 그 동안 지켜보고 있었는데 정식으로 말하죠. 제 주변에 남자들은 많지만 준혁씨처럼 성실하고 능력 있는 남자는 보지 못 했어요. 앞으로 저와 결혼을 전제로 직장 상사와 부하가 아닌 남녀관계로 만나 보는 건 어떤가요? 저 같은 여자가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을텐데... 잘 생각해보고 내게 답변 주기를 바래요.”
이 고백으로 인해 고민하던 중 여자친구 미혜로부터 휴대폰 메시지를 받았다.
-오빠.. 나 이상해서 병웠갔다 왔는데... 나 임신 7주래. 연락줘.-
이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바텐더는 내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네.. 당신의 고민은 잘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여기 빨간 색 위스키와 파란 색 위스키 두 잔을 당신을 위해 준비해두었습니다. 빨간 색은 여자친구를 선택한 당신의 미래를 보여주고.. 파란 색은 당신에게 고백한 직장 상사를 선택한 당신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당신은 두 개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죠.. 어떤 색의 술잔을 드시겠습니까? 강준혁씨”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웃어넘기려던 나는, 그에게 알려주지도 않은 내 이름을 그가 이야기 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놀라 눈 앞에 사내를 쳐다보았고, 그의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과 그가 예사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다...당신은... 누구죠?”
“저는 이 작은 가게의 바텐더입니다. 후후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당신이 어떤 위스키를 선택할지이죠..당신은 어떤 미래가 궁금하시죠?”
“그...그럼 제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나는 이번에 좀 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내 고민하던 나는 스스로 결론을 냈다.
‘내가 두 여자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욕망 때문이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 한 상류사회의 욕망.. 사실 내가 유연주 그녀를 지금 택한다고 해서 내가 그녀와 결혼을 확실히 하는것도 아니잖아? 내 안의 욕망의 결과와 끝이 어떻게 되는 지만 알면 현실에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거야.’
“전 파란 색 위스키.. 직장 상사인 유연주와의 미래를 선택하겠습니다.”
말과 동시에 내가 선택한 파란 위스키를 집어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자 갑자기 내 눈앞에는 내가 선택한 앞으로의 인생이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듯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치 감아둔 테이프 필름이 끊어지듯이 탁소리를 내며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네.. 강준혁씨. 당신이 선택한 인생은 잘 보고 돌아오셨나요?”
“네... 솔직히 좀... 생각 한 것보다 의외였어요.”
“어떤 미래였나요?”
“전 사실 유연주 그녀와 관계가 오래 가지 못 할 거라 생각하고 파란 위스키를 택했어요. 결혼하는 것은 더더욱 생각 못했죠. 전.. 그저.. 제 욕망의 결과가 궁금했어요. 아마 지금 그것을 확인 하지 못하면... 일평생 그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하며 살아갈 것 같았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보고 온 미래에서는.. 전 우여곡절 끝에 그녀와 결혼하게 되요. 여자 친구에게는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죠. 그 뒤에 시간이 흘러... 노력한 끝에 유연주 그녀의 아버지.. 즉 대기업 CEO의 인정을 받아 그 차기 회장 자리까지 되죠. 그리고 전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받는.. 상류사회의 달콤함에 취해 인생을 보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욕망을 충족한 삶을 살아가죠. 그러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이 모든 게 덧없다고 느낀 저는 여자 친구였던 미혜의 행방을 수소문해요.. 알고 보니 미혜는.. 제게 이별통보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빌딩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 걸 알게 됩니다. 그로인해 충격을 받은 저는 남은 인생 전부를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며 술에 찌들어 폐인처럼 살아가다 죽더군요.”
“미래의 인생을 경험하게 된 것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그럼요.. 확신이 생겼어요! 미혜가 정말 저한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휴대폰에 단축번호 1번을 누르고 미혜에게 전화했다.
“어, 미혜야. 오빠야. 회식이 늦게 끝나서 메시지 확인이 늦었어. 임신 축하해! 우리 앞으로 행복하게 살자. 응응 내가 바로 집 앞으로 갈게.”
통화를 끝내고 바텐더에게 작별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바텐더는 온데 간 데 없었고.... 방금 전까지 술집에 있던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같은 공터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었을 뿐이었다.....
(몇년 뒤)
한 바의 바텐더에게 내 고민을 터 놓는다..
“제 남편은 바보 같기 만한 무능력자에요.. 인정받으며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짤려도 그저 뭐가 그리 좋은지.. 아직도 우리한테 행복한 미래가 있을 거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고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편은 어딜 취직하려고 해도 취직이 안 되더라구요. 저한테는 아무리 바보 같았어도 그럴만한 경력과 능력의 사람이 아닌데.. 그래서 이상해서 사람을 시켜 뒷조사를 해봤죠. 알고 보니 저와 결혼하기 전 대기업 딸과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었고.. 제 남편이 쫄보였는지 제가 임신을 해서 였는지 몰라도.. 그 여자를 정리하고 저와 결혼 한 거죠.. 그 때문에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다른 회사도 취직할 수 없게 그 여자가 막아 놨더군요.... 남편이라는 작자가 왜 그런 완벽한 여자를 마다하고 왜 저와 결혼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너무 분하고 배신감에 치가 떨립니다.. 솔직히........ 내 남편이지만 그를.. 죽여 버리고 싶네요.”
“아... 그럼 당신의 고민이 혹시 남편을 죽이는 건가요?”
“훗. 오늘 처음 보는 분에게 제가 별 이야기를 다하네요.. 뭐 어느 정도는 비슷해요.”
“좀 더... 제게 정확하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쩌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잠시 망설인 나는 그에게 나의 고민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남편이라고 부르기도 싫은 그 자식을 죽일지... 아니면 남편의 더러운 피가 섞인 4살짜리 아들도 같이 죽여 버릴지... 그게 제 솔직한 고민입니다.”
“서미혜씨. 여기.. 빨간 색 위스키와 파란 색 위스키.. 둘 중 어느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눈 앞에 사내는 웃으며 내게 이상한 제안을 해온다.
나로서는 도저히 거부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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