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외부에선 ‘똑똑한 PD 정치인들과 다수의 참여계 당원들에 의해 움직이며, 일부 NL 잔존 세력들이 기생하고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노회찬·심상정 같은 PD 정치인을 얼굴마담으로 앞세운 NL 주축들에 의해 움직이며, 힘없는 참여계 당원들이 당내에서 힘쓰지도 못하고 탈당하지도 못하는 정당’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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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진보정당에서 ‘대중’으로 분류하는 자들, 즉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었다. 따라서 ‘노유진’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노유진 당원’이라는 대규모 대중 당원을 수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3회에서 언급했듯이 진보정당 내 대중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지갑’이어야만 했다. 자랑스러운 ‘운동권의 순혈주의자’들이 보기에 근본도 없는 ‘대중 당원’의 목소리는 매우 거슬리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참여계의 리버럴적 성향을 간직하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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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결집+ 측은 충분히 걸어볼 만한 수였다. 정의당으로 도망쳐 들어온 이상, 콩고물로 자리 몇 개를 점거했다고 해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당내 주요 담론을 형성하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끌어모아야 했다. 하지만 ‘노유진 당원’과 같은 ‘대중성’은 자신들을 지지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어디까지나 ‘지갑’의 영역에 머물러야 하는 ‘공부가 덜 된’ 자들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노린 것은 ‘활동가 당원’으로, 이 경우엔 각 부문위원회의 인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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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정의당은 특정 정파와 조직된 세력, 유력 정치인들의 도움 없이는 징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해당 조직에 참가했단 사유만으로 징계 대상이 되나, 직접적인 당의 조직을 사칭하더라도 조직이 뒷받침되면 오히려 징계 대신 정식 기구로 인준을 받는 조직으로 전락한 셈이다. 게다가 더욱 경악할만한 점은, 이 사실들은 전부 정의당의 중앙 조직에서 인지하거나 혹은 중앙 조직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들이 대부분이란 것이다. 당장 지금 거론한 모 대학생위원회의 사례는 심상정 상임대표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였음에도 정식 인준이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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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진보 활동가’들의 뿌리인 운동권 세력 자체가 활력을 상실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기존의 NL과 PD로 대표되는 정의당의 주축 세력들이 떠들어온 가치들은 이미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끽해야 노동에 대한 문제지만, 그 노동의 가치조차 ‘노동자 대통령 이재명’ 등 기존 보수정당에 뺏기는 수모를 겪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쓰레기통 속으로 버려진 의제들을 대체할 새로운 컨텐츠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에 선택된 것이 다름아닌 ‘여성주의’ 담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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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보수 기득권만큼 무서운게 진보의 정파적 엘리트주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