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나는 어느 배에서 삼등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오키나와 쪽으로 항해하고 있을 때 일이다.
새벽 2시 즈음, 평소처럼 배 위치를 해도에 기입하고 뱃전으로 나와 주변을 돌아보고 있던 도중이었다.
문득 수면으로 시선을 돌리니, 파도 사이로 야광충 무리가 보였다.
야광충은 굳이 따지자면 더러운 바다일수록 많다.
드물게도 그날따라 한가했기에, 나는 같이 당직을 서던 조타수한테 슬쩍 말을 걸어봤다.
[밖에 야광충이 엄청 많네.]
하지만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수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조차 꺼렸다.
[왜 그래?]
내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야광충은 말이야,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라고. 그런 걸 보고 싶지는 않아.]
그런 전설도 있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는 다시 뱃전을 지키러 돌아갔다.
잠시 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수면 전체가 창백한 빛에 뒤덮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해 완전히 새까맸다.
눈앞에는 한가득 어두우면서도 창백한 빛의 바다.
우리 배는 그 빛 안을 나아가고 있었다.
방금 전, 조타수가 한 말이 진짜라면 무섭겠다 싶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배의 위치를 확인할 겸, 해도에 위치를 기입하러 갔다.
우리 배는 아쿠세키지마(悪石島) 근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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