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전입온지 2주된 이등병입니다
네.. 짬찌중에서도 가장 짬찌입니다.. 자대의 이등병중에서도 제일 늦은군번입니다
입대전이나 신교대, 후반기교육때 까지만 해도 남들보다 군생활 훨씬 잘 할 자신 있었습니다
딴에는 적응력도 있고 붙임성도 괜찮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금방 적응할수 있을거라고, 남들처럼 고민하며 힘들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자대에 들어간 첫날부터 제 모든것은 지적받기 시작했고 제 다짐은 바닥에 처박혔습니다
무심코 저지른 실수 하나하나가 제 이미지를 깎아내렸고
딴에는 좋은의도에서 붙인 말이 시덥잖은 변명이 되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맞선임병은 선임들 사이에서 안좋은 제 얘기가 많이 오간다고, 행동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실제로 말실수도 너무 많이하고, 선임들 다 보는앞에서 이등병으로써 미쳤구나 싶은 짓도 몇몇기억납니다..
지금 남은 500일이상의 군생활은 너무도 길게 느껴지고
오늘 19시반까지 통과해야될 위병소와 대대입구, 생활관 안쪽 구석구석까지가 너무 답답하게 저를 짓눌러옵니다..
어제 면회외박을 나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저를 보고싶은 마음에 일찍부터 준비해서 집을 나오셨는데
문제는 저나 부대에는 한마디도 안하고, 어제 중대장님께 아들이 보고싶어 면회가도 되겠내고 갠톡을.. 해셨답니다..
중대장님은 그러려니하고 허락하셨지만 행정병선임들은.. 귀찮아 죽을맛이었겠죠.. 외박일정을 다시 써야 했을테니말입니다
어제 아침에 면회외박이 있다는 뜬금없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와 나간다, 기분좋다 고 생각했지만
선임들이 절 보는 눈빛 몇번에 아 뭔가 잘못됬구나..라는걸 느꼈습니다
행정병선임은 부대에 말한마디없이 그렇게 무작정 일정을 잡는게 아니라고, 군생활 그렇게 하지말라고 하며 목소리를 깔았고
분대장선임도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보고들어온적 없는 외박일정을 영 탐탁잖게 보는것같았습니다
입대한지 처음으로 나가는 외박이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건 준비했냐 저건 준비했냐 하니 저는 그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만 반복할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대를 나서면서도 저는 쉴수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보다는 앞으로의 눈치들이 걱정되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5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그저 아들보고싶다고 찾아오신 부모님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도 못하고
주눅든 이등병의 불쌍한모습만 보여드린것같아 그것도 너무 죄송하고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지금 아버지와 어머니는 펜션에서 주무시고 계시고 저는 친구들과 롤 몇판 하려고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고있습니다..
밖에 나오니 자는 시간마저 아까워 에너지드링크 몇개를 마셨더니 확실히 잠은 안오는데 몸은 피곤하고
오랜만에 모니터를 몇시간동안 쳐다봤더니 머리도 지끈지끈하고 정신도 몽롱하고
쉬고있다는생각에 편안하기보다, 내일 복귀할생각이나 앞으로의 군생활에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도 생각은 다른곳을 헤메고 있는것같고
잠깐잠깐 즐거움이 돋아나다가도 복귀와 자대의 생활이 떠오르면 숨이 탁 막혀버립니다
지금 부대밖으로 나온 이 시간의 자유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철저한 통제와 고까운 시선들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잠을못자서, 또 늦은새벽이라 정신이 많이 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도저히 앞으로의 생활을 견뎌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군탈이나 자살따위를 실행할 용기마저 없어 괴로워하는 자신이 또 한심해집니다
이 새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혹시 자신도 이런 경험을 했던 분이 계시다면, 그때 이 착잡한 상황을 이겨냈던 방법이나 마음가짐을 꼭 몇자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나도 힘들고 걱정뿐인 이등병의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